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제도, 주장이든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약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부작용은 있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규제완화론은 경제활성화를 위한 만병통치약처럼 여겨지고 있고, 그에 대한 비판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어느새 규제완화론은 시대를 관통하는 파라다임이 되었다. 그러나 규제완화론은 심각한 부작용을 안고 있다.
1. 규제완화는 특혜의 이면이다.
규제는 기본적으로 법령에 의하여 특정한 행위를 규제하거나 인·허가 등의 절차를 규제하는 것을 말한다. 그 외에 시간을 지연하거나 일정한 서류를 요구하는 것처럼 법령에 정해진 것 이상으로 관청에서 규제를 하는 것도 포함한다. 그런데 규제완화론자가 주장하는 규제완화란 대부분 특정 산업이나 특정 업종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라는 것과 때로는 정부의 지원을 의미한다. 즉 경제적 장벽의 완화를 의미한다. 그렇기에 특정시점부터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그 규제완화시점 이후부터는 종전의 규제를 받던 사람보다 특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동종산업이나 경쟁산업 종사자보다 특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규제완화 그 자체가 독야청청 산업을 일구고 경제를 일으킬 수는 없다. 법령의 개폐나 제도의 변경이 규제완화의 핵심인데, 추상적인 법령개폐나 제도변경으로 거대한 공장이 세워지고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막이나 극지방에서 규제완화를 했다고 공장이 세워지고 물류센터가 세워지는 것은 아니다. 강원도 산간에 아무리 규제를 완화해도 산업이 태동되지는 않는다. 지방의 산업단지 중에서 놀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규제완화와 더불어 인적, 물적 인프라의 공급이 병행되어야 규제완화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한다. 인적, 물적 인프라는 결국 국가의 세금이거나 국민의 도움을 뜻한다. 실은 규제와 규제완화 모두 국회, 행정부 등 공공영역의 도움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규제완화란 특혜일 수밖에 없다.
2. 규제와 규제완화는 천태만상이다.
부동산 투기꾼이 주장하는 규제완화란 투기의 자금조달의 완화와 부동산전매의 용이화, 그리고 조세의 경감을 말하는 것이다. 봉이 김선달처럼 돈을 벌게 해달라는 것이다. 향락산업이나 도박산업 등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주장하는 규제완화라는 것도 대부분 그런 것이다. 공해유발산업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천태만상의 산업이 있는데 일률적으로 규제완화를 한다는 것은 규제의 선별기능을 포기한다는 의미다. 30년의 여객선 선령제한을 20년으로 완화한 비극이 세월호 침몰이다. 각종 안전사고의 본질에 대하여 언론들은 일제히 ‘인재’라고 풀이한다. 그 ‘인재’의 본질은 규제의 핵심인 감독의 불철저에 기인하는 것이다. 치안질서의 유지도 광의의 규제에 해당한다. 규제가 없다면 야경국가로 회귀하는 것이며, 행정수요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다. 행정규제기본법상의 규제영향평가를 규제의 신설 및 강화의 경우뿐만 아니라 규제완화의 경우에도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사람치고 리스트로 정리된 규제완화를 제시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 어느 법, 어느 조항의 어떤 규제가 문제라는 식의 구체적인 규제를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그 이유는 상당수 규제완화의 실질이 전술한 특혜의 부여이거나 공권력의 작용을 무력화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때, 공정거래법상의 출자총액제가 대기업 투자의 걸림돌이라고 하면서 이것의 폐지가 규제완화의 핵심이라고 마치 유행가처럼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었다. 마침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출자총액제를 폐지했지만, 그 이유로 대기업의 투자가 폭증했다는 사례는 전혀 없었다. 그리고 당시 박희태 국회의장이 대기업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일화가 있다.
3. 규제완화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어느 저명한 경제학 교수가 규제완화에 대한 칼럼을 썼다. 중국이 급성장해서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얼마 되지 않기에, 한국경제의 앞날은 어둡다, 그래서 국가는 기업의 도약을 위하여 규제를 대폭적으로 완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신성장동력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이 말은 마치 앵무새가 읊어대는 것처럼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이 사람이 하고 저 사람이 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이런 말들은 한국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는 위험한 발언이다. 먼저 중국이 급성장한 배경을 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하듯이 중국의 비약적인 성장은 지적 재산권의 약탈과 중국 정부의 자국 기업에 대한 맹목적인 지원에 기인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문제다. 수출중심의 한국경제는 지적 재산권을 보호하지 않으면 지탱하기 어렵다. 중국과의 합작을 법률로 강제하고 그것을 빌미로 기술을 탈취하는 고약한 행태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인독재가 법치위에 군림하여 자국 기업을 맹목적으로 지원하는 중국의 행태가 제일 큰 문제다. 지금 세계는 FTA 중심의 무역체제가 형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FTA에는 외국기업의 차별금지를 담고 있으며, 그것을 담보하기 위한 ISD 소송이라는 엄청난 무기가 담겨있다. 중국처럼 강력한 내수와 수출수요가 있기에 ISD 소송의 위력이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만약 한국에서 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자국기업만을 신성장동력 육성의 명목으로 규제완화를 했다가는 국가재정이 거덜날 수가 있다.
4. 실정법상의 규제완화의 도외시
기업활동 규제완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사람 중에서 위 법률을 주장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이 법은 기업에서 너무나도 규제완화를 부르짖자 아예 규제완화를 법률로 보장한1특별법이다. 그것도 무려 김영삼 정부 시절에 통과된 법이다. 이미 규제완화는 법률로 보장이 되어 있음에도 무슨 규제완화가 또 필요한가!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어느 대통령이 마다를 하는가! 지구상에서 국민이 돈을 벌게 앞장서지 않는 정부가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모든 국민은 이기적 속성이 있다. 돈이 되면서도 환경오염, 교통혼잡, 지가앙등, 인구과밀 등의 부작용을 배제한 기업만을 유치하려고 한다. 그러한 법률이 인간세계에 과연 존재하는가! 정부가 채택할 것은 결국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며 순기능과 역기능의 조화로운 선택에 있는 것이다. 이익이 나는 상황은 부득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그것이 인간세상의 이치다. 막연한 규제완화만을 들고서 무슨 정책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는가!
5. 결 론
규제완화는 그 자체가 규제완화의 상대방에 대한 특혜를 의미한다. 규제완화를 주장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함이겠지만, 규제완화는 그 의도와는 달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때로는 엄격한 규제가 요구되는 경우도 있다. 규제완화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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