○금전채권은 이행기가 있습니다. 임금채권이나 퇴직금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행기가 도래하면 지체책임을 집니다(민법 제387조). 임금과 더불어 퇴직금은 그 본질이 금전채권이지만, 이행기는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이며, 이를 경과한 경우에는 지체책임이 발생합니다(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퇴직급여법), 제9조). 지체책임이란 민법상 채무불이행책임입니다. 이는 민법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임금채권과 퇴직금채권은 지체책임과 더불어 3년 이하의 징역까지 부과되는 형사책임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사용자의 경제적 사정과 노사자치의 원칙에 따라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의 최첨단인 미국에서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임금 등을 체불하면 형벌을 부과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강력하게 보호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요청을 수용한 까닭입니다. 또한 노사자치의 원칙을 수용하여 기일연장의 합의를 인정합니다. 돈이야말로 있다가도 없는 것이기 때문이며, 여기저기 변통을 하여 지급하려는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무작정 형벌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임금 등 금품체불의 경우에는 검찰에서 조정위원회에서 합의를 권고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금품체불한 사업주가 대부분 사업에서 이미 실패한 경우를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사업에서 실패한 사업주를 형벌로 다스리는 것은 자칫 패자부활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경우입니다.
○법률이 이렇게까지 사업주에게 기회를 부여했음에도 금품체불이 청산되지 않으면, 즉 기일연장의 합의가 없이 14일이 경과한 경우에는 형벌이 완성됩니다. 나중에 금품을 청산해도 양형은 별론으로 하고 형벌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기인연장의 합의를 넉넉하게, 가령 3개월 정도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부여했는데, 사업주가 그 기일을 지키지 못한 경우에 형벌은 어떻게 될까 의문이 있습니다. 이 사례(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도188)는 대법원에서 실제로 판결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사업주(사용자)가 근로자와 퇴직금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를 한 경우에 그 연장합의를 지키지 않은 경우에도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 성립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하였습니다. 대법원은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업주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으므로, 사업주가 근로자와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면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기일연장의 합의나 14일이라는 법정기한이나 모두 이행기를 규정한 점에 본질적으로 다르지 아니합니다. 따라서 퇴직금을 청산하지 아니하고 이행기를 도과하면 형벌을 부과하여야 한다는 대법원의 결론을 지지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9조(퇴직금의 지급 등) ①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퇴직금은 근로자가 지정한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계정 또는 제23조의8에 따른 계정(이하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계정등”이라 한다)으로 이전하는 방법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55세 이후에 퇴직하여 급여를 받는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③ 근로자가 제2항에 따라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계정등을 지정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근로자 명의의 개인형퇴직연금제도의 계정으로 이전한다. 제44조(벌칙)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제1호 및 제2호의 경우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1. 제9조제1항을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 <대법원 판례> 구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2021. 4. 13. 법률 제180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퇴직급여법‘이라 한다) 제9조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제44조 제1호는 “제9조를 위반하여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금품청산의무에 대한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본문은 근로자가 퇴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후에도 당연히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을 조속히 지급받지 못한다면 금품을 받기 위하여 사업장에 남아 있는 등 부당하게 사용자에게 예속되기 쉽고 또한, 근로자 및 근로자가족의 생활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금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므로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려는 취지이다(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5도8364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규정의 문언과 형식,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에 불과하고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용자의 형사책임까지 배제하는 취지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가 구 퇴직급여법 제9조 단서에 따라 퇴직금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근로자와 지급기일을 연장하는 합의를 하였더라도 연장한 지급기일까지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면 구 퇴직급여법 제9조 위반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3도18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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