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근로자에게 당근과 채찍을 줍니다. 전자의 예는 임금이고, 후자의 예는 징계입니다. 그런데 임금은 협의 내지 고유한 의미의 임금이 있고, 광의의 임금이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근로의 대가가 협의의 임금이고, 후생복지는 광의의 임금입니다. 후생복지는 금전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고, 식사나 해외연수 등의 현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후생복지의 질적 차이는 현실에서 기업의 규모에서 갈립니다. 주로 대기업에서 지급하는 후생복지의 하나가 해외연수이며, 청년들이 대기업의 취업을 갈망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외연수는 글자 그대로 연수로서 근로는 아닙니다. 그러나 기업이 근로자에게 놀고먹으라고 거액을 들일 이유는 없습니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회수를 하려고 합니다. 광의의 대가관계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공짜로 근로자에게 거액이 소요되는 해외연수를 보내는 것은 배임죄까지는 아니라도 모럴해저드 시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무늬만 ‘해외연수’이고 실제로는 ‘해외근무’인 경우도 존재합니다. 양자의 현실적인 차이는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규정하는 위약예정의 금지가 적용되는가 여부입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여 ‘근로계약’인 경우에 한하여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의 예정 약정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해외연수는 일정한 지식을 습득하거나 학업을 이수하는 경우입니다. 광의의 근로라고 볼 수는 있지만, 직접적으로는 근로제공을 위한 연수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의 ‘근로계약’은 아닙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해외연수에 대한 대가로 의무재직기간을 설정합니다. 거액을 들여서 해외연수를 보내줬는데, ‘본전을 뽑기도 전에’ 해당 근로자가 퇴사를 한다면 기업으로서는 여간 낭패가 아닙니다. 그래서 기업이 의무재직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오히려 보통입니다. 이러한 의무재직기간의 설정은 강제근로약정이 아닙니다. 근로자는 해외연수 자체를 포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다52222 판결)도 해외연수(위탁교육의 경우) 후에 의무재직기간 근무 불이행시 교육비용을 반환토록 한 약정의 효력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런데 의무재직기간 중에도 교육비용이 아닌 임금을 지급한 경우는 사정이 다릅니다. 기업체의 규정상 위탁교육기간 중에도 정상급여를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경우, 위탁교육 후의 의무재직기간 근무 불이행시 그 급여를 반환토록 한 약정의 효력은 근로기준법 제20조 소정의 위약금 약정 금지에 반하여 무효입니다(위 대법원 판례). 비용의 반환이냐, 아니면 임금의 반환이냐에 따라 결론이 갈린 것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2다208755(반소) 판결)는 위 판례와는 달리 해외 파견근무, 즉 해외근무의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비용반환청구가 아닌 임금반환청구의 사례가 됩니다. 사안은 공기업과 공기업에 근무한 근로자의 해외 파견근무(국제기구에 근무) 시에 의무재직기간(근로기간)을 설정한 경우의 국제기구 파견근무 후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파견비용의 반환을 청구한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기존의 법리에 따라 해외 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사용자의 업무상 명령 내지 필요에 따라 근로장소를 변경하여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경우’, 즉 해외근무인 경우에는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사유로 임금 이외에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이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법리적으로는 해외연수와 해외근무가 구분이 가능하지만 현실에서는 양자가 혼재되거나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여기에 대하여 ‘근로자의 해외 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위탁교육훈련이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상 명령 내지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장소를 변경하여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러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도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사유로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역시 무효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라고 판시하여 해외 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에 따라 구분할 것을 주문하였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0조(위약 예정의 금지)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대법원 판레> 근로기준법 제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불이행한 경우,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서 더 나아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면, 근로자로서는 비록 불리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더라도 근로계약의 구속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다. 위 규정은 그와 같은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을 금지함으로써, 근로자가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근로의 계속을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며, 불리한 근로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려 함에 취지가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위탁교육훈련 과정에서 임금과 비용을 지급 내지 부담하면서 일정한 의무근로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받기로 약정한 경우,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반환하도록 한 부분은 근로기준법 제20조에서 금지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이 아니므로 유효하다. 하지만 임금의 반환을 약정한 부분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한 임금을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으로, 실질적으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을 예정하는 계약에 해당하여 근로기준법 제20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또한 근로자의 해외 파견근무의 주된 실질이, 연수나 위탁교육훈련이 아니라 사용자의 업무상 명령 내지 필요에 따라 근로자가 근로장소를 변경하여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한 것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보인다면, 그러한 해외근무기간 동안 임금 이외에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도 장기간 해외근무라는 특수한 근로에 대한 대가이거나 업무수행에 있어 필요불가결하게 지출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경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의무근로기간 위반을 사유로 지급된 금품이나 들인 비용을 반환하기로 하는 약정 역시 무효이다(대법원 2004. 4. 28. 선고 2001다53875 판결 참조).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2다208755(반소)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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