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흔히 말하는 밥벌이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생활의 터전이자 가족이라는 공간의 토대, 그리고 인생설계의 기초이기 때문입니다. 전국의 모든 학생에게 학교를 다니는 이유를 묻는다면 절대다수는 직업을 갖기 위함이라는 답변을 할 것입니다. 물론 일종의 수단인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배움 그 자체가 목적인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교육과 직업이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리고 국민경제를 창출하는 공간은 당연히 직업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기에 도리어 우스운 감마저 있는 직업에 대한 기본적인 문답은 다음 <인터뷰>에서 제시한 화두, 즉 ‘쉬었음 인구’라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쉬었음 인구’라는 사회적 현상은 교육수준의 상향표준화를 이루고 난 후에 개발도상국이 앓는 ‘중진국의 함정’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운 상태에서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계소득이 증가하면 자녀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동서고금의 양상입니다. 그래서 과잉학력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과잉학력은 직업의 미스매치의 필요조건입니다.
○사농공상, 그리고 관존민비의 유교DNA가 뚜렷한 동양은, 비록 상대적이지만, ‘펜대를 굴리는’ 사무직의 선호가 서양보다 강했습니다. 너도나도 대학을 가려는 의지가 강했기에, ‘쉬었음 인구’라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누구나 상세히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속에서는 고용노동부가 남는 일자리가 20만개가 넘는다는 내용을 확인사살하지만, 막상 청년들은 남는 일자리가 20만개 대부분에 대하여 관심을 두지 않고, ‘쉬었음 인구’로 남기를 원합니다. 인터뷰이인 박영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의 ‘제조업이 6만 개 빈 일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제조업에 매월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일자리 숫자가 나오는데 그게 6만 개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이른바 빈 일자리라고 하는 것이 스스로 그만두는 일자리하고 또 같은 거예요.’라는 대목은 구체적으로 실체를 전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눈높이를 낮춰라’고 청년 구직자에게 조언을 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고학력이 대세인 청년 구직자들은 양질의 일자리에 목을 메는 것이지, 20만개나 되는 남는 일자리를 선호하는 것이 아닙니다. 눈을 낮추라는 것은 개인의 인생에 대한 쓸데없는 훈계질이 됩니다. 막상 눈높이를 낮추라는 훈계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 자신들의 자녀가 20만개나 되는 남는 일자리에 취업을 한다면 선뜻 환영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헌법에 직업의 자유가 보장된 한국에서 남의 인생의 일부인 직업에 대하여 함부로 훈계질을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것이기도 합니다.
○과거 마오쩌뚱은 ‘하방운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은 중국이 못살던 시절이고 중국 공산당의 영이 서던 시절이었습니다. 하방운동은 기본적으로 중국 청년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운영정책입니다. 시진핑은 시대에 맞지 않는 ‘신 하방운동’을 주창하면서 중국 청년 구직자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 <기사>가 전하고 있습니다. 탕핑(躺平)이라 불리는 중국청년들의 냉소는 이미 세계적으로 중국의 위신을 깍아내리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중국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양질의 사무직 일자리는 감소했습니다. 적어도 청년들의 구직과 관련한 아픔은 한국과 중국이 일란성 쌍둥이 수준입니다. 문제는 양국 모두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슬픕니다.
<인터뷰> [캐스터]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남는 일자리가 20만 개가 넘는다고 했는데 이건 또 어떻게 봐야 할까요? [박영삼 /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 남는 일자리가 20만 개인데요. 그중에서 많이 얘기하는 것이 이제 제조업 같은 것이죠. 제조업이 6만 개 빈 일자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또 제조업에 매월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만두는 일자리 숫자가 나오는데 그게 6만 개 정도입니다. 그러니까 이른바 빈 일자리라고 하는 것이 스스로 그만두는 일자리하고 또 같은 거예요. 청년들이 일자리를 택하려고 한다면 앞으로 몇 달 뒤에 내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는데 아 그것을 제조업은 특히 집도 구해야 되고 기술도 익혀야 되는 이런 상황에서 쉽게 선택할 수가 없는 거죠. 일종의 시장이 작동한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22/0000609941?sid=102 <기사> ‘농사를 짓자’는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다. 중국의 ‘신(新) 하방(下放·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내려보낸 정치 캠페인)’ 운동을 위한 선전 프로그램이다. 청년들의 우상인 아이더우(愛豆·아이돌의 애칭)들이 화려한 의상과 조명을 포기하고 콤바인(수확기)·트랙터를 모는 모습을 보여주며 ‘농사는 영광스러운 일’이란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이 프로그램에 대해 “중국 지도부가 최근 주력하는 ‘농촌 띄우기’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대졸자도 농촌으로 내려가 경력을 쌓아야 한다” “청년들이 농촌 재생 최전선에 서야 한다”고 말하며 도시 청년들의 농촌행(行)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이에 맞춰 광둥성은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명을 농촌으로 보내는 것을 목표한다고 밝혔고, 다른 지방정부들도 매년 농촌에 수만명의 대졸자를 보내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china/2023/07/13/WOOISNDJ5ZFNJK3REOYNQGBH4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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