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환상의 커플’에서 극중 나상실이 상대역인 장철수와 다툼을 하는 와중에 ‘증거 있어?’하는 부분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상실이 기억상실증에 빠졌음에도 나름 똑똑한 측면을 부각시키는 장면인데, 바로 이 나상실의 대사 ‘증거 있어?’가 증명책임의 기본입니다. 다툼이 있는 경우에 주장을 하는 당사자가 증명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증명책임의 기본원칙입니다.
○증명책임은 현대 소송법체계의 산물이 아니라 다툼의 해결장치로 고대로부터 이어진 장치입니다. ‘판관 포청천’을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고, 사극에서 종종 등장하는 원님재판의 민사송사과정에서도 증명책임의 원리는 작동을 합니다. 심지어 위 드라마를 보더라도 증명책임의 기본원리는 소박한 시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수백억, 수천억이 소가인 소송에서도 증명책임의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부당해고소송이나 부당해고구제신청 등과 같은 쟁송절차에서 법원은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1). 해고 자체의 증명은 근로자가, 2). 그 해고가 정당한가 여부는 사용자가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서울고등법원 2013. 10. 16. 선고 2012누34756 판결,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해고 여부에 대한 증명책임이 특별히 중요한 것은 근로관계가 종료된 사유를 두고 실무상 근로자는 해고를, 사용자는 자진사직을 각각 주장하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입니다.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말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해고인지 여부는 실제로는 당사자의 주장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폭행사건에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임을 주장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사기 가해자이면서 피해자 운운하는 사람도 현실에서는 존재합니다. 법원의 해고에 대한 개념의 정의는 변론의 전 취지와 증거를 통하여 확정하는 것인데, 근로자가 해고라는 증명활동을 하지 못하면 법원은 해고의 사실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원고 청구기각이라는 패소판결을 내립니다.
○이렇게 해고의 증명책임은 송사의 승패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그리고 부당해고소송은 해고기간동안 임금상당액을 청구하는 청구병합의 형태가 대부분이기에, 패소한 근로자는 임금상당액과 그 법정이자를 날리는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반대로 증명책임 때문에 승소한 사용자는 목돈을 절약(?)하는 기회를 잡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송실무상 부당해고소송에서는 당사자가 주고받은 이메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부터 각종 증거자료가 수북이 쌓이면서 해고를 증명하는 소송활동을 수행하게 됩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해고 등의 제한) ①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②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모든 종류의 근로계약관계 종료를 의미하는데, 근로계약관계가 이와 같은 해고 때문에 종료하였다는 점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다. (서울고등법원 2013. 10. 16. 선고 2012누34756 판결)
근로기준법 제31조에 의하여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을 다투는 소송의 경우에는 해고의 정당성에 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사용자가 부담하므로, 정리해고에서도 사용자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비롯한 정리해고의 요건을 모두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8두44647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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