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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노동법맛집, 경비원과 경비업체의 구슬픈 운명, 그리고 헌법재판소 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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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절반 내외가 공동주택에서 거주합니다. 공동주택은 빌라, 다세대주택도 포함되지만, 아무래도 아파트가 간판격입니다. 윤수일이 아파트를 부를 1980년대 초반과 달리 지금은 아파트가 공동주택의 간판을 넘어 한국 주거의 간판으로 등극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에 대한 기사는 부동산의 등락, 즉 투기(또는 투자)의 관점에서 작성된 것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아파트의 경비원과 경비업체에 대한 것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경비원과 경비업체가 노동법의 맛집인 것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로 기사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실은 이 둘은 노동법을 넘어 각종 법률의 맛집니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판례도 많습니다. ‘돈이 되는투자 기사가 아니기에 언론의 외면을 받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좋은 말로 하면 시사성이 없는 것이고 나쁜 말로 하면 돈이 되지 않는 기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주거형태 중에서 이미 대세가 된 아파트의 경비원과 경비업체에 대한 노동법, 나아가 법률지식은 상식차원에서라도 뼈가 되고 살이 됩니다.

 

경비원과 경비업체에 대한 노동법적 쟁점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구분, 감시적, 단속적 근로의 승인, 기간제법과 근로자파견법 등이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것은 이미 판례가 많이 있고, 그중에서 기사화된 것도 꽤나 많습니다. 이들 쟁점은 대부분 아파트주민의 주거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지는 않고 주로 입주자대표회의와 경비업체 등과 관련된 쟁점입니다. 그런데 노동법적 쟁점 외에 경비원의 법적 지위, 즉 공동주택관리법과 경비업법에 대한 것은 아파트입주민의 주거생활과 직접 관련이 있는 문제입니다. 특히 아파트입주민의 갑질과 관련하여 경비원의 자살이 국민의 공분과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파트 경비원은 법률적으로 경비업법상의 경비원입니다.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에서 외부의 강도범이나 절도범 등으로부터 입주민을 보호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기본적인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경비원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경비원을 단순하게 경비라는 업무만을 맡긴 아파트는 한국에서 거의 없습니다. 현실은 택배 및 우편물의 수령, 아파트화단 등은 물론 각종 시설의 수리 및 관리업무, 입주민 차량의 주차 등 관리 등 비경비업무, 즉 아파트라는 공간내부의 온갖 궂은일(헌법재판소는 이를 관리업무라고 표현합니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술한 경비원 자살사건의 배경이 된 입주민갑질은 이러한 비경비업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법률적으로도 경비업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이 충돌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다음 헌법재판소 판례(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0헌가19판결)가 해결의 기준점을 제시하였습니다.

 

경비업법 제7조는 경비원의 업무와 경비원을 고용한 경비업체의 업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나아가 경비원에게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19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필요적 경비업허가취소 사유로 규정하였습니다. 그런데 공동주택관리법상 공동주택은 그 관리를 위하여 경비원을 고용하여 통상적으로 경비업무 외의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의 보조, 안내문의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등 공동주택의 관리에 필요한 관리사무소 지원 업무 등(비경비업무 내지 관리업무)을 수행케 하고 있어 법령해석에 혼란이 발생하였습니다. 물론 아파트 경비원의 현실은 공동주택관리법상의 경비원이 맞기에, 경비업법은 거의 농담수준의 현실을 규율하고 있는 점을 헌법재판소는 주목했습니다. 경비업법에 충실하자면 한국의 경비업체는 필연적으로 경비업허가가 취소되는 황당한 현실이 됩니다.

 

이례적으로 헌법재판소는 경비업무와 비경비업무를 수행하는 아파트경비원의 현실을 지적하고 경비원에게 비경비업무를 금지하면 경비원의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였습니다. 그리고 국회는 아예 2020. 10. 20. 법률 제17544호로 공동주택관리법을 개정하여 공동주택에 경비원을 배치한 경비업자(경비업법 제4조 제1항에 따라 허가를 받은 경비업자를 말한다)는 경비업법 제7조 제5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고령근로자의 산실인 경비원의 대량실직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시설경비업을 허가받은 경비업자로 하여금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비업자에 대한 허가를 취소하도록 정하고 있는 경비업법의 관련 규정을 사설경비업을 수행하는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아

<경비업법>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경비업이라 함은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업무(이하 경비업무라 한다)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도급받아 행하는 영업을 말한다.
3. “경비원이라 함은 제4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경비업의 허가를 받은 법인(이하 경비업자라 한다)이 채용한 고용인으로서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
. 일반경비원 : 1호 가목 내지 라목의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자
. 특수경비원 : 1호 마목의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자
7(경비업자의 의무) 경비업자는 경비대상시설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이하 시설주라 한다)의 관리권의 범위 안에서 경비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며,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거나 그의 정당한 활동에 간섭하여서는 아니된다.
경비업자는 불공정한 계약으로 경비원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경비업의 건전한 육성과 발전을 해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9(경비업 허가의 취소 등) 허가관청은 경비업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그 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
1. 허위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허가를 받은 때
3. 7조 제9항의 규정에 위반하여 경비업 및 경비관련업외의 영업을 한 때


<공동주택관리법>
65조의2(경비원 등 근로자의 업무 등) 공동주택에 경비원을 배치한 경비업자(경비업법4조 제1항에 따라 허가를 받은 경비업자를 말한다)경비업법7조 제5항에도 불구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할 수 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69조의2(경비원이 예외적으로 종사할 수 있는 업무 등) 법 제65조의2 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란 다음 각 호의 업무를 말한다.
1. 청소와 이에 준하는 미화의 보조
2. 재활용 가능 자원의 분리배출 감시 및 정리
3. 안내문의 게시와 우편수취함 투입
공동주택 경비원은 공동주택에서의 도난, 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범위에서 주차 관리와 택배물품 보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 판례>
. 심판대상조항은 시설경비업을 허가받은 경비업자로 하여금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비업자에 대한 허가를 취소함으로써 시설경비업무에 종사하는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에 전념하게 하여 국민의 생명ㆍ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비경비업무의 수행이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직접적으로 해하지 아니하는 경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은 경비업무의 전념성이 훼손되는 정도를 고려하지 아니한 채 경비업자가 경비원으로 하여금 비경비업무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을 일률적ㆍ전면적으로 금지하고, 경비업자가 허가받은 시설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한 때에는 필요적으로 경비업의 허가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이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경비업법 제15조의2 2, 19조 제1항 제7호 등을 통해서도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되고,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중대하게 훼손하지 않는 경우에도 경비원에게 비경비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면 허가받은 경비업 전체를 취소하도록 하여 경비업을 전부 영위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시설경비업을 수행하는 경비업자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
. 심판대상조항에 대해 단순위헌결정을 하게 되면 비경비업무의 수행이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해치는 경우마저 경비원의 비경비업무 수행이 허용되며, 경비업자가 경비업무의 전념성을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한 경우에도 그 경비업 허가를 취소할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위헌성을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정하는 것은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므로, 심판대상조항에 대하여 단순위헌결정을 하는 대신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고 그 적용을 중지한다.
(헌법재판소 2023. 3. 23. 선고 2020헌가19판결)

헌법불합치결정을 하면서 그 적용 중지를 명하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헌법불합치란 적용규정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배제하기 위한 판결의 하나입니다. 이 판결에는 반대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국의 거의 모든 경비업체가 문을 닫아야 하는 판결은 이미 판결이 아니고 횡포에 가깝습니다. 이 판결은 결론보다 판결 중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의 정확한 현실 인식이 빛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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