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는 대선공약은 물론 출범 당시에 모두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개혁한다고 거창하게 주창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혁 외에 공적연금의 개혁은 거의 흐지부지하거나 잔챙이 개혁에 그쳤습니다. 개혁의 방식은 대동소이했습니다. ‘개혁위원회’ 등 일정한 명칭의 비상설 외주회의체에 ‘발주’를 하고, 그 연구내용을 국민에게 발표하면서 ‘간을 보다가’, 국회에 송부를 하면 국회는 역시 국민의 눈치를 보다가 그냥 뭉개버리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이 기간에 언필칭 ‘전문가토론’ 등이 행해지고, 경총 등 경제단체, 그리고 양대 노총 등이 활발하게 자신들에 유리한 의견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청년층과 직장인 등 향후 공적연금 보험료를 납부할 집단 등도 의견을 개진합니다. 수혜집단, 즉 기득권자집단으로 이미 연금의 수혜를 받는 고령자층은 ‘용돈연금’이라면서 불만을 표출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되는 점이 있습니다. 공적연금의 대표적인 국민연금의 개혁에 대한 논의에서 변호사 등 법률가들의 목소리는 거의 청취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은 법률가의 목소리는 공적연금개혁에서 거의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뒤에서 후술합니다.
○공적연금개혁은 시골노인들이 두는 장기에서 박포장기처럼 외통수입니다. 얼마를 더 내느냐(보험료율)와 얼마를 더 받느냐(소득대체율)의 문제의 조율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사>속의 ‘재정 안정 강화안’(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과 ‘노후소득 보장안’(더 내고 더 받는 안)의 갈등은 결국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갈등으로 귀결이 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국민연금법 제88조 제3항 및 제4항의 ‘9’%라는 연금보험료율의 숫자와 국민연금법 제51조 제1항 본문의 ‘1.2’라는 국민연금상수로 결정되는 소득대체율입니다. 거창한 국민연금개혁이란 궁극적으로는 이 작은 숫자를 바꾸는 논의입니다.
○혹자는 이 숫자를 바꾸는 것이 그렇게나 어렵냐면서 힐난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수십조, 수백조를 움직이는 엄청난 숫자입니다. 미국 FRB(연준)의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에는 연준위원들이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검토하고, 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미래의 상황을 고려하여 비로소 숫자로 표시된 기준금리라는 것을 결정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FRB의 기준금리는 기축통화인 달러의 통화량을 결정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조단위를 넘어 경단위의 돈을 움직입니다.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의 결정도 수십조, 수백조의 돈을 움직입니다. 최저임금도 결국은 숫자로 표시되는 돈(최저임금)의 결정체입니다. 숫자는 이렇게나 중요합니다.
○그럼 여기에서 의문이 제기됩니다. ‘기껏해야’ 숫자를 바꾸는 것에 불과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개혁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 정답은 역시 숫자의 의미에서 추출해야 합니다. 보험료율의 인상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부담비율의 증가를 의미합니다. 국민연금법상의 근로자는 과거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서 ‘직업의 종류가 무엇이든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로 확대되었습니다(국민연금법 제3조 제1항 제1호). 보험료납부집단이 확대되고 납부액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업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준조세인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하는 것입니다.
○과거 북구유럽이 사회보장의 천국인 양 오인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반전이 있습니다. 이들 나라에서는 막대한 사회보장제도의 유지비용 때문에 국민이 버는 소득의 상당수를 조세나 준조세로 징수하였고, 그 후유증이 엄청납니다. 이들 나라의 국민은 노동의욕을 상실하고 돈을 잘 버는 기업은 국외로 탈출하는 등 기업하려는 의지 자체가 저하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이들 나라의 국민의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하는 비율이 의외로 높았던 흑역사가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의 후폭풍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당장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현대자동차가 근 30년간 공장증설을 하지 않은 것이 노동조합의 임금인상요구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기업의 운영비가 증가하면 어떤 식으로든지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 어떤 논의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국민연금법상 보험료와 소득대체율의 결정기준은 미래의 경제변수는 현재와 동일하다는 전제에서 수립한다는 점인데, 현재와 같이 출산율의 지속적인 저하, 노동인구의 지속적인 감소가 이어진다면, 미래의 공적연금의 재정은 암울하다는 점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은 미래를 전제로 수행하는 작업입니다. 과거지사를 대상으로 그 당·부당을 논하는 사법작용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변호사 등 법률가들이 배제되고, 경제학자나 정책전문가, 연금전문가, 그리고 국민연금의 연구위원 등이 각종 토론에 주로 참여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들 전문가들조차도 이익집단 간의 이해조절, 그리고 세대갈등이 필연적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의 조율이 어렵습니다. 국민연금개혁은 제로섬 게임의 성격이 있는 데다가, 현재는 물론 미래의 경제현실의 예측이 어렵기에 그렇게나 어려운 작업입니다.
