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막론하고 법률가에 대하여는 싸늘한 시각이 보통입니다. 그 이유는 법률가들이 돈을 버는 경우 중에서 합법보다 편법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합법인 경우는 송사에 등장하지 아니합니다. 편법과 위법의 사이에 존재하는 다툼이 송사로 이어집니다. ‘법인격부인론’도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법인격부인론이란 글자 그대로 특정한 사안에 한하여 법인격을 부인하여 법인격의 배후를 실체로 간주하여 법률적인 효과를 부여하는 이론입니다. 민법상 권리남용금지라는 추상적 이론에 근거한 것이며, 대법원은 사인 간의 법률행위에 정면으로 법인격부인론을 수용하였습니다. 추상적인 이론에 근거한 경우이기에, 법인격부인론은 당연히 적용에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법인격의 남용이라는 폐단을 막으려고 적용의 남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에서 법인격부인론이 인용된 사안(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다13690 판결)은 빚쟁이들에게 빚을 떼먹으려고 신설법인을 설립한 경우에, 그 신설법인도 빚을 갚아야 한다, 즉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어서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신설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개의 법률이론과 마찬가지로 그 내용 자체는 다분히 건전한 상식을 수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이론이 사회보험료에도 적용이 되는가 문제입니다. 가령, 갑법인이 사회보험료를 떼먹으려고 을이라는 법인을 신설하는 경우에 건강보험공단이 을법인에게 갑법인이 떼먹은 사회보험료의 체납처분을 할 수 있는가의 문제입니다. 이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이 비록 국세청과 같은 계좌추적권은 없지만, 국세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강제징수를 할 수 있는데, 법인격부인론을 들고 나와서 신설법인의 재산을 털 수 있는가의 문제로 귀결이 됩니다.
○이 문제는 노동법 분야에서 아직까지는 전문적으로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이미 실시가 되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산재보험료를 징수하는 근로복지공단은 다음 울산지법의 판결문에서 보듯이 법인격부인론을 근거로 신설법인에 고용산재보험료의 강제징수를 하고 있으며, 법원에서도 합법이라고 판시(울산지방법원 2013. 4. 18. 선고 2011고단5049 판결)를 했습니다. 실무상 근로복지공단이 법인격부인론을 들고 나오기까지는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당해 법인의 주소를 방문하여 실제 운영의 실태를 치밀하게 조사를 거친 다음에 비로소 적용합니다.
○그럼 누구나 여기에서 의문을 가집니다. 사회보험공단보다 훨씬 ‘끗발’이 센 국세청은 법인격부인론을 근거로 신설법인에게 체납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가의 문제가 바로 그것입니다. 대법원은 실질과세의 원칙을 들고 가능하다고 판시(대법원 2012. 1. 19. 선고 2008두8499 전원합의체 판결)를 했습니다. 실질과세의 원칙이나 법인격부인론이나 결과적으로 신설법인에게 징수를 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고 양 원칙도 추상적인 법원칙이기에 해석에 따라 둘 다 가능합니다. 대법관들이 법인격부인론을 들고 나오면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질과세의 원칙을 들었다는 추론을 해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81조(보험료등의 독촉 및 체납처분) ① 공단은 제57조, 제77조, 제77조의2, 제78조의2 및 제101조에 따라 보험료등을 내야 하는 자가 보험료등을 내지 아니하면 기한을 정하여 독촉할 수 있다. 이 경우 직장가입자의 사용자가 2명 이상인 경우 또는 지역가입자의 세대가 2명 이상으로 구성된 경우에는 그 중 1명에게 한 독촉은 해당 사업장의 다른 사용자 또는 세대 구성원인 다른 지역가입자 모두에게 효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② 제1항에 따라 독촉할 때에는 10일 이상 15일 이내의 납부기한을 정하여 독촉장을 발부하여야 한다. ③ 공단은 제1항에 따른 독촉을 받은 자가 그 납부기한까지 보험료등을 내지 아니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이를 징수할 수 있다. ④ 공단은 제3항에 따라 체납처분을 하기 전에 보험료등의 체납 내역, 압류 가능한 재산의 종류, 압류 예정 사실 및 「국세징수법」 제41조제18호에 따른 소액금융재산에 대한 압류금지 사실 등이 포함된 통보서를 발송하여야 한다. 