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도 그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보험의 원리가 적용됩니다. 그러나 국영보험이라는 특성상 일반 민영보험과는 다른 원리가 적용됩니다. 민영보험은 고의에 의한 보험사고를 내면 보상을 하지 않습니다(상법 제732조의2 제1항). 그러나 자살시도를 한 국민은, 즉 고의로 보험사고를 낸 국민도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무과실책임의 원칙). 민영보험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보험 자체가 실효하지만, 건강보험은 공단부담분은 시민이 부담할 뿐 실효제도의 적용은 없습니다.
○민영보험은 보험자대위권이라는 제도의 적용을 받습니다. 보험수익자 등이 이중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보험보상을 받은 경우에 보험자, 즉 보험회사가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손해를 가한 제3자 등의 권리를 취득하는 제도를 말합니다(상법 제683조). 보험자대위권의 핵심적인 내용이 구상권이지만, 그 밖의 권리도 취득합니다. 그러나 건강보험은 단지 구상권만을 취득합니다. 상법상의 보험자대위권을 그대로 적용하면, 국가가 필요이상으로 제3자의 권리를 취득하게 됨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는 상법상의 보험자대위권이 아닌 구상권을 규정합니다. 구상권의 범위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비용의 한도가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서 그 내용을 알아봅니다.
○대법원은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한 경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해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 손해배상채권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위하여 얻는 손해배상채권, 즉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에 과실상계를 한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에 들어간 비용을 한도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4다206853 판결).’라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이것의 현실적인 의미는 건강보험의 원리와 손해배상채권의 산정원리를 이해하여야 합니다.
○건강보험가입자 갑이 가해자 을에게 손해를 입었다고 가정을 합니다. 이 경우에 갑과 을의 과실비율은 3:7이고, 전손해가 100만원이라 한다면 을은 갑에게 70만원의 배상의무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건강보험공단은 전술한 무과실책임의 원리에 전손해인 100만원 상당의 치료라는 현물보상을 하게 됩니다(엄밀히 말하면 병원 등 요양기관의 치료비 중 건강보험가입자의 자가부담을 제외한 공단부분을 병원에 요양비의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지만, 이해를 위하여 단순화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비록 전손해의 보상을 하였지만, 현실적으로 구상하는 금액은 피해자 갑의 을에 대한 청구금액인 70만원에 한정한다는 것이 국민건강보험법상의 구상권의 의미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입니다. 이것은 손해배상액의 원리와 건강보험의 원리를 정확하게 설명한 판결입니다. 손해의 발생과 건강보험의 보상의 원칙은 전혀 별개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구상권) ① 공단은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사유가 생겨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경우에는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 한도에서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를 얻는다. ② 제1항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 제3자로부터 이미 손해배상을 받은 경우에는 공단은 그 배상액 한도에서 보험급여를 하지 아니한다.
<상법> 제682조(제3자에 대한 보험대위) ① 손해가 제3자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그 지급한 금액의 한도에서 그 제3자에 대한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취득한다. 다만, 보험자가 보상할 보험금의 일부를 지급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②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의 제1항에 따른 권리가 그와 생계를 같이 하는 가족에 대한 것인 경우 보험자는 그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다. 다만, 손해가 그 가족의 고의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732조의2(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 등) ①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에서는 사고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② 둘 이상의 보험수익자 중 일부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사망하게 한 경우 보험자는 다른 보험수익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책임을 면하지 못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행위의 피해자에게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이라고 한다) 보험급여를 한 경우 그 급여에 들어간 비용의 한도에서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얻는다(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 제1항, 2011. 12. 31. 법률 제111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에는 제53조 제1항). 이는 건강보험 보험급여를 받은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음으로써 이중의 이익을 얻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므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해자를 대위하여 얻는 손해배상채권은 피해자의 전체 손해배상채권 중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으로 한정된다. 따라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의 과실이 경합한 경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해자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손해배상채권액은 전체 손해배상채권이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대위하여 얻는 손해배상채권, 즉 건강보험 보험급여와 동일한 사유에 의한 손해배상채권에 과실상계를 한 범위 내에서 보험급여에 들어간 비용을 한도로 산정하여야 한다. |
'4대보험 > 건강보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동산공시가격의 인상과 건강보험료> (0) | 2020.11.04 |
---|---|
〈구 정신보건법령상 시설기준 위반을 이유로 한 부당이득징수처분 사건〉 ( 대법원 2020. 3. 12. 선고 2019두40079 판결 [요양급여비용환수처분취소] ) (0) | 2020.10.24 |
<2020년 건강보험료의 인상> (0) | 2020.09.21 |
<코로나19 검사비용과 미국의 민낯 ;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0) | 2020.09.15 |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이른바 사무장 병원의 개설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 상당 금액의 부당이득 반환 내지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사건] (0) | 2020.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