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생활’ 속의 산업스파이, 그리고 영업비밀>

○유튜브의 존재로 인하여 과거 인기드라마를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드라마는 배우들의 연기력에 비하면 정말 날림수준이었습니다. 문을 닫기만 하면 벽이 흔들리는 엉성한 합판벽에, 황당한 셋트재활용에, 소품이 스리슬쩍 보이는 장면까지 날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배우들의 연기력만 빛이 납니다. 그러나 과거 드라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소재의 빈곤입니다.

 

○사극, 멜로, 반공 이 세 분야 외에는 그리 주목할 드라마가 없었습니다. 어린이드라마, 농촌드라마라는 예외적 현상도 존재했지만, 주류는 위 3가지였습니다. 21세기 넷플릭스가 한국의 안방을 침공하면서, 게다가 종편 등의 매체가 분발하면서 드라마소재도 다원화되었습니다. 드라마 자체의 퀄리티는 당연히 높아졌습니다. 요즘에는 영화같은 드라마가 흔합니다. 실은 영화보다 더 사실감이 넘치는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올렸습니다. 다음의 드라마에는 ‘산업스파이’가 등장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의 이면에는 중국 특유의 합작법인시스템이 한몫을 했습니다. 합작을 빌미로 중국당국이 합법적인 산업스파이활동을 한 것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삼성전자의 연구원 등이 산업스파이로 범죄를 저질러서 구속된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산업스파이를 처벌하는 법률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이라는 긴 명칭의 법률입니다. 산업스파이란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로서 근로자의 입·퇴사 시에 서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관행을 만들었습니다.

 

○영업비밀이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2호에서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라고 그 개념을 법정하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1). 비공지성, 2). 요비닉성(비밀로 보호할 경제적 가치)의 정보가 영업비밀입니다. 이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가 산업스파이입니다.

 

○영업비밀침해행위는 형사상 중범죄로 처벌이 되지만, 민사상 손해배상도 만만치 않습니다. 피해액이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초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속 근로자가 영업비밀침해행위, 즉 산업스파이활동을 한 경우에 대부분의 회사는 형사상 고소와 민사소송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대법원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목적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있다(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라고 손해액을 산정하는 원칙을 제시하는데,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대한 고전적인 차액설(어떤 가해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경제적 가치가 손해라는 학설)에 입각하였습니다.

 

○근로자는 회사의 이익을 증진시키는 핵심적인 인적자원 이기도 하지만, 회사의 중요한 영업비밀의 침해가능성이 존재하는 잠재적인 산업스파이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CCTV, 이메일, 휴대폰 등 외부유출수단의 보안검색 등이 새로운 인사관리의 트렌드가 된 지 이미 오래 전입니다. 물론 입·퇴사 시에 보안각서를 작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각서의 작성과 무관하게 산업스파이활동을 한 근로자는 민·형사상 엄중한 책임을 지게 됩니다.

‘사생활’ 멀티플 부캐를 자랑하는 서현이 이번에는 경찰로 변장, 산업 스파이 누명 벗기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시킨다. 11일 방송되는 JTBC 수목드라마 ‘사생활’(극본 유성열/연출 남건)에서는 차주은(서현)의 누명 벗기 프로젝트를 위해 ‘꾼 패밀리’들이 모이는 모습이 그려진다. 지난 방송에서 차주은은 김재욱(김영민)과 GK 김상만 실장(김민상)의 ‘킹 메이커’ 다큐 소재로 이용돼, 산업 기술 유포죄란 누명을 썼다. 다행히 남편 이정환(고경표)과 키다리 아저씨 한손(태원석)의 도움으로 경찰서행에서는 벗어났지만, 결국 도망자 신세로 전락했다. ‘산업 스파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누명을 쓴 주은은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기로 다짐했다. https://www.sedaily.com/NewsView/1ZAD96R7J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2.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3. “영업비밀 침해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절취(竊取), 기망(欺罔),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이하 “부정취득행위”라 한다)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는 행위 나.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다.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라.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마.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바.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영업비밀 침해행위를 금지시키는 목적은 침해행위자가 그러한 침해행위에 의하여 공정한 경쟁자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부당하게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하고 영업비밀 보유자로 하여금 그러한 침해가 없었더라면 원래 있었을 위치로 되돌아갈 수 있게 하는 데에 있다.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금지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영업비밀 보호기간은 영업비밀인 기술정보의 내용과 난이도, 침해행위자나 다른 공정한 경쟁자가 독자적인 개발이나 역설계와 같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할 수 있었는지 여부, 영업비밀 보유자의 기술정보 취득에 걸린 시간,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 침해행위자의 인적·물적 시설, 종업원이었던 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영업활동의 자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 이러한 영업비밀 보호기간에 관한 사실인정을 통하여 정한 영업비밀 보호기간의 범위 및 그 종기를 확정하기 위한 기산점의 설정은 그것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 (대법원 2019. 9. 10. 선고 2017다34981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