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는 만화로도 영화로도 대박이 난 작품입니다. 원작을 그린 허영만 화백의 스토리가 탄탄한 데다가 박진감이 넘치는 구성, 그리고 적절한 러브라인도 등장해서 관객의 입맛을 딱 사로잡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명대사의 행렬도 이어져서 대사를 음미하는 재미도 넘칩니다. 그 중에서 주인공 고니의 다음 명대사도 뺄 수 없습니다.
"천하의 아귀가 왜 이리 혓바닥이 길어. 후달리냐?“
○진실을 말할 경우에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그냥 뉴스의 원고를 읽듯이 주욱 읽어나가면 됩니다. 일상언어화한 법률용어, 가령, 매매, 임대차, 절도, 강도 등은 굳이 법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개념 사이에서 구분이 명확하지 않거나 뭔가 명쾌하지 않은 상황인 경우에는 설명하는 사람은 길게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것은 타짜의 도박상황이나, 일상, 그리고 법률적 쟁점이 등장하는 경우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말이 길어진다는 것은 다툼의 여지가 많고,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근로자라는 개념 자체는 일상에서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그러나 근로자, 특수형태근로자, 프리랜서 등의 개념과 구분하여 명쾌하게 근로자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는 일반인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근로자 여부가 송사의 핵심쟁점인 경우에 자신있게 말을 해보라면 고개를 숙이는 사람이 많게 됩니다. 대법원(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개념에 대하여 엄청나게 긴 설명을 하였습니다. 근로자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것을 대법관들이 고백을 한 것입니다.
○근로자의 개념 자체는 누구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유사 개념과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입니다. 재판이라는 것은 법률상 쟁송, 즉 다툼입니다. 이렇게 근로자의 개념과 유사개념과의 구분이 어려우면 당연히 다툼이 자주 발생하게 됩니다. 거의 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근로자의 개념으로 대법원까지 다툼이 이어진다는 것은 상식차원에서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근로자와 자주 혼동이 되는 것이 ‘프리랜서’입니다.
○양자는 기본적으로 ‘고용’과 ‘도급’으로 민법상 전형계약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양자는 모두 노무공급계약입니다. 고용과 도급 모두 갑의 위치에 있는 사용자 또는 도급인의 요구가 존재합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도급 또는 고용으로 귀결이 됩니다. 고용계약 또는 근로계약으로 보면, 주휴수당, 퇴직금, 연장근로수당 등의 돈 문제가 튀어나옵니다. 돈 문제가 걸려있어서 근로자의 개념을 두고 대법원까지 혈투를 벌이는 것입니다. 덕담차원의 교환이라면 아예 송사가 발생하지 아니합니다. 가령, 보험설계사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면 오가는 돈이 수천억에 달합니다(대법원은 보험설계사를 근로자로 보지 않았습니다만!).
○다음 기사에는 소프트웨어개발업체와 프리랜서 간에 근로자성 여부를 두고 법정공방을 벌인 소식을 담고 있습니다. 상공회의소 홈페이지 개편 등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른바 ‘웹에이젠시’와 프리랜서 간의 분쟁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판부가 주목한 부분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재판부는 프리랜서가 미리 약정한 기한 내에 홈페이지 등을 제작하여야 한다는 점을 주목하였습니다. 홈페이지의 제작이라는 행위는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로 민법상 도급(민법 제664조)의 핵심요소입니다.
○일 중에서 특히 시간의 준수가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작업자에게 시간당 임금을 줄 수도 있고(고용), 아니면 일의 완성을 정지조건으로 도급비용을 지불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약정한 것은 홈페이지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지 도중의 근로시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유형의 결과가 관건인 사업의 경우에는 도급으로 보는 것이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타당합니다. 대표적인 도급인 건설공사와 홈페이지의 제작은 일의 완성이 관건이며, 도급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법원은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문제의 직원을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로 본 것으로 추정됩니다.
A씨는 2017년 7월부터 소프트개발업체 B사와 구두계약을 맺고 상공회의소 홈페이지 등을 개편하는 일을 했다. 이후 회사로부터 3개월만에 계약 파기 통보 문자를 받았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지난해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역시 기각 당했다.
이에 A씨는 "자신의 업무가 회사 사업장에 출근해야만 수행할 수 있었고, 회사로부터 근태나 업무의 진행 정도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매월 고정된 임금을 받았다"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B사의 내부 의사 결정 과정 등에 비춰 이 계약은 B사가 용역계약에 따른 특정 업무를 약정 기한까지 완성하기 위해 A씨에게 한시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라고 밝혔다.
https://www.lawtimes.co.kr/Case-Curation/view?serial=152141
<근로기준법>
제2조(정의)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민법>
제655조(고용의 의의) 고용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 대하여 노무를 제공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이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제664조(도급의 의의) 도급은 당사자 일방이 어느 일을 완성할 것을 약정하고 상대방이 그 일의 결과에 대하여 보수를 지급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22912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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