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례에 따라 다르지만 ‘기관(機關)’이라는 명칭은 보통 ‘관청’과 혼용되는 경우가 많으며, 대부분 공공성을 지닌 조직을 일컫습니다. 의료법은 흔히 사용하는 ‘병원’이라는 이름이 아닌 의료기관이라는 것을 의도적으로 사용합니다. 그리하여 의료법 제3조 제1항은 ‘이 법에서 “의료기관”이란 의료인이 공중(公衆) 또는 특정 다수인을 위하여 의료ㆍ조산의 업(이하 “의료업”이라 한다)을 하는 곳을 말한다.’라고 규정하여 일반인의 언어용례와 다른 의료기관이라는 것을 법정합니다. 법전용어의 사용례에 따라 대표명사 하나인 병원을 지칭하면서 ‘병원등’이라고 표기할 수 있음에도 ‘의료기관’이라고 표기한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병원 등 의료시설의 공공성 때문이며, 직접적으로는 건강보험 때문입니다.
○건강도 인생의 일부이기에, 한국이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채택한 이상 각자의 선택에 따라 시장의 원리를 수용하면 된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타당합니다. 그러나 헌법질서는 국민의 건강권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국가의 건강권 보호의무를 헌법적 의무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권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처리할 수 없는 한계를 설정한 셈입니다. ‘병원등’이라는 명칭이 아닌 ‘의료기관’이라는 공공성이 물씬 나는 어휘를 법전용어로 채택한 것은 바로 이러한 근원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건강보험법(건보법)이 의료기관의 건강보험 강제지정제(제42조)를 채택한 것의 필연적 귀결입니다. 그런데 의료기관의 공공성은 건강보험이 담보하는 요양영역인 ‘급여’를 전제로 한 것입니다(건보법 제41조 제2항).
○급여대상, 즉 건강보험의 적용대상과 비급여대상의 구분기준은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이라고 건보법은 추상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건보법 제41조 제4항). 그런데 여기에서 당장 의문이 발생합니다. 감기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동네병원의 의사가 죽을 때까지 진료한 환자의 8~90%라는 도시괴담 수준의 이야기는 실은 누구나 아는 냉정한 현실입니다. 감기는 1 ~ 2주일 정도 끙끙 앓으면 자연치유가 되는 질병임은 누구나 인지하는 의학상식입니다. 당연히 감기는 비급여가 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그러나 감기는 급여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급여와 비급여는 반드시 법문상의 원칙과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이 아닌 의료정책의 산물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건강보험재정은 중증 질병 등 건보법이 예정한 보험사고가 아닌 경우에도 지출할 수 있기에, 적자운용의 가능성도 경고합니다. 환절기나 겨울철이면 건강한 사람이라도 걸리는 대표적인 일상질병인 감기에도 건보재정이 급여항목으로 투입된다는 것은 실은 건보제도가 보험사고에 위험대책이라는 고전적 기능이 아니라 의료비의 할인이라는 기능으로 전환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건강보험을 순수한 보험의 원리로만 본다면 감기는 비급여로 전환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정부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국민의 표가 무섭기 때문입니다. 미국식 건보제도로 운용된다면, 한국인도 당연히 감기 진료에는 거액의 진료비를 지불하여야 합니다.
○건강보험 자체가 이렇게 비정합성을 지녔지만, 한술 더 뜨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 <기사>에서 지적하는 ‘혼합급여’입니다. 이것은 글자 그대로 급여와 비급여가 혼합된 경우입니다. 민간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실손보험상품과 국영보험상품인 건강보험을 함께 소비하는 경우는 과잉진료에 따른 건보재정악화, 그리고 비급여항목의 진료비 부풀리기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낳았습니다. 급여항목만으로는 병원의 원만한 운영이 어려운 일부 병원들이 변칙적으로 급여항목을 늘리고 비용을 부풀려서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았습니다. 실손보험에 가입한 국민은 본전 생각에(보험료), 게다가 실손보험금으로 진료비를 지불하기에 비급여진료를 과감하게(?) 받습니다. 다음 <기사>에서 지적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일련의 문제입니다.
○건강보험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은 누구나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이익을 보는 계층이나 개인에 한정된 말입니다. 손해 보는 측의 입장에서는 개악이라고 격렬한 비난을 합니다. 건강보험은 전 국민을 상대로 한 사업으로 기본적으로 노인층의 과다소비와 청년층의 과소소비를 전제로 합니다. 특히 청년층은 건강보험료의 주된 납부자이기도 합니다. 갈등을 예정하는 것이 건강보험의 시스템입니다. 다른 분야의 개혁도 마찬가지지만, 역대 건강보험의 개혁작업이 좌초된 것은 수익자와 손실자의 시각이 극명히 달라서입니다. 의대증원의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보험의 개혁은 손실자의 불만을 삭이는 것이 관건입니다.
<기사> 비급여는 의사 재량권이 인정돼 병원에서 정하는 게 값이다. 그러다 보니 비급여 진료비는 최근 몇 년 새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오(O)다리 교정술 등 이른바 ‘10대 비급여’로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지난 2019년 1조 8825억원에서 2022년 2조9000억원으로 3년여 만에 1조가 늘었다. 정부는 이 돈이 모두 개원가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실손보험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이 함께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병원들은 도수치료를 할 때, 건보가 적용되는 진찰료와 물리치료비 1만 4640원과 도수치료비 20만 원을 함께 청구한다. 환자는 건보가 적용되는 진찰료와 물리치료비는 본인부담률 30%를 적용해 6252원을 내고, 도수 치료비는 전액 결제한 후 실손보험으로 돌려받는다. 환자는 한 번에 6000원 정도만 내고 부담 없이 의료서비스를 받고, 병원은 실손보험(도수치료)과 건강보험(물리치료) 양쪽에서 진료비를 받아 챙기는 식이다. 물리치료는 열⋅전기⋅초음파 등 기기를 사용하고, 도수 치료는 주로 맨손으로 하지만, 병상과 인력, 즉 물리치료사를 공유할 수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366/0000968370?sid=105 <의료법> 제2조(의료인) ①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제3조(의료기관) ①이 법에서 “의료기관”이란 의료인이 공중(公衆) 또는 특정 다수인을 위하여 의료ㆍ조산의 업(이하 “의료업”이라 한다)을 하는 곳을 말한다. ② 의료기관은 다음 각 호와 같이 구분한다.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요양급여) ① 가입자와 피부양자의 질병, 부상, 출산 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요양급여를 실시한다. 1. 진찰ㆍ검사 2. 약제(藥劑)ㆍ치료재료의 지급 3. 처치ㆍ수술 및 그 밖의 치료 4. 예방ㆍ재활 5. 입원 6. 간호 7. 이송(移送) ② 제1항에 따른 요양급여(이하 “요양급여”라 한다)의 범위(이하 “요양급여대상”이라 한다)는 다음 각 호와 같다. 1. 제1항 각 호의 요양급여(제1항제2호의 약제는 제외한다): 제4항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이 비급여대상으로 정한 것을 제외한 일체의 것 2. 제1항제2호의 약제: 제41조의3에 따라 요양급여대상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결정하여 고시한 것 ③ 요양급여의 방법ㆍ절차ㆍ범위ㆍ상한 등의 기준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④ 보건복지부장관은 제3항에 따라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할 때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질환에 대한 치료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은 요양급여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이하 “비급여대상”이라 한다)으로 정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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