<기사> 재정계산위는 18일 마지막 회의인 21차 회의를 열고 정부에 제출할 최종 보고서를 논의했다. 당초 이날 보고서를 확정할 예정이었지만 내부 이견이 불거지면서 최종안 확정을 다음주로 미뤘다. 재정계산위는 원래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2%, 15%, 18%로 올리는 ‘재정 안정 강화안’(더 내고 그대로 받는 안) 외에 소득대체율을 50%,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노후소득 보장안’(더 내고 더 받는 안)을 보고서에 모두 담으려 했다. 하지만 ‘재정 안정 강화안을 다수안으로, 노후소득 보장안을 소수안으로 적어야 한다’는 지적에 일부 위원이 반발하자 결국 최종 보고서 작성을 다음주로 미뤘다. 노후소득 보장을 지지하는 위원뿐 아니라 재정 안정 강화안을 지지하는 위원까지 퇴장하며 회의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재정계산위는 회의 직후 “보고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노후소득 보장안을 보고서에서 빼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계산위는 최근까지도 우선순위를 매긴 연금개혁안을 제시할지를 두고 논의를 거듭했다. 그러다 지난 11일 복수안을 나열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혔다. 재정 안정 강화안과 노후소득 보장안을 두고 위원회 내에서 갈등이 커진 결과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 인상 폭 등과 관련해 딱 떨어지는 연금개혁안을 제시하면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재정계산위 보고서에 담긴 개혁안은 재정 안정화 방안에 무게가 실려 있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놓고 보면 재정 안정화 방안이 세 가지인 데 비해 노후소득 보장안은 한 가지라는 점에서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5/0004881531?cds=news_media_pc <국민연금법> 제3조(정의 등) ①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가 무엇이든 사업장에서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자(법인의 이사와 그 밖의 임원을 포함한다)를 말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는 제외한다. 2. “사용자(使用者)”란 해당 근로자가 소속되어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를 말한다. 3. “소득”이란 일정한 기간 근로를 제공하여 얻은 수입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과세소득을 제외한 금액 또는 사업 및 자산을 운영하여 얻는 수입에서 필요경비를 제외한 금액을 말한다. 4. “평균소득월액”이란 매년 사업장가입자 및 지역가입자 전원(全員)의 기준소득월액을 평균한 금액을 말한다. 5. “기준소득월액”이란 연금보험료와 급여를 산정하기 위하여 국민연금가입자(이하 “가입자”라 한다)의 소득월액을 기준으로 하여 정하는 금액을 말한다 제51조(기본연금액) ① 수급권자의 기본연금액은 다음 각 호의 금액을 합한 금액에 1천분의 1천200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 다만, 가입기간이 20년을 초과하면 그 초과하는 1년(1년 미만이면 매 1개월을 12분의 1년으로 계산한다)마다 본문에 따라 계산한 금액에 1천분의 50을 곱한 금액을 더한다. 제88조(연금보험료의 부과ㆍ징수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사업 중 연금보험료의 징수에 관하여 이 법에서 정하는 사항을 건강보험공단에 위탁한다. ② 공단은 국민연금사업에 드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가입자와 사용자에게 가입기간 동안 매월 연금보험료를 부과하고, 건강보험공단이 이를 징수한다. ③ 사업장가입자의 연금보험료 중 기여금은 사업장가입자 본인이, 부담금은 사용자가 각각 부담하되, 그 금액은 각각 기준소득월액의 1천분의 4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다. ④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및 임의계속가입자의 연금보험료는 지역가입자, 임의가입자 또는 임의계속가입자 본인이 부담하되, 그 금액은 기준소득월액의 1천분의 90으로 한다. ⑤ 공단은 기준소득월액 정정 등의 사유로 당초 징수 결정한 금액을 다시 산정함으로써 연금보험료를 추가로 징수하여야 하는 경우 가입자 또는 사용자에게 그 추가되는 연금보험료를 나누어 내도록 할 수 있다. 이 경우 분할 납부 신청 대상, 분할 납부 방법 및 납부 기한 등 연금보험료의 분할 납부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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