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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재해보상

<사용자의 근로자 보호의무, 그리고 소멸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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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뜸하지만 과거에는 유행가 가사 속의 사랑은 만병통치약이었습니다. 사랑은 불보다 뜨겁고 영원하며, 변하지 않는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유행가가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습니다. 걸그룹의 폭발적 분출의 계기가 된 핑클의 데뷔곡이 영원한 사랑이었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그러나 이혼사건이 넘치는 것을 보면 사랑이 영원하다는 말은 민망합니다. 그리고 사람 자체가 영원하지 않습니다.

 

권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유권을 제외한 권리는 언젠가는 생명체처럼 소멸합니다. 이렇게 권리가 소멸하는 시간을 소멸시효라고 합니다. 민법 제162조 제1항은 채권은 10년이라는 시효로 소멸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채권이 10년이라는 소멸시효에 걸리는 것이 아닙니다. 상사채권은 딱 5년입니다. 상법상의 회사, 즉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같은 회사가 하는 행위는 상행위로 보고, 5년이라는 상사시효에 걸립니다(상법 제5조 제2항 및 제64).

 

대법원은 이러한 상법 규정의 취지를 따라 속칭 나이롱환자가 부당하게 보험금청구를 한 것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소멸시효를 민법상의 원칙인 10년이 아니라 5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린다고 판시(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69354)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근로자가 사용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즉 근로계약상 채무불이행인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소송에서 5년이 아닌 10년이라는 소멸시효를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원심에서는 위 나이롱환자사건처럼 5년의 소멸시효를 인정한 것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입니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의 이론적 근거는 1).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한다는 정책적 취지와, 2).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는 반드시 영리를 목적으로 할 것을 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각각 전제로 한 것입니다. 상법상의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활동하는 상법상의 상인이며,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입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의 사용자는 상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 점을 전제로 대법원은 논거를 전개한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의 대상인 사건은 근로자인 원고가 피고를 상대로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상해를 입은 것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전형적인 산업재해 사건입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사용자가 반드시 상인이라거나 회사일 것을 요하지 않는 것과 이론적 궤를 같이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왜 사업주가 보호의무를 부담하는가입니다. 임금과 같은 대가를 지급하였음에도 보호의무까지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정책적인 것입니다. 근로자를 고용하여 사용자는 돈을 벌기에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하다가 상병을 입는 것도 광의의 대가관계가 있다고 보아 보호의무를 인정하는 것이며, 근로자의 과실에 관계없이 보상책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이러한 무과실책임을 보상책임이라 하며, 산업안전보건법상의 무수히 많은 사용자의 의무는 보호의무를 구체화한 것입니다. 보호의무와 보상책임, 그리고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사용자의 의무는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근로자는 이에 상응하여 단순히 근로제공의 의무를 넘어 충실근로의무가 인정됩니다.

<민법>
162(채권, 재산권의 소멸시효) 채권은 1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채권 및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은 20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741(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상법>
5(동전-의제상인)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본다.
회사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전항과 같다.


64(상사시효)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


169(회사의 의의) 이 법에서 회사란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을 말한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대법원 1999. 2. 23. 선고 9712082 판결,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44506 판결 등 참조). 한편 상법 제64조에서 5년의 상사시효를 정하는 것은 대량, 정형, 신속이라는 상거래 관계 특성상 법률관계를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상인으로서 영업을 위하여 근로자와 체결하는 근로계약이 보조적 상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사용자가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인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에게 손해를 입힘으로써 발생한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와 관련된 법률관계는 근로자의 생명, 신체, 건강 침해 등으로 인한 손해의 전보에 관한 것으로서 그 성질상 정형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근로계약상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0년의 민사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05. 11. 10. 선고 200422742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270876)


보험회사가 보험수익자인 피고를 상대로 보험계약자 겸 피보험자인 A의 과잉입원을 원인으로 수령한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을 구하는 사안에서,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상행위에 해당하는 이 사건 각 보험계약에 기초한 급부가 이루어짐에 따라 발생한 것일 뿐만 아니라, 상법이 보험금청구권의 소멸시효를 3년이라는 단기로 규정한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둘러싼 분쟁도 상거래 관계와 같은 정도로 신속하게 해결할 필요성이 있으므로 5년의 상사 소멸시효기간에 걸린다.
(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9269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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