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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안전

<김용균과 산업안전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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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2. 10. 꽃다운 나이의 김용균 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하였습니다. 온 국민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라는 구체적인 법률의 명칭은 몰라도 재해근로자가 발생하고 그 재해정도가 중하면 사업주가 처벌받는다는 것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국민의 충격과 분노는 정치권으로 이어져서 김용균 씨의 비극 이후에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산안법의 처벌조항의 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도입이 이루어졌습니다.

 

실제로는 업무상과실치사죄도 형법상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둘 이상의 죄가 죄는 경우, 형법 제40)으로 처벌이 되지만, 다음 기사는 산안법위반의 점에 대하여만 사안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원청인 서부발전의 대표자의 진술입니다. “발전 분야에서 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설비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 현장에 있는 분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 쉽지 않았다.”는 진술을 하였다는 점을 종합하면, 전체적으로 산안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잘 몰랐다는 진술로 풀이됩니다.

 

그런데 이러한 진술은 양형은 몰라도 범죄의 성립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오히려 유죄의 자백에 가깝습니다. 그 이유는 로마 이래로 법률의 부지는 용서받지 못한다.’라는 법격언이 확립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안법의 안전조치의무는 행정법상의 의무이며, 이러한 의무는 사업주가 사업을 영위할 경우에 당연히 숙지하여야 할 의무입니다. 잘 몰랐다는 이유로 무죄가 되면 모든 사업주는 아예 알려고 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기에, 법원은 몰랐다는 피고인의 변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당연히 유죄판결을 내립니다.

 

그리고 서부발전의 안전 담당자가 직접적으로 안전조치의무를 지는 것임에도 왜 사업주까지 처벌이 되는가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산안법상의 사업주의 재해발생방지의무 내지 안전조치의무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14559 판결).’라고 판시하여 사업주의 직접적인 안전의무를 전제로 사업주를 처벌하였습니다. 결국 사업주는 산안법상의 안전의무를 지는 것임에도 그 안전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에 처벌이 불가피합니다.

 

김용균 씨는 협력업체의 근로자였습니다. 근로자파견법은 파견사업주가 아닌 사용사업주가 처벌을 받지만, 김용균 씨는 그런 경우가 아니기에 김용균 씨를 직접 고용한 협력업체의 사업주도 산안법상의 안전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라고 한다) 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위 대법원 판결).‘라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기사에서 등장하는 한국발전기술의 사업주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역시 유죄가 확실합니다.

 

산안법은 여기에서 멈추지 아니합니다. 양벌규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71조의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7834 판결)’라고 판시하여 사용자인 법인과 개인의 양벌규정을 책임주의원칙 하에 처벌을 긍정하였습니다. 사용자로서 안전의무를 이행하는데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의무를 게을리 한 경우에 처벌이 된다는 것인데, 위에서 본 것처럼 대표자가 구체적인 안전조치의무 자체를 모른다면 당연히 상당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합니다.

김용균씨는 201812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졌다. 유가족과 김용균 사망사고 대책위는 20191월 원·하청 책임자를 고소·고발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서부발전 임직원 9명과 한국발전기술 임직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청 법인도 함께 기소했다. 이들은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안전조치가 미비한 컨베이어벨트에서 점검 작업을 하도록 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대표와 백 전 대표는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았다. 김 전 대표에게는 컨베이어벨트의 물림점에 대한 방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를 한국발전기술에 제공한 혐의도 적용됐다.
김병숙 전 대표는 원청의 책임을 부인했다. 김 전 대표는 발전소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무슨 일을 했냐는 검사의 질문에 발전 분야에서 일한 적이 없기 때문에 설비에 대한 이해가 낮았다현장에 있는 분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에 뭐라고 하기 쉽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용균씨는 사고 당일 홀로 근무했다. 서부발전이 승인한 작업지침서인 석탄취급설비 순회점검지침서에는 21조 근무가 명시돼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김경재 전 서부발전 기술안전본부장은 사고가 나도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21조로 근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검사의 물음에 단독근무 때문에 사고가 난 게 아니라 업무의 편의를 위해 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취지의 답을 내놨다. 판사가 “11조 근무를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느냐고 재차 묻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컨베이어벨트 안을 점검하는 업무가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안전을 고려해 점검해야 하는데 (컨베이어벨트) 안에 들어가서 작업을 하다 사고가 나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본부장에게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6533


[1]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2]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라고 한다) 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24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14559 판결)


[1]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은 제23조 제1항에서 사업주의 안전상의 조치의무를 규정하면서 제71조에서 사업주가 아닌 자에 의하여 위 법 위반행위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법 제67조 제1, 23조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제23조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는 것이지, 단지 사업주의 사업장에서 위와 같은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2]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68조 제1, 29조 제2항에 정하여진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은 사업자임이 규정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나, 한편 위 법 제71조는 법인의 대표자 또는 법인이나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관리감독자를 포함한다) 기타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7조 내지 제70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각 본조의 벌칙규정을 적용하도록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각 본조의 위반행위를 사업자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행위자나 사업자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사업자가 아닌 행위자도 사업자에 대한 각 본조의 벌칙규정의 적용 대상이 된다.
[3] 형벌의 자기책임원칙에 비추어 보면, 위반행위가 발생한 그 업무와 관련하여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한 때에 한하여 구 산업안전보건법(2007. 5. 17. 법률 제847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71조의 양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하며,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인이 상당한 주의 또는 관리감독 의무를 게을리하였는지 여부는 당해 위반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 즉, 당해 법률의 입법 취지, 처벌조항 위반으로 예상되는 법익 침해의 정도, 그 위반행위에 관하여 양벌규정을 마련한 취지 등은 물론 위반행위의 구체적인 모습과 그로 인하여 실제 야기된 피해 또는 결과의 정도, 법인의 영업 규모 및 행위자에 대한 감독가능성 또는 구체적인 지휘감독 관계, 법인이 위반행위 방지를 위하여 실제 행한 조치 등을 전체적으로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0. 9. 9. 선고 2008783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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