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은 현실을 규율합니다. 그리고 소박한 국민상식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동료들 간의 주먹다짐이 업무상 재해가 아님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말입니다! 상식만으로 해결이 된다면 법원이 필요가 없습니다. 인간사회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립과 갈등이라는 괴물이 존재합니다. 업무수행 중에 동료와 원만하게 해결되는 경우만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대립과 갈등은 기본이요, 경우에 따라서는 심한 언쟁, 나아가 주먹다짐도 있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소박한 국민상식의 나열입니다. 그런데 법관들은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지 여부가 궁금합니다. 법관도 사람입니다. 소박한 시민의 시각과 전혀 다른 시각을 지녔다면 소박한 시민이 재판을 수용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다음 판결(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다12408 판결)에서 ‘근로자가 직장 안에서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 그것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 기인한 때 또는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한 때에는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으나’라고 판시하여 동료들 간의 주먹다짐은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소박한 시민의 시각과 같은 원칙을 확인하였습니다. 법률을 떠나 주먹다짐은 개인 간의 사적 문제입니다. 물론 민·형사상 법률문제가 발생하나, 그것은 개인 간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공동작업(co-work)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동료와 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건설업과 같이 다단계 하도급구조를 지닌 경우에는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간에, 나아가 그 소속직원들 간에 다툼이 벌어지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시공방법 또는 자재의 채택 등의 문제에 있어서 다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자신들의 이해관계가 거린 경우일 수도 있고 명예가 달린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쟁이 오갈 수 있고, 격화되면 주먹다짐까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성인이 주먹다짐을 하는 것은 쪽이 팔리는 일이지만, 감정의 동물인 인간은 격분이라는 감정을 완전하게 제어할 수는 없습니다.
○대법원도 위 판결에서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여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 등의 사유로 주먹다짐이 행해지면 이것은 업무에 수반하는 행위로서 업무상 재해로 본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특히 위 판결에서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가해행위는 마치 사업장 내 기계기구 등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라고 판시한 대목을 유의하여야 합니다.
○기업이란 인적·물적 시설의 유기적 결합물입니다. 물적 설비가 재해발생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인적 설비인 동료 근로자도 재해발생의 위험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제87조(위 대법원 판결의 구 산재법 제54조)는 제3자가 산재발생의 위험원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구상제도(대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업 외부의 제3자가 위험원이 될 수 있다면, 기업 내부의 사람도 당연히 위험원이 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논거로 대법원은 동료근로자의 제3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7조(제3자에 대한 구상권)①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 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제1항의 경우에 수급권자가 제3자로부터 동일한 사유로 이 법의 보험급여에 상당하는 손해배상을 받으면 공단은 그 배상액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따라 환산한 금액의 한도 안에서 이 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하지 아니한다. ③ 수급권자 및 보험가입자는 제3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공단에 신고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 [1]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3. 12. 31. 법률 제70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규정된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 사유에 의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해 또는 사망을 말하는데, 근로자가 직장 안에서 타인의 폭력에 의하여 재해를 입은 경우, 그것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사적인 관계에 기인한 때 또는 피해자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한 때에는 업무상 사유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으나,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의 현실화로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야 한다. [2]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에 그러한 가해행위는 마치 사업장 내 기계기구 등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위험이 현실화하여 발생한 업무상 재해에 대하여는 근로복지공단이 궁극적인 보상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는 것이 산업재해보상보험의 사회보험적 내지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한다. 이에 더하여 사업주를 달리하는 경우에도 하나의 사업장에서 어떤 사업주의 근로자가 다른 사업주의 근로자에게 재해를 가하여 근로복지공단이 재해 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 근로복지공단은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3. 12. 31. 법률 제70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법’이라 한다) 제54조 제1항 단서에 의하여 가해 근로자 또는 사용자인 사업주에게 구상할 수 없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근로자가 동일한 사업주에 의하여 고용된 동료 근로자의 행위로 인하여 업무상 재해를 입은 경우에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으로서 구 산재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제3자'에서 제외된다. [3]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2003. 12. 31. 법률 제704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산재법’ 이라 한다)에 의한 보험가입자인 갑 주식회사가 자신이 시공하는 건물신축공사 중 전기공사 부분을 을에게 도급을 주었는데 작업진행과정 중 갑 회사 소속 근로자 병, 정과 을의 피용자 무가 다투게 되었고 결국 정이 무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게 한 사안에서, 건물신축 공사현장에서 작업진행방식 등에 관한 근로자들 상호간의 의사소통 부족으로 인하여 야기된 다툼으로서 직장 안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므로 업무와 위 재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다만 갑 회사가 구 산재법 제9조 제1항에 의해 무에 대해서도 보험가입자의 지위에 있는 사업주인 이상, 가해 근로자인 병, 정과 피해 근로자인 무는 보험가입자인 갑 회사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으로서 구 산재법 제54조 제1항에 규정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한 사례. (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8다12408 판결) |
○건설업은 건설공사현장이 전체적으로 하나의 위험원이 됩니다. 다단계하도급 구조에서 누가 원도급사의 근로자인지 하도급사의 근로자인지 명확하지 아니합니다. 그래서 일괄하도급제도를 통하여 전체를 하나의 위험원으로 취급합니다. 대법원 판결 속의 사안은 갑 주식회사가 자신이 시공하는 건물신축공사 중 전기공사 부분을 을에게 도급을 주었는데 작업진행과정 중 갑 회사 소속 근로자 병, 정과 을의 피용자 무가 다투게 되었고 결국 정이 무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게 한 사안입니다. 이 경우에 갑이 을, 병, 정, 무 모두를 고용했다고 이해하면 사안은 쉽게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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