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라진 옛 한보그룹의 정태수 회장의 전설같은 명언(?)이 있습니다. ‘대형 건설공사를 하고 나면 막도장이 한 가마니 정도 나온다.’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막도장으로 허위 일용근로자를 고용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서 비자금을 조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요즘은 일용근로자의 경우에도 전산출입카드를 작성하고 전산으로 출퇴근을 관리하는 경우가 상례이기에 과거와 같은 조직적인 조작은 불가능하지만, 과거에는 건설회사치고 이러한 부정은 상수였습니다. 허위근로자가 재해를 입었다고 산재신청을 하면, 산재법상 부정수급죄와 형법상 가기죄의 경합범으로 처벌합니다.
○그런데 하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인지 원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인지 모호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건설일용근로자의 경우에는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는 경우가 많고, 직영처리나 직불처리 등으로 신분이 모호한 경우가 실제로 존재합니다. 이런 경우를 대비하여, 즉 다단계하도급구조라는 건설공사의 특성, 그리고 일용근로자와 근로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않는 등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험료징수법 제8조에서는 일괄가입이라는 제도를 고안하였습니다. 원수급업체(일명 ‘원청’)가 고용했건 아니면 하수급업체(일명 ‘하청’)가 고용했건 그 사업의 전부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아 일괄가입제도를 통한 산재보험관계를 형성하면 산재보험급여의 처리가 단순하고 간편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하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라도 원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로 보는 것이란 결국 건설현장 속의 원·하수급 근로자들은 동료근로자가 되는 셈입니다.
○한편, 우리나라의 보상법제는 언제나 구상이라는 문제를 달고 다닙니다. 왜냐하면, 헌법상의 이중배(보)상금지제도가 대부분의 배상제도에 준용되기 때문입니다. 구상문제가 구체화되는 양상은 제3자가 근로자를 가해하여 근로자가 재해를 입었는데, 근로복지공단이 재해를 보상하고 난 후에 제3자에게 구상을 하는 경우가 전형적인 경우입니다(산재법 제87조). 산재법상의 일괄가입제도는 원수급업체에 속한 근로자인지 아니면 하수급업체에 속한 근로자인지 가리지 아니하고 모두 원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로 본다고 전술하였습니다. 이 경우에 동료근로자를 제3자로 볼 수 있는가 여부가 문제됩니다. 동료근로자를 제3자로 본다면 그에게 구상을 하게 되며, 이것은 결국 산재보험제도가 없는 경우, 즉 불법행위법상의 배상와 그 구상의 문제로 환원이 되기에 대단히 불합리합니다.
○그래서 대법원(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다204666 판결)은 구 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건설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의하여 시행되었는데,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하수급인의 행위로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하수급인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이 정한 ‘제3자’에서 제외되는지 여부에 대한 판결에서 제3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전체를 하나의 산재보험관계로 보며, 원수급업체가 하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들도 모두 고용한 것으로 보는 일괄가입관계는 필연적으로 하수급업체가 고용한 근로자들도 동료근로자로 봅니다.
○대법원(그러한 가해행위는 마치 사업장 내 기계기구 등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중략-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하여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으로서 구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다12408 판결 등)).’은 동료근로자가 가해자가 되는 경우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동료근로자의 가해로 인한 위험의 실질은 기계기구의 위험과 같다는 이유로 ‘제3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동료 근로자를 제3자로 보아 구상을 한다면, 산재보험의 기능은 크게 훼손될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보험료징수법)> 제8조(사업의 일괄적용) ① 제5조제1항 또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보험의 당연가입자인 사업주가 하는 각각의 사업이 다음 각 호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할 때 그 사업의 전부를 하나의 사업으로 본다. 1. 사업주가 동일인일 것 2. 각각의 사업은 기간이 정하여져 있을 것 3. 사업의 종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요건에 해당할 것 중략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제3자에 대한 구상권) ①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대위)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배상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③ 수급권자 및 보험가입자는 제3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결1>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제3자’는, 보험자·보험가입자(사업주) 및 해당 수급권자를 제외한 자 중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는 자로서 피해 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책임 내지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이나 민법 또는 국가배상법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를 말한다. [2] 건축공사 일부를 재하수급한 건설회사가 중기임대업자로부터 운전기사와 함께 기중기를 빌려 작업을 하던 중 그 운전기사의 잘못으로 위 건설회사의 근로자가 사망하자 원수급인의 보험자인 근로복지공단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에 따라 근로자의 유족에게 장의비 등을 지급하고 같은 법 제54조에 기하여 기중기에 관한 자동차종합보험계약의 보험자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사안에서, 기중기 운전기사는 위 건설회사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고, 원수급인과 함께 직·간접적으로 피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가 없으므로, 위 구상청구가 정당하다고 한 사례. [3]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7. 4. 11. 법률 제8373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 제54조 제1항 단서에 정한 ‘하나의 사업’은 보험가입자인 2인 이상의 사업주가 각각 같은 법 제5조의 사업을 행하되, 동일 장소, 동일 위험권 내에서 같은 사업(목적물)의 완성을 위하여 행하는 것을 의미하고,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라는 것은 2인 이상의 사업주 중 일방의 사업이 타방의 사업의 일부를 구성하지 아니하고, 그 각 사업이 서로 중복되지 아니하여 각 사업 자체가 분리되어 행하여지는 것을 의미한다. [4]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3. 