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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황춘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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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원조 책받침스타브룩 쉴즈는 10대 때부터 배우로서 인기가 하늘을 찔렀습니다. 그러나 모델로도 정상급이었습니다.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브룩 쉴즈에 대하여 고 앙드레 김이 완벽한 모델의 몸매라고 극찬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의외로 그 대단했던 인기는 길지 않았습니다. 180센치를 넘는 그녀의 키가 너무 커서 상대역의 남배우를 맞추기가 어려웠기에 캐스팅이 불발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입니다. 톰 크루즈 같은 단신 주연급 배우들이 키에 민감한 것은 헐리우드라고 해서 다른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모델의 전성기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인지라, 그녀는 모델계에서도 차츰 외면을 받았습니다.

 

톰 크루즈는 본인이 제작을 겸하기에 생물학적으로는 이미 늙었음에도 영화판에서 생존이 가능하지만, 아무리 인기가 극강이었던 대다수의 주연급 배우들은 주조연급이나 단역급으로 내려오는 것이 전 세계 모든 영화판의 문법입니디. 당장 1970년대 멜로물을 석권했던 한진희, 노주현 등의 주연급 배우들이 이제는 할아버지 역할로 출연하는 드라마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나마 주연급 배우들은 주연의 흔적이라도 찾을 수 있지만, 단역이나 조연을 전전했던 배우들은 소리도 없이, 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부고기사도 없는 조연전문배우들도 적지 않습니다.

 

배우와 같은 연예인의 인생은 물론 비연예인의 인생은 동등합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에서는 주연배우입니다. 찌질하고 비루한 인생을 살아도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는 누구나 주연배우입니다. 각본이 없는 인생이라는 드라마에서는 인간은 주연배우일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의 숨은 기능 중의 하나가 바로 누구나 각자의 인생극장의 주연배우로 출연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튜브의 계정 자체를 ‘00TV’라고 작명하면서 아예 자신이 주연임을 강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에는 영화말미의 엔딩크레딧에나 이름을 올리던 조연전문배우는 물론 무명초의 인생, 즉 건설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이나 이혼자, 모태솔로 등의 인생도 유튜브에서는 주연이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이들은 주연으로 당당히 출연하여 자신의 리얼인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무슨 연고로 안내했는지 알 수 없지만,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황춘식도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엉성한 설정이기는 해도 1990년대를 전후한 시대적 배경을 간단한 소품으로 재현한 황춘식은 유튜버입니다. 본명이 황춘식인지도 알 수 없습니다. 유튜브 속에서 그의 직업은 없습니다. 백수이기 때문입니다. 무한반복하는 트로트리듬에 맞춰 찌질한 백수인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촬영구도상 누군가 그를 촬영하는 것 같기는 한데, 명확한 설명은 없습니다. 당시 봉고차라 보통 불렀던 승합차에서 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면과 용변을 어찌 해결하는지 설명은 없지만, 백수의 상징인 속옷차림으로 라면을 먹는 행동이 자연스럽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fgYJIL9rXw

 

 

황춘식이 착용한 잠자리안경은 실제로는 1980년대에 전성기를 누린 소품이지만, 1990년대에도 잠자리안경을 착용한 사람이 없지는 않았기에 눌러참고 볼만한 1990년대의 묘사입니다. 그 외에도 앉은뱅이책상이나 각종 잡지도 1970년대부터 유행한 소품이지만, 같은 이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장발패션은 아무래도 1990년대부터 쇠락했기에, 어색하기는 합니다. 아마도 황춘식 본인은 백수라는 점을 강조하는 패션아이템으로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독거총각, 이혼녀, 일용근로자 등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아님에도 유튜브에서는 당당히 주연으로 출연하는 것이 꽤나 재밌습니다. 이들은 공중파TV나 케이블, 종편에서조차 주연으로는 출연할 일이 없는 군상들입니다. 그러나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힘으로 당당히 인생극장의 주연배우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튜브 시청자들의 공감을 먹고 인생의 긍정에너지를 흡수합니다. 세상은 성공한 사람보다 실패하거나 평범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황춘식을 보면서 바로 자신의 모습으로 인지하고 동화합니다. 비록 일면식도 없는 황춘식이지만, 그의 유튜브의 성공을 빕니다. 백수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갈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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