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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자율의 함정, 그리고 사립대학 교원의 성과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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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에서 그 유래가 드물 정도로 문맹률이 낮습니다. 특정 국가를 거명하면 실례일 것 같아서 거명을 하지는 않지만, 전 국민의 상당수가 문맹인 나라가 꽤나 많습니다. 한국이 이렇게 낮은 문맹률이 교육의 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당장 헐리우드 영화에서 교도소를 다룬 영화를 보면, 죄수들이 독서를 하거나 학습을 하는 장면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도소는 죄수들이 독서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교도소 장면에서 책이 등장하는 장면도 익숙합니다.

 

1980년대까지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던 말이 대학 못 나온 설움이라는 것입니다. 지금이야 수능시험만 보면 지방의 무명 4년제 대학을 갈 수도 있지만, 과거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체 수험생의 30%4년제 대학을 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대학을 설립해주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2022년 현재, 상황은 급반전이 이루어졌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신입생충원이 되지 않아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3 교실에 대학교수가 창피함을 무릅쓰고 신입생충원에 열을 올리는 것이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닙니다.

 

그러는 와중에 사립대를 운영하는 어느 학교법인이 교원의 보수지급에 관하여 성과급적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신입생 모집실적만을 평가기준으로 하여 성과임금을 지급하였고 어느 교원(교수)이 이에 반발하여 차등지급한 성과급을 청구하는 사건이 발발했습니다. 지성인의 상징으로 불린 교원이나 그를 채용한 학교법인이나 모두 쪽팔린 상황입니다. 과거 대학을 열기만 하면 우르르 입학지원자가 넘치던 시절에 비하면 그야말로 비교체험 극과 극인 상황입니다.

 

원심은 교원의 인사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고 교원의 보수 결정에 관한 사립학교의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서 무효라고 보아 피고가 신입생 모집실적을 유일한 기준으로 성과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사립학교 자율성의 한계를 벗어나 구 고등교육법(2016. 12. 20. 법률 제143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15조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헌법상 사립학교의 자율성, 특히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 제4항의 취지에 반한다는 논거를 제시했습니다.

 

그런데 원심의 판단은 아리송합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면 성과급제를 포함한 교수의 급여체계의 결정권도 당연히 그 자율의 영역으로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무엇보다도 학생이 없어서 등록금도 없기에 학교운영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대학교수라 하여 고고한 학처럼 무조건 품위유지를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돈이 모든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교수에게 무한정한 상아탑의 자유를 보장할 수도 없습니다. 학생이 물이고 대학은 그 물위에 떠있는 배라고 보는 것이 소박한 국민의 생각입니다.

 

21세기 현재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정치적 자유보다 빵을 향한 자유, 즉 생존권이 우선시 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최근 서울시의 일련의 선거는 정치선거가 아니라 경제선거, 부동산선거, 그리고 세금선거였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원심과 달리 교육법정주의(헌법 제31조 제4)와 대학의 자율성(헌법 제31조 제4)의 취지가 사립대학 교원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 자체를 금지하는 헌법적 근거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또한 사립대학 교원에 대한 성과급적 연봉제의 지급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지도 않았기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대학교수의 시각에서는 대학교수가 영업사원도 아닌데, 더군다나 입학생의 유치를 성과급의 기준으로 보는 삼는 것은 굴욕을 넘어 대학교수의 존재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학교법인의 경영자의 시각에서는 매달 인건비를 포함하여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엄청난 경비 전액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도 아님에도 고고한 학처럼 대학교수의 품위를 유지시켜주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비판이란 대안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지방사립대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입학생을 기준으로 성과급제를 약정하는 것은 대학 자체로도 치욕스러운 일입니다. 사립학교 경영자 그 누구도 이렇게 성과급제도를 시행하려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대안입니다. 이렇게 성과급제라도 실시하는 것이 그나마 사립대의 생존방법입니다. 무척이나 슬픈 현실을 반영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한민국헌법>
31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을 포함한 교육제도와 그 운영, 교육재정 및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근로기준법>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중략
5. “임금이란 사용자가 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임금, 봉급, 그 밖에 어떠한 명칭으로든지 지급하는 모든 금품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
헌법 제31조 제4항은 헌법상 기본권으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 대학의 자율은 대학시설의 관리운영만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을 포함하여 대학의 업무 전반에 걸쳐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연구와 교육의 내용, 방법과 대상, 교과과정의 편성, 학생의 선발과 전형, 교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도 자율의 범위에 속하고(헌법재판소 1998. 7. 16. 선고 96헌바33, 66, 68, 97헌바2, 34, 80, 98헌바39 결정 등 참조), 교원의 보수에 관한 사항도 마찬가지이다.
학교법인은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근무기간급여근무조건, 업적 및 성과약정 등 계약조건을 정하여 대학교육기관의 교원을 임용할 수 있다(사립학교법 제53조의2 3항 전문). 학교법인이 정관 또는 정관의 위임을 받은 교원보수규정 등을 통해 교원의 교육연구봉사 등의 업적을 일정 주기로 평가하여 연간 보수총액을 결정하는 제도인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사립학교 교원의 임용계약은 사립학교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지만 그 법적 성질은 사법상 고용계약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법인이 누구를 교원으로 임용할 것인지, 어떠한 기준과 방법으로 보수를 지급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학교법인의 자유의사 또는 판단에 달려 있다(대법원 2008. 9. 25. 선고 200842997 판결 등 참조).
학교법인이 교원에 대하여 성과급적 연봉제를 시행하기 위하여 정관이나 교원보수규정 등에서 마련한 교원실적에 대한 평가항목과 기준이 사립학교법 등 교원의 인사나 보수에 관한 법령 또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강행규정을 위반하거나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어 교원의 보수 결정에 관한 학교법인의 권리를 남용한 것으로 평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평가항목과 기준은 가급적 존중되어야 하고, 이를 함부로 무효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11. 29. 선고 2018207854 판결 참조).
성과급적 연봉제의 지급기준이 객관성과 합리성을 잃었는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학교법인이 그 지위를 남용하여 교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기준을 정한 것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때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사립대학의 구체적인 재정상태, 교원들의 보수 수준, 특정 부분의 실적에 따라 결정되는 보수 부분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성과급적 보수의 변동이 교원 본연의 업무수행과 생계에 미치는 영향, 교원이 위와 같은 보수지급 기준에 동의하였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대법원 2022. 6. 9. 선고 2018262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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