12. 31. 법률 제70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은 “사업이 수차의 도급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그 원수급인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의 사업주로 본다. 다만, 원수급인이 서면계약으로 하수급인에게 보험료의 납부를 인수하게 하는 경우에 원수급인의 신청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이를 승인한 때에는 그 하수급인을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의 사업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하수급인에는 공사현장에 운전기사를 제공하면서 중기를 잠시 임대하는 임대업자는 포함되지 아니한다. (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6다32910 판결) <대법원 판결2>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가해행위는 마치 사업장 내 기계기구 등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위험이 현실화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내지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 이에 더하여 사업주를 달리하는 경우에도 하나의 사업장에서 어떤 사업주의 근로자가 다른 사업주의 근로자에게 재해를 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재해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구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가해 근로자 또는 그 사용자인 사업주에게 구상할 수 없다는 것까지 고려하면(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다29225 판결 참조),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하여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의 재해를 입은 경우에 그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으로서 구 산재보험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다12408 판결, 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6다60793 판결, 대법원 2004. 12. 24. 선고 2003다33691 판결 등 참조). <대법원 판결3>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 제89조, 구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2009. 12. 30. 법률 제989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보험료징수법’이라 한다) 제2조 제5호, 제9조 제1항 본문의 문언·체계·취지 등에 더하여, 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이 건설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의하여 시행되는 경우에는 원수급인을 사업주로 의제하도록 정한 것은 통상 재정적으로 영세한 처지의 하수급인에 비하여 보험료 납부 능력이 양호한 원수급인에게서 보험료를 징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궁극적으로는 영세한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재해 근로자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데에 취지가 있는 것이지, 하수급인을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서 제외시켜 관련 업무상 재해에 대한 최종 보상책임귀속자로 정하기 위함은 아닌 점, 원수급인이 하도급에 관한 보험가입이나 보험료 납부 등의 업무에서 벗어나고자 할 경우 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 단서,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7조에 따라 하수급인을 사업주로 인정받고자 하는 신청을 하고 공단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위 규정의 취지를 고려하면 이는 종전에 원수급인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 있던 하수급인의 보험료납부의무 인수에 관한 절차이지, 승인으로 인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서 아예 배제되어 있던 하수급인이 비로소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에 편입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9조가 하수급인이 업무상의 재해에 대하여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금품을 수급권자에게 미리 지급한 경우 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근로복지공단에게서 승인을 받았는지와 상관없이 근로복지공단에 대하여 구상할 수 있도록 한 것도 같은 취지로 이해할 수 있고, 만약 하수급인을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에 따라 구상할 수 있는 제3자에 포함시키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9조에 의한 하수급인의 구상권과 모순되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점, 보험가입자인 원수급인의 소속 근로자에 대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원수급인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이 정한 ‘제3자’에서 제외되는데, 가해자가 하수급인이더라도 직·간접적인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 내에서 업무에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면 그러한 업무상 재해에 대한 최종 보상책임을 근로복지공단이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내지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경우를 가해자가 원수급인인 경우와 달리 취급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건설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이 여러 차례의 도급에 의하여 시행되는 때에는 하수급인에게 고용된 근로자가 하수급인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 하수급인은 ‘보험료징수법 제9조 제1항에 의한 보험가입자인 원수급인과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 제1항이 정한 ‘제3자’에서 제외된다.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다204666 판결) |
'산재와 산업안전 > 산업재해보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리 흄(요리 매연), 폐암, 그리고 증명책임의 전환> (0) | 2022.05.10 |
---|---|
<업종별 산재보험료율과 종합소득세율구간> (0) | 2022.03.14 |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4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제3자’의 의미 (0) | 2022.03.07 |
<근로복지공단의 요양업무처리규정 제8조에 정한 의료기관의 지정을 취소하거나 진료를 제한하는 처분사유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0) | 2022.02.28 |
<산재보험급여 중 유족급여가 고유재산임을 확인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0) | 202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