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제도 자체는 민영보험이 원조입니다. 이렇게 형성된 보험제도는 ‘돈 넣고(보험료) 돈 먹는(보험급여)’ 유상·쌍무계약입니다. 20세기 이후 복지국가의 이념이 도입되고 사회보장제도의 요구가 구체화되면서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인 사회보험이 각국에 퍼졌습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연금은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입니다. 강학상 사회보장제도는 공적부조제도와 사회보험제도로 대별되는데, 전자는 돈을 안 넣어도(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도) 인정되는 제도이고, 후자는 돈을 넣어야(보험료를 납부하여야) 인정되는 제도입니다.
○보험급여를 받는 쪽은 가급적 전자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다가는 국가 자체가 망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복지포퓰리즘’은 공적부조제도에서 현저합니다. 그래서 사회보험제도가 각국의 사회보장제도의 중추를 구성합니다. 따라서 사회보험제도는 원칙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여야 그 제도가 잘 굴러갑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보험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법률상의 제도는 원칙이 있으면 예외가 있는 법입니다. 못살아서 연금보험료를 미납한 사람에게 국민연금이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 못한다면 비극이 발생합니다. 자식과 의절하면 죽어서도 자식은 오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고독사가 그런 비극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험은 원칙이 되었든 예외가 되었든 요건을 구비하면 죽을 때까지 효자노릇을 합니다. 국민연금은 가난한 자에게는 구원의 손길 그 자체일 수 있습니다.
○다음 헌법재판소 판결은 돈 넣고(연금보험료) 돈 먹는(국민연금의 보험급여 중 유족연금) 관계 중에서 전자의 문제입니다. 사회보험의 대원칙은 전자를 완납하여야 후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구 국민연금법은 전자의 돈을 전부가 아닌 일부, 구체적으로는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긴 경우’에만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습니다. 어느 딱한 사연이 있는 사람이 왜 이렇게 ‘3분의 2보다 긴 경우’에만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냐, 하면서 화를 내면서 헌법재판소의 문을 두드리면서 발생한 사건입니다. ‘가장 위대한 효자는 공적연금’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괜히 생긴 것이 아닙니다.
○구 국민연금법(2007. 7. 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은 경우 유족연금 지급을 제한하였습니다. 위헌을 주장한 위 청구인은 사회보장제도의 취지를 고려할 때, 일부 미납의 사실이 있어도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며, 지급을 거부하는 구 국민연금법 조항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재산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여 전원재판부에 회부(헌법재판소 2020. 5. 27. 선고 2018헌바129 판결)를 했습니다. 이은애 재판관 외에는 모두 합헌결정을 하였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국민연금제도는 자기 기여를 전제로 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소득을 보장받는 순수한 사회부조형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가입자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여 가입기간, 기여도 및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여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보험제도’라는 사회보험의 대원칙인 ‘돈 넣고 돈 먹는’의 원리가 구현되는 것이 국민연금제도라는 설명으로 결론을 도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입법자가 가입기간의 상당 부분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의 유족만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이하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이라 한다)보다 짧은 경우 유족연금 지급을 제한한 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을 정도로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받는 사람은 가급적 범위를 확대하여 매달 국민연금 보험급여라는 현찰이 꼬박 자기 통장에 꽂히는 것이 행복할 것입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그렇게 하면 국민연금의 재정이 거덜난다는 전제로 위의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국민연금은 물론 모든 공적연금은 비정하게도 웃는 자가 있으면 우는 자가 생기는 필연법칙을 안고 있습니다. 다만, 위 판결의 전제가 된 구 국민연금법은 개정이 되어서 지금은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은 경우에도 국민연금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요지> 가. 