다만, 법인 해산 등 긴급히 체납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⑤ 공단은 제3항에 따른 국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압류한 재산의 공매에 대하여 전문지식이 필요하거나 그 밖에 특수한 사정으로 직접 공매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한국자산관리공사”라 한다)에 공매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공매는 공단이 한 것으로 본다. ⑥ 공단은 제5항에 따라 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매를 대행하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수료를 지급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에서는 매년 정산대상 사업주를 선정하여 사업주가 제대로 임금총액을산정하여 성실히 보험료를 신고·납부하였는지를 조사하여 부족액을 징수하고 있고, 특히 2005년 이후 일부 사업주들이 축소 보험료 신고에 따른 징수를 피하기 위해 기존법인을 위장 폐업하고 신설 법인을 설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험료를 면탈하자 신설법인을 상대로 보험료 부과처분을 하였고 법원에서는 법인격부인론 등의 논거로 근로복지공단이 신설 법인을 상대로 한 보험료 부과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울산지방법원 2013. 4. 18. 선고 2011고단5049 판결[업무상횡령, 사기, 사기미수]의 판결문의 일부 중에서)
원심은,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이어서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신설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음을 전제로 그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5다13690 판결의 법리를 원용한 다음, 기존회사인 주식회사 甲(이하 ‘甲’이라고만 한다)과 신설회사인 피고회사 사이에 탄화코르크를 이용하여 벽면녹화 사업을 하는 사업목적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점, 신설 당시 甲의 본점소재지가 피고회사의 본점소재지인 ‘파주시 소재 건물 1층’의 일부분으로 되어 있는 점, 피고회사의 설립 당시 발기인으로 甲의 대표 乙과 그 친형이 포함되어 피고회사 발행 주식 중 절반 이상을 인수하였고, 乙의 동생은 감사로 재직하였으며, 乙을 포함한 甲의 임직원 전부가 일정기간 피고회사의 피용자로 근무하는 등 인적 구성이 동일․유사한 점, 포르투갈에서 개최된 컨퍼런스에서 피고회사를 대표하여 乙이 탄화코르크보드를 이용한 벽면녹화에 대하여 발표를 한 바 있고, 피고회사가 甲이 진행한 벽면녹화 사업을 자신의 시공실적으로 홍보하였으며, 특히 甲이 주된 거래처를 피고회사에게 이전한 사정도 알 수 있는 등 사업의 연결성이 뚜렷한 점 등을 고려하여, 甲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피고회사를 설립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중략~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대법원 2021. 3. 25. 선고 2020다275942 판결 손해배상)
실질과세의 원칙 중 구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실질귀속자 과세의 원칙은 소득이나 수익, 재산, 거래 등의 과세대상에 관하여 귀속 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가 따로 있는 경우에는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귀속 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을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자를 납세의무자로 삼겠다는 것이고, 이러한 원칙은 구 지방세법(2005. 12. 31. 법률 제784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82조에 의하여 지방세에 관한 법률관계에도 준용된다. 따라서 구 지방세법 제105조 제6항을 적용함에 있어서도,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귀속 명의자는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하여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가 따로 있으며, 그와 같은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위 규정의 적용을 회피할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당해 주식이나 지분은 실질적으로 이를 지배·관리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아 그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경우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주식이나 지분의 취득 경위와 목적, 취득자금의 출처, 그 관리와 처분과정, 귀속명의자의 능력과 그에 대한 지배관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세법과 관련하여 법인격을 부인한 사례는 흔하지 않으며, 일부 법인격부인론을 근거로 배후자에게 과세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한 하급심 판결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대로 조세는 ‘실질과세의 원칙’, 사회보험료는 ‘법인격부인론’을 각각 근거로 하여 국민의 조세공과금을 정부가 합법적으로 뜯어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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