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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재해보상

<어느 LG계열사 팀장의 자살, 그리고 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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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주필을 지낸 정규재에 대한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서 고단 정규재 선생이라고 지칭하는 재미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규재 전 주필이 어느 방송토론에서 인생은 원래 고단하다.’라는 멘트를 한 것이 그 별명의 기원입니다. 그런데 인생은 고단하다는 의미는 이미 2,500년 전에 석가모니가 큰 깨달음을 얻었던 계기가 된 말, ‘인생은 고해라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그러나 석가모니보다 무려 1,500년 전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축조하던 일용근로자들도 인생이 고달프다는 취지로 발언을 한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인생 자체가 고달프다는 것은 시대와 공간을 초월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인생은 태어나자마자 고난의 연속입니다. 진학에 대한 스트레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입대에 대한 스트레스, 결혼에 대한 스트레스,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 그리고 퇴직 이후의 스트레스 등 산 사람은 스트레스라는 괴물을 언제나 머리에 얹고 살아야 합니다. 석가모니가 깨우친 인생의 본질은 인간이 가져야 할 숙명이라고 봐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봅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것이 숙명이기에 근로자가 갖는 스트레스 자체를 당연히 업무상 재해, 즉 산업재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인간이라면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인데, 유독 근로자라 하여 스트레스를 산업재해라 한다면 심각하게 형평성에 반하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가 업무와 관련하여 그 정도가 극심한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의 규정 이전에 소박한 국민의 상식에도 부합합니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극심한 경우에는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 등장하는 LG디스플레이 팀장의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일 수 있습니다. 일단 사인규명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이기에, 가정법을 사용하여 업무상 스트레스가 극심한 경우를 상정하여 설명합니다.

 

<기사> 속에서는 생전에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것이 담겨있습니다. 다른 기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의 가능성도 언급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자살이 업무상 재해가 되려면 스트레스가 얼마나 인자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스트레스는 외래어입니다. 한국어로 적절하게 번역하기 어려워서 한국어화한 말이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스트레스는 누구나 인정하는 실체가 있지만, 업무상 재해라는 기준을 충족할 구체적인 측정단위가 없다는 구조적 약점이 있습니다. 스트레스는 무형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1kg의 스트레스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라고 판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당연히 다툼이 있기 마련입니다. 산업재해로 인정이 되면 유족급여 및 장의비로 수 억원이 오가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법률적 다툼은 궁극적으로 대법원이 해결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58840 판결)’라고 판시합니다. 대법원이 스트레스의 판단 척도로 정신과 치료를 중시하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라는 것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이지만, 외부에 표출된 실체물이 아니기에 증거재판주의를 채택하는 법원이 쉽게 인정하기 어렵기에, 정신과 치료라는 외부적 현상을 판단의 준거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새로운 판단의 준거가 등장한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받으면 강력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은 소박한 시민의 시각으로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음 <기사>에서는 이러한 점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의 실무에서 스트레스의 판단이 명확하지 아니하기에 정신과 치료 여부가 하나의 주요한 판단 준거가 되었는데, 이제 직장 내 괴롭힘이 또다른 판단의 준거로 자리잡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기사>
서울 마포경찰서는 지난 19일 한강에서 LG디스플레이 팀장급 직원인 40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은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시신을 유족에게 인계했다. 유족은 “A씨가 팀장으로 승진한 뒤 업무 과중으로 힘들어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씨의 회사 동료들이 경찰에 실종신고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고, 물에 빠지는 장면이 CCTV에 담기지 않았다. 실족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숨진 A씨가 생전 과도한 업무 지시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잇따라 제기됐다. 자신을 A씨의 친구라고 밝힌 한 작성자는 새벽 3시에 같이 일하던 직원을 두고 밖에 나간 뒤 돌아오지 않아 경찰 신고했고 오전에 발견됐다위에서 압박이 어마어마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5/0001610371?sid=102


<대법원 판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란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지만,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극심한 업무상의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경우라면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고,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거나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은행원 갑이 지점장으로 부임한 후 영업실적 등에 관한 업무상 부담과 스트레스로 중증의 우울병 에피소드 등을 진단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다가 계속된 업무상 부담으로 중압감을 느낀 나머지 출근하였다가 자살한 사안에서, 우울증 발현 및 발전 경위에 망인의 유서내용, 자살 과정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갑이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되어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하여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되므로 갑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비록 갑이 다른 지점장들에 비해 지나치게 과다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회사로부터 지속적인 압박과 질책을 받는 등 특별히 가혹한 환경에서 근무하였던 것이 아니어서 업무상 스트레스라는 객관적 요인 외에 이를 받아들이는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고, 자살 직전에 환각, 망상, 와해된 언행 등의 정신병적 증상을 보인 바 없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5884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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