국민연금제도는 자기 기여를 전제로 하지 않고 국가로부터 소득을 보장받는 순수한 사회부조형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 가입자의 보험료를 재원으로 하여 가입기간, 기여도 및 소득수준 등을 고려하여 소득을 보장받는 사회보험제도이므로, 입법자가 가입기간의 상당 부분을 성실하게 납부한 사람의 유족만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 포함시키기 위하여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이하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이라 한다)보다 짧은 경우 유족연금 지급을 제한한 것이 입법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을 정도로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심판대상조항에 따라 유족연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된 유족들은 구 국민연금법 제77조에 따른 반환일시금을 받을 수 있어 유족에게 가혹한 손해나 심대한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도 연금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경우 국민연금법 제17조 제2항 단서는 그 내지 아니한 기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근로자의 가입기간에 산입하도록 규정하는 등 근로자 및 그 유족에게 부당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및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심판대상조항은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를 달리 결정하고 있으나, 이는 가입기간 내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유족과 그렇지 않은 자를 달리 취급하기 위한 것이므로,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관 이은애의 반대의견 심판대상조항은 실제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여, 사실상 연금보험료를 더 오래 납부하여 국민연금 재정에 기여한 바가 더 큰 사람의 유족도 유족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10년이 넘는 사람이라도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그 유족은 유족연금을 전혀 지급받을 수 없게 되는데, 그 반면에 실제 보험료를 납부한 기간이 불과 1개월에 해당하는 사람이라도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을 충족하면 그 유족은 유족연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재정의 안정을 위하여 가입기간 내내 성실하게 보험료를 납부하도록 유도할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연금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는 정도의 최소 납부기간을 설정하거나, 체납한 기간만큼 유족연금액을 감액하는 등 연금재정의 안정을 기하면서도 장기간 연금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의 유족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이 연금보험료의 실제 납부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연금보험료 납입비율에 따라 유족연금의 지급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것은 합리적인 기준에 의한 차별이라고 볼 수 없어 평등권을 침해한다. (헌법재판소 2020. 5. 27. 2018헌바129) [심판대상조항] 구 국민연금법(2007. 7. 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연금보험료의 미납에 따른 지급 제한) 장애연금의 경우에는 당해 질병 또는 부상의 초진일 당시, 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사망일 당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2.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제17조 제3항에 따라 기여금을 낸 기간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이 그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제89조 제1항에 따른 납부 기한으로부터 1개월이 지나지 아니한 기간과 제91조 제1항에 따라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합산한 기간의 3분의 2보다 짧은 경우. 다만,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이 6개월 미만인 경우는 제외한다. <관련조항> 구 국민연금법(2007. 7. 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개정되고, 2016. 5. 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5조(연금보험료의 미납에 따른 지급 제한) 장애연금의 경우에는 당해 질병 또는 부상의 초진일 당시, 유족연금의 경우에는 사망일 당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연금을 지급하지 아니한다. 1. 연금보험료를 낸 사실이 없는 경우 ※2016. 5. 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된 국민연금법은 이 조문 전체를 삭제함 <국민연금법(2016. 5. 29. 법률 제14214호로 개정된 것)> 제17조(국민연금 가입기간의 계산) ② 가입기간을 계산할 때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기간은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임금에서 기여금을 공제하고 연금보험료를 내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내지 아니한 기간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기간을 근로자의 가입기간으로 산입한다. 이 경우 1개월 미만의 기간은 1개월로 한다. ③「국민건강보험법」제13조에 따른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강보험공단”이라 한다)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로자에게 그 사업장의 체납 사실을 통지한 경우에는 제2항 단서에도 불구하고 통지된 체납월(滯納月)의 다음 달부터 체납 기간은 가입기간에 산입하지 아니한다. 이 경우 그 근로자는 제90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여금을 건강보험공단에 낼 수 있다. 제72조(유족연금의 수급권자)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사망하면 그 유족에게 유족연금을 지급한다. 1. 노령연금 수급권자 2.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3.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4.사망일 5년 전부터 사망일까지의 기간 중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3년 이상인 가입자 또는 가입자였던 자. 다만, 가입대상기간 중 체납기간이 3년 이상인 사람은 제외한다. 5. 장애등급이 2급 이상인 장애연금 수급권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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