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선양소주!>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

 

어느 유명 먹방유튜버가 거액을 벌어들이면서 거액을 갈취하려는 무리들이 줄줄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사건의 당부는 별론으로 하고, 먹방유튜버가 존재한다는 것은 먹을 자유가 있다는 전제가 선행합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박정희 정부, 그리고 전두환 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국민에게는 먹을 자유, 그리고 마실 자유가 없었습니다. 쌀밥을 마음대로 먹을 수도 없었으며, 나아가 쌀막걸리를 마음대로 만들 수도 없었습니다. 막걸리와 더불어 대표적인 국민주인 소주의 브랜드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 경제개발시대를 배경으로 한 황석영의 소설 ‘객지’에서는 막소주가 등장합니다. 막소주는 글자 그대로 ‘막 만든 소주’입니다. 가난한 시대에 취하고픈 서민들의 주머니가 가벼운 틈을 헤집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막소주는 전국적으로 수천개의 소주제조회사의 난립을 필연적으로 초래하였습니다. 획일적 규제가 전매특허였던 군사정부인 박정희 정부는 마치 군사작전을 실시하듯이 소주용 주정을 통제하여 소주회사의 난립을 철폐하고 궁극적으로는 ‘1도 1소주회사 정책’을 목표로 ‘자도소주 구입명령제도’를 실제로 실시하였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무려 헌법재판소 판결문(헌법재판소 1996. 12. 26. 선고 96헌가18 전원재판부)에 상세히 서술되어 있습니다.

 

법원 판결문이라면 울렁증이 있는 분들을 위하여 간략히 설명하자면, 지역경제의 육성을 위하여 지방국세청장이 자도소주의 비율을 50% 이상 주류상에게 부과하고, 그 위반시에는 주류판매업허가를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제도가 자도소주 구입명령(강제)제도입니다. 한마디로, 전국 권역별로 독점하여 할거하는 지방소주제조업자의 밥벌이를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가령, 제 고향 대전을 예로 들자면, 선양소주가 1970년대 대전, 충남권을 독점하는 소주회사였는데, 이 선양소주의 구입을 소주판매업자에게 절반 이상을 강제로 구매하여야 하는 제도입니다. 스크린쿼터제의 소주판이라 이해하면 쉽습니다.

 

자도소주 구입명령제도는 자유시장에 대한 규제입니다. 당연히 시장에 대한 왜곡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초래합니다. 현실에서는 이렇게 작동했습니다. 당시 소주시장의 갑은 진로소주였습니다. 그러나 진로소주는 보기 힘들었습니다. 식당의 단골손님에게나 슬며시 건네주거나 술집의 찐단골만 마실 수 있었습니다. 그 시절 양담배나 양주에 대한 시장의 왜곡과 유사했습니다. 반면에 애주가들의 선호도가 낮는 지방주에게는 강제로 호흡기를 달아주거나 활황의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선양소주도 그 지방주 중의 하나였습니다. 선양소주가 얼마나 돈을 잘 벌었나,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시절에 전국적으로 인기를 누리던 김일 프로레슬링을 선양소주가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개최할 정도였습니다. 인기가 곧 돈인 프로스포츠를 개최했다는 것은 돈을 많이 벌었다는 방증입니다.

 

https://www.youtube.com/shorts/22mqRXvZrmY

 

 

위 헌재의 위헌 판결로 자도소주 구입명령제도는 역사 속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재벌대기업에 팔리거나 도산의 길로 갔습니다. 단지 이름만 남기고 경영진이 교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양소주라는 이름 자체가 사라져갈 즈음에 ‘선양소주’라는 브랜드로 소주가 재출시되었습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정도로 반가웠습니다. 고래가 바닷물을 우렁차게 뿜어내던 상표가 또렷이 떠오릅니다. 그 동안 맛이 떨어져도 고향소주이기에 애향심으로 군말없이 마셨던 소주인데, 이제는 맛까지 구비하여 선양소주가 유혹을 하는 것입니다. 갑자기 그 옛날, 1970년대 선양소주의 광고카피가 생각납니다.

 

물 좋은 가수원의 소주! 선양소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