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운전기사와 월례비>

 

클레오파트라와 예수 중에서 누가 더 연장자일까?

 

○꽤나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고 또한 틀리는 문제입니다. 정답은 클레오파트라입니다. 심지어 클레오파트라는 예수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고인이 되었습니다. 예수가 태어난 지(A.D.) 2023년이라는 오랜 시간 때문에, 게다가 중세에 이르기까지 존재했던 대제국 로마이기에, ‘고대로마’ 시대의 인물임에도 클레오파트라가 상대적으로 예수보다 윗세대의 인물이라는 점이 부각이 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한마디로 로마가 2,000년이 넘게 존재한 국가임에도, 그 오랜 세월을 간과하여 헷갈리는 것입니다. 아무튼 클레오파트라는 2,000년을 훌쩍 넘는 시간이 경과한 아직까지도 이집트를 상징하는 인물입니다.

 

○그렇게나 나이가 많은 클레오파트라의 생전에도 이집트의 기자(Giza) 지역에 있는 피라미드는 ‘고대유적’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기원전 2,500년 내외로 추정이 되는 기자 지역의 피라미드에 대하여 클레오파트라는 그 오래전에 도대체 저 엄청난 높이까지 어떻게 돌더미를 올렸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클레오파트라 사후 2,000년이 경과한 지금 시점에서도 피라미드 건축의 비밀은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피라미드를 건축하는 것은, 비록 상대적이지만, 식은 죽을 먹는 것처럼 쉽습니다. 바로 타워크레인의 존재 때문입니다.

 

○다음 유튜브에서는 ‘골조공사의 핵심을 맡고 있는 타워크레인’이라고 소개를 합니다. 현대 건축물은 대부분 철근콘크리트조 건물입니다. 따라서 골조공사는 대부분 철근콘크리트공사입니다. 결국 타워크레인과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는 찰떡궁합입니다. 그리고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와 철근콘크리트업체(일명 ‘철콘업체’)는 바늘과 실이라고 연상을 하면 됩니다. 그런데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축조하는 것은 다단계하도급 구조입니다. 종합건설사 또는 1군건설사로 불리는 건설사로부터 철콘업체가 수급을 받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리고 철콘업체는 다양한 하도급계약을 체결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9MeJe7yp74

 

○그런데 철콘업체는 공사가 없으면 공사기간 중에는 그토록 절박하게 필요한 타워크레인과 타워크레인 운전기사가 잉여물자이고 잉여인력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철콘업체는 평상시에는 이들을 채용하지 아니합니다. 타워크레인 회사가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를 일용근로자 형태로 고용하고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말이 좋아 타워크레인 회사의 고용이지 실제로는 철콘업체가 ‘사실상’