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쓰는 말이라도 그 어원이나 유래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장’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본래 막장이란 ‘광산 · 탄광의 갱도 끝에 있는 채굴이나 굴진(掘進) 작업장(두산백과)’을 말합니다. 그러나 막장의 어의가 전성이 되어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 또는 양상을 의미로 보통 쓰입니다. 유명 커뮤니티에서 자주 쓰이는 ‘막장’이라는 것이 바로 이 의미입니다. 막장이라는 말이 이렇게 전성된 것은 유감스럽게도 탄광이나 광산에서 근무하는 광부들의 작업환경이 열악해서입니다. 그리고 탄광이나 광산에서 근무하는 광부들이 앓은 대표적인 질병이 진폐였습니다.
○유해화학물질에 장기간 노출된 근로자는 그 원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진폐를 필두로 각종 직업성 암, 백혈병 등의 직업병에 이환됩니다. 그러나 그 규명과정은 너무나 어려운 길입니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직업병으로서의 백혈병을 규명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산 넘고 물을 건너 산재승인을 받더라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남습니다. 몸이 망가져서 제대로 된 직업활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산재보험급여의 기준, 즉 근로기준법상의 평균임금을 어떻게 잡는가, 하는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는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근로자가 취업한 후 3개월 미만인 경우도 이에 준한다.’라고 그 개념을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폐 등 직업병을 앓고 있는 재해근로자는 퇴직일 이후 재해의 확정 이전 3개월 동안에 취업활동을 못한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3개월을 포함시킨다면 재해근로자는 엄청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4호는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하여 휴업한 기간’은 아예 평균임금 산정기준이 되는 기간과 임금의 총액에서 각각 뺀다고 규정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판결)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진단을 받은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계산하는 방법이 문제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하여 휴업한 기간’은 평균임금의 산정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취지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에는 퇴직일 이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인 진단 확정일까지의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만일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는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퇴직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진폐 등과 같은 직업병은 장기간에 걸쳐서 인체에 작용하기에 도중에 여러 직업을 전전하는 경우는 문제입니다. 여기에 대하여 대법원은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이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그 이유 중에서 다음의 논거가 유력합니다. ‘진폐와 같이 유해 요소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병하고 잠복기가 있는 직업병의 경우 질병의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비로소 질병을 진단 받는 근로자가 적지 않고, 그중 일부는 그 사이에 직업병과 관련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이므로 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직업병은 글자 그대로 직업과 관련이 있는 질병입니다. 재해보상의 취지를 고려할 때 해당 직업병과 가장 근접한 직업에 종사했던 근로자의 평균임금으로 재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결론이 정당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5.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 6. “평균임금”이란 이를 산정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한 날 이전 3개월 동안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근로자가 취업한 후 3개월 미만인 경우도 이에 준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2조(평균임금의 계산에서 제외되는 기간과 임금) ①「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2조제1항제6호에 따른 평균임금 산정기간 중에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간이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과 그 기간 중에 지급된 임금은 평균임금 산정기준이 되는 기간과 임금의 총액에서 각각 뺀다. 중략 4. 법 제78조에 따라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요양하기 위하여 휴업한 기간 <대법원 판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은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의 보험급여 지급액을 평균임금을 적용하여 산정하도록 하면서(제41조, 제42조 등), 그 평균임금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평균임금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조 제2호).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제83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은 평균임금을, 그 산정사유 발생일 이전 3개월간 그 근로자에게 지급된 임금의 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구 근로기준법 시행령(2007. 6. 29. 대통령령 제2014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 등 일정한 기간과 그 기간 중에 지급된 임금을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기간과 임금 총액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평균임금 제도의 취지는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사실대로 반영함으로써 통상적인 생활수준을 보장하려는 것인 점, 업무상 질병의 발생과 같은 평균임금 산정사유는 근로관계 존속 당시 업무 수행 중 업무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가 퇴직한 후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의 산정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에는 근로자의 퇴직일 이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 즉 진단 확정일까지의 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만일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되는 기간이 3개월 이상인 경우에는 그 제외되는 기간의 최초일인 퇴직일을 평균임금 산정사유 발생일로 보아 평균임금을 산정하고, 그렇게 산정된 금액에서 산재보험법 제38조 제3항의 규정에 따라 증감을 거친 금액을 그 근로자의 보험급여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5두2810 판결 참조). 한편 근로자가 여러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퇴직한 후 진폐 등 직업병 진단이 확정되어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그 기준이 되는 퇴직일은, 원칙적으로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직업병 진단 확정일에 가장 가까운 마지막 사업장에서 퇴직한 날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가. 진폐와 같이 유해 요소에 장기간 노출되어 발병하고 잠복기가 있는 직업병의 경우 질병의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에서 퇴직한 후 비로소 질병을 진단 받는 근로자가 적지 않고, 그중 일부는 그 사이에 직업병과 관련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기도 한다.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한 사업장은 대체로 근로자가 장기간 근무하였던 곳이므로 그 임금수준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단 시점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직업병에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사업장에서 받은 임금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도록 한다면,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직업병에 걸린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그 직업병 진단 직전에 근무한 사업장이 어디인지라는 우연한 사정에 따라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사업장이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러한 결과는 업무상 재해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라는 산재보험법의 목적에 어긋난다. 나.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 질병, 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의미하고(산재보험법 제4조 제1호),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존재는 산재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의 지급요건이 된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17두45933 전원합의체 판결).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업무상 재해를 보상하는 제도는 제정 근로기준법에서 도입되어 산재보험법에 규정되기에 이르렀는데, 근로기준법상 재해보상은 사용자가 사업장의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재해에 대하여 그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평균임금을 기초로 보상하는 것이다. 산재보험법은 업무상 재해와 평균임금 산정 기준이 된 사업장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위와 같은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의 내용과 연혁 등에 비추어 보면, 진폐 등 직업병에 대한 적절하고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을 평균임금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 이렇게 해석하여도 업무상 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보호에 미흡함이 생긴다고 볼 수는 없다. 근로자가 직업병 진단일 훨씬 전에 직업병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최종 사업장을 퇴직하였더라도 산재보험법 제38조 제3항의 평균임금 증감 규정에 따라 그 퇴직일을 기준으로 산정한 평균임금에 동일 직종 근로자의 임금변동률을 직업병 진단일까지 적용하여 최종적인 평균임금을 산정하기 때문이다. 라. 평균임금 산정 시 특수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인하여 평균임금에 산입되는 임금이 통상의 경우보다 현저하게 적거나 많을 경우에는 이를 그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으므로(대법원 1999. 5. 12. 선고 97다5015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근로자가 직업병의 원인이 된 유해 요소에 지속적으로 노출됨에 따라 업무 능력이 저하되고 그 결과 마지막 사업장에서의 임금수준이 현저하게 낮아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임금액은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로 삼을 수 없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근로자의 생활임금을 가장 사실대로 반영하는 것은 그 직업병의 발병 또는 악화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를 수행한 사업장들 중 최종 사업장에서 지급받은 임금액일 것이므로 이를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이 평균임금에 따라 보험급여를 산정하도록 한 산재보험법의 취지에 부합한다. (대법원 2023. 6. 1. 선고 2018두60380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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