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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고용 및 산재보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육아휴직’, 그리고 영유아와의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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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의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조문의 해석입니다. 조문을 통하여 요건을 추출하고 그 효과와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경우, 즉 위법의 경우에 그 효과를 검토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거칠게 말하면, 사서삼경의 글자를 해석하는 조선시대 선비의 공부와 상당히 유사합니다. 법률가들은 이렇게 창의적인 사고보다는 기존의 사안에 대하여 추상적인 법률조문을 적용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라 산업의 진흥과 경제의 발전에 직접적으로 보탬이 되는 직군은 아닙니다. 판사와 검사가 다리를 놓고 공장을 지으며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님을 연상하면 됩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법률가들의 역할은 엄청나게 중요합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을 것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인생살이에서 의견이 달라 인간관계 자체가 멀어지는 것이 비일비재한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법률가들의 존재는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법률가들은 추상적인 법률의 해석을 통하여 구체적인 사실에 대입을 통하여 궁극적 해결을 도모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가급적 법률조문은 하나의 조문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률가들의 견해가 구구하면 법률제정의 필요성이 아리송하기 때문입니다.

 

육아휴직은 보수정부, 진보정부를 가리지 아니하고 각광(!)을 받았던 저출산 대응 정책이자 모성보호제도입니다. 출산률의 지속적인 감소는 잠재성장률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 사회보험제도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육아휴직제도는 이상하게 하나의 법조문이 아닌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과 고용보험법 두 법률을 동시에 검토하여야 그 요건이 추출되는 제도입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법률가나 실무자에게 무척이나 짜증나는 제도입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1).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받은 근로자일 것, 2).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전에 피보험단위기간이 180일 이상일 것(이상 고용보험법상의 요건), 3).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일 것, 4). 모성보호의 목적이거나(모성보호휴직), 5).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 자녀 포함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일 것(양육휴직) 등의 요건(이상 남녀고용평등법’)이 필요합니다. 요건부터 시작해서 기간이나 효과 등의 상세를 알려면 두 법전을 왔다리갔다리 하면서, 거기에 더하여 각 조문의 시행령까지 습득하여야 합니다. 정말로 복잡합니다.

 

그 와중에 다음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육아휴직 중 양육휴직에 대한 사연을 쟁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육아휴직에 영유아와의 동거가 필수적인 요건인지 여부가 핵심쟁점이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당연하다고 하였습니다. 일반인의 시각으로도 서울고등법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 구체적인 이유에 대하여 서울고등법원은 명판결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빛나는 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다소 길지만, 이를 소개합니다.

 

육아휴직제도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감에 따라 모성을 보호하고 근로여성의 직업능력을 개발하여 지위향상과 복지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남녀고용평등법’(1987. 12. 4. 법률 제3989호로 제정된 것)이 이를 도입하였는데, 당초 근로여성만을 대상으로 시행된 위 법률상의 육아휴직제도와 달리, 현행 법률상 육아휴직제도는 모성보호 및 근로여성의 직업능력 개발이라는 당초의 취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자녀양육의 지원을 통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장려 및 직장과 가정의 양립, 출산장려와 아동복지 제고, 남성의 가족책임 분담과 이를 통한 실질적인 가족 내 양성평등의 달성이라는 사회적 기능까지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육아휴직의 내용을 파악함에 있어서는 우선적으로 이와 같은 육아휴직제도의 변천 취지와 기능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육아휴직신청권은 헌법 제36조 제1항 등으로부터 개인에게 직접 주어지는 헌법적 차원의 권리라고 볼 수는 없고, 입법자가 입법의 목적, 수혜자의 상황, 국가예산, 전체적인 사회보장수준, 국민정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제정하는 입법에 적용요건, 적용대상, 기간 등 구체적인 사항이 규정될 때 비로소 형성되는 법률상의 권리에 불과하다(헌법재판소 2008. 10. 30. 선고 2005헌마1156 결정 참조). 따라서 육아휴직을 전제로 한 육아휴직급여 또한 구체적인 입법에 의해 실현되는 영역이고, 입법자는 육아휴직급여를 실현함에 있어 광범위한 입법 재량을 가진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 규정된 육아휴직의 개념요소인 양육은 그 사전적 의미로 아이를 보살펴 자라게 함이라고 정의되고 있는데, 아이를 보살펴 자라게 하는 방법에는 동거하면서 직접 양육을 하는 직접적 양육과 동거하지는 않지만 경제적 후원 등을 통해 하는 간접적 양육이 있을 수는 있다. 다만 육아휴직급여는 법률이 육아휴직으로 근로제공의 기회가 단절된 근로자에게 생계비의 일부를 지급하여 직접 자녀를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원칙적으로 직접적 양육을 염두에 두고 규정된 것이다. 특히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 및 제3항은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되는 것을 육아휴직의 종료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고 경제적 지원만을 하는 경우에도 이를 육아휴직의 개념 속에 포함하게 되면 육아휴직의 범위를 획정하기 힘들게 되고, 육아휴직에서 정하는 양육의 의미를 부당하게 확대하는 결과가 초래되며, 다양한 유형의 예상되는 육아휴직급여 부당수급 행위를 막기 어렵게 된다(오늘날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 있어 다양해지고 있는 양육의 형태는 후술하듯이 동거하지 않게 된 경위의 불가피성이나 비동거의 기간등을 적절히 고려하는 방법 등을 통해 육아휴직급여 지급 요건의 해당 여부 판단에 충분히 반영할 수 있으므로, 육아휴직의 종료 사유에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가 포함된다고 하여 영유아와의 모든 비동거가 일률적으로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으로 귀결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육아휴직제도는 육아의 수단으로 휴직제도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근로자의 권리로서의 측면도 아울러 가지고 있으므로, 영유아와의 동거 없이 경제적으로 지원만 하는 경우에는 굳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더라도 근로의 단절 없이 계속 경제활동을 하면서 영유아를 양육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사실적인 측면도 육아의 범위를 판단하는 데 있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부모의 양육 방향을 정하는 최고의 지침은 자녀의 복지라는 점에 비추어 육아휴직은 영유아의 관점에서는 영유아의 복지 제고와도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영유아의 경우 부모의 직접적인 보살핌이 보다 필요하다는 점이 쉽게 간과되어서는 아니 된다), 양육에 있어 적어도 대체할 수 없는 부모와의 정서적·육체적 접촉을 통한 돌봄이 일정 부분은 존재해야 함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또한 남성 근로자의 경우에도 육아휴직이 인정되는 것은 남성의 가족책임 분담과 이를 통한 실질적인 가족 내 양성평등의 달성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남성이 실질적으로 육아에 참여하지 아니하고 경제적인 지원만을 한다면 이러한 육아휴직의 제도적 취지는 희석되고 만다.

