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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프로야구의 FA와 영업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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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대가 하나밖에 없는 한국에 비하여 미국은 무려 4개의 시간대를 지닙니다. 거기에 더하여 서머타임을 실시하기에 시간대가 무척이나 복잡합니다. 물론 그래도 미국 시계는 어김없이 돌아는 갑니다. 미국의 시간대 중에서 중요한 것은 동부시간대(ET, Eastern Time)입니다. 정치 중심 워싱턴과 경제 중심 뉴욕이 동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미국 프로야구(MLB)의 편성시간대는 물론 트레이드 마감시간도 동부시간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매년 731일은 MLB의 자유트레이드(논 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간입니다. MLB의 트레이드시스템에 맞춰 한국프로야구(KBO)도 자유트레이드 마감시간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트레이드라는 제도를 활용(!)하여 LG전자의 근로자와 삼성전자의 근로자 간의 트레이드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당연히 역대 LG전자와 삼성전자 간에 이러한 유형의 트레이드는 없었습니다. 왜 프로야구 선수들 간에는 트레이드가 있는데, 근로자들 간에는 트레이드가 없는가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세상에는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실제로는 당연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혹자는 프로야구선수들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기에 이러한 논의가 부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로야구선수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나 모두 경제학에서는 용역(service)의 제공자로 봅니다. 경제학에서는 재화(goods)와 용역(service)을 구분하는데, 용역도 광의로는 재화로 봅니다. 그리고 사람의 용역을 제공하는 한 모두 용역으로 보며, 또한 이것은 요소시장에서 거래되는 재화로 봅니다. 따라서 양자의 엄격한 구분은 부적절한 논의입니다. 현실에서는 근로자들 간에 트레이드는커녕 동종 직종 사업체 간의 취업 자체가 법률(정확히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로 금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로자들 간에 트레이드가 금지되는 이유는 다른 이유도(물론 존재하지만) 영업비밀 때문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호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선수들의 능력은 영업비밀이 아닙니다. 프로야구단이 보유한 것이 아니라 각 선수들이 선천적, 후천적 역량입니다. 그러나 LG전자나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해당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면서 지득한 것들 중의 상당수는 영업비밀에 해당합니다.

 

모바일컨텐츠는 영업비밀(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12528 판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바일컨텐츠 해외판매업체의 해외영업부장이 협력업체가 개발한 모바일컨텐츠를 복사하여 경쟁업체에 취업하는 것은 물론 경쟁적 제휴관계에 있는 업체에 취업하는 것도 영업비밀침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3호 각목은 영업비밀침해행위 자체가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취업도 당연히 침해행위의 하나입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개발연구원이 중국업체에 취업한 경우에 일명 산업스파이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점을 상기하면 됩니다.

 

개인적 역량이 관건인 프로야구선수와 달리 기업의 영업비밀은 기업이라는 공간에서 업무수행을 하다가 지득한 기업의 영업비밀이 관건이기에 당연히 근로자들 간에 트레이드가 불가능한 상황이 있습니다. 물론 기업의 문화나 근무연한, 그리고 기업과 각 근로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달라서 어려운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IMF구제금융시절에 빅딜로 불리는 기업의 교환이 이루어진 전례를 고려하면, 근로자들 간의 트레이드는 제한적이나마 가능한 영역입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3. "영업비밀 침해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 절취(절취), 기망(기망),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이하 "부정취득행위"라 한다)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는 행위
.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대법원 판례>
[1]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조 제2호의 영업비밀은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하는 것인데, 여기서 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다는 것은 정보가 간행물 등의 매체에 실리는 등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보유자를 통하지 아니하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는 것은 정보 보유자가 정보의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하여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또는 정보의 취득이나 개발을 위해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며,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는 것은 정보가 비밀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표시를 하거나 고지를 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대상자나 접근 방법을 제한하거나 정보에 접근한 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는 등 객관적으로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인식 가능한 상태인 것을 말한다.
[2] 제휴업체들이 개발한 모바일 콘텐츠, 모바일 게임 등을 해외로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갑 주식회사의 해외영업팀장 을이 갑 회사에서 퇴직한 후 갑 회사와 전략적 제휴관계에 있는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인 병 주식회사에 입사하면서 담당업무에 사용할 목적으로 갑 회사 재직 중 사용하던 업무용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들을 복사하여 가져간 사안에서, 문서들 중 일부가 경제적 유용성과 비밀관리성이 인정되어 갑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함에도, 문서들 전부가 갑 회사의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3]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2조 제3()목 전단에서 말하는 부정한 수단은 절취·기망·협박 등 형법상 범죄를 구성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비밀유지의무 위반 또는 그 위반의 유인 등 건전한 거래질서의 유지 내지 공정한 경쟁의 이념에 비추어 위에 열거된 행위에 준하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일체의 행위나 수단을 말한다. 또한 영업비밀을 부정취득한 자는 취득한 영업비밀을 실제 사용하였는지에 관계없이 부정취득행위 그 자체만으로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를 손상시킴으로써 영업비밀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1252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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