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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붕어빵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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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밤, 찜통호빵, 그리고 붕어빵은 겨울철의 대표적인 군것질거리였습니다. 2자는 이미 소멸이 사실상 확정된 상태이고, 후자도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2자가 사라진 것은 거의 돈 때문이며, 후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군밤은 땔감비용의 감당이 어려워서 군밤장수가 사라졌습니다. 호빵이라 다를 것이 없습니다. 과거와 달리 구멍가게 등 호빵을 파는 사업장에서 연탄의 보관이 용이하지 않은 등의 이유로 호빵용 연탄찜통이 사라졌고, 연탄 대신 사용하는 전기스팀의 연료비가 호빵의 소비자가격을 초월했기에 역시 사라졌습니다. 그럼 붕어빵은 왜 사라지고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붕어빵도 돈 문제가 가장 큽니다. 그리고 실정법위반이라는 문제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붕어빵을 만들어서 팔려면 불법의 강을 건너야 합니다. 일단 붕어빵은 먹는 것이기에 식품위생법상의 위생 및 시설기준을 통과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영업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영업허가는 전술한 기준 외에 임대차계약 등 그 기준을 담보할 수 있는 임대차계약서 등의 근거가 필요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부가가치세법이 규정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붕어빵은 대부분 노상에서 판매합니다. 임대차계약서 등의 근거가 있을 리가 없습니다. 동네 공터에서 무상으로 사용하면 좋지만, 남의 땅을 공짜로 쓰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보통 도로 한구석에서 붕어빵용 설비를 이용하게 됩니다. 이것을 도로법상의 도로를 점용한다고 하는데, 지자체에 점용료를 납부하여야 합니다. 영업이익이 있으면 부가가치세도 납부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이것을 다 갖춘 붕어빵 장수가 있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혹자는 붕어빵장수가 벌면 얼마나 벌겠느냐, 영세상인에게 각박하다는 비난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붕어빵장수의 경쟁자도 영세상인입니다. 햄버거나 피자프랜차이즈점, 분식점, 편의점, 동네 슈퍼 등이 경쟁자입니다. 현실에서 붕어빵장수를 지자체 등 관공서에 가장 많이 신고하는 사람들은 단연 이들 경쟁자들입니다. 군것질시장에서 이들은 극한의 경쟁자입니다. 서로를 봐줄 이유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이들은 임대료와 세금, 그리고 인건비까지 부담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불만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붕어빵장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입맛의 변화와 경쟁상품의 등장입니다. 피자, 만두, 햄버거 등 붕어빵의 경쟁상품이 넘칩니다. 그리고 이들 상품은 배달앱으로 주문이 가능합니다. 추운 겨울 날에 옷을 챙겨입고 나가서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붕어빵을 살 동기가 떨어집니다. 호구지책을 위하여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붕어빵장수를 생각할 수도 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종이봉투에 담긴 뜨끈한 붕어빵을 식혀가면서 먹는 그 옛날의 낭만을 누구나 소중히 간직할 것입니다. 그러나 붕어빵장수가 붕어빵을 만들기까지는 엄청난 난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붕어빵장수의 생존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냉혹한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혹자는 노점등록제 등을 통하여 생존의 길을 보장해주자고 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법적인 판로의 설정은 붕어빵 가격의 인상을 감내해야 합니다. 노점 붕어빵, 즉 무허가식품인 붕어빵의 가격도 이미 비쌉니다. 더 가격이 인상되면 소비자들은 외면할 것이 뻔합니다. 붕어빵의 추억은 아름답지만, 붕어빵이 직면하는 현실은 차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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