<고용보험법>
70(육아휴직 급여) 고용노동부장관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19조에 따른 육아휴직을 30(근로기준법74조에 따른 출산전후휴가기간과 중복되는 기간은 제외한다) 이상 부여받은 피보험자 중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전에 제41조에 따른 피보험 단위기간이 합산하여 180일 이상인 피보험자에게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한다.
1. 삭제 <2019. 8. 27.>
2. 삭제 <2019. 8. 27.>
3. 삭제 <2011. 7. 21.>
1항에 따른 육아휴직 급여를 지급받으려는 사람은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 다만, 해당 기간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로 육아휴직 급여를 신청할 수 없었던 사람은 그 사유가 끝난 후 30일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
피보험자가 제2항에 따라 육아휴직 급여 지급신청을 하는 경우 육아휴직 기간 중에 이직하거나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취업을 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신청서에 그 사실을 기재하여야 한다.
1항에 따른 육아휴직 급여액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육아휴직 급여의 신청 및 지급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19(육아휴직)사업주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모성을 보호하거나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이하 "육아휴직"이라 한다)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육아휴직의 기간은 1년 이내로 한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제2항의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
기간제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의 육아휴직 기간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4조에 따른 사용기간 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6조에 따른 근로자파견기간에서 제외한다.
육아휴직의 신청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서울고등법원 판례>
지방고용노동청장이 12개월 동안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고 그중 약 8개월 동안 자녀를 어머니에게 맡긴 채 해외에 체류한 갑에게 육아휴직급여 수령 중 영유아를 양육하지 않고 해외에 체류하였다는 이유로 고용보험법 제73조 및 제74조 등에 따라 육아휴직급여 제한처분과 지급받은 육아휴직급여 중 일부의 반환명령 및 추가징수 처분을 한 사안에서,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를 받기 위한 요건으로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휴직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양육하는 영유아와 동거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고 영유아와 동거하지 아니하게 된 경우에는 육아휴직의 종료 사유에 해당하며, 갑이 불가피하고 우연한 사정으로 일시적으로 자녀와 동거하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는 없어 자녀와 동거하지 아니한 기간에도 어머니를 통해 자녀를 실질적으로 양육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자녀와의 비동거로 육아휴직이 이미 종료되어 더 이상 육아휴직상태에 있지 않았던 갑은 육아휴직급여의 수급자격이 없음에도 이와 같은 사정을 숨긴 채 해외에서 체류하는 동안 매달 육아휴직급여 신청을 하고 급여를 받았으므로, 고용보험법 제62조 및 제73조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자에 해당하여, 위 각 처분이 적법하다.
(서울고등법원 2015. 8. 28. 선고 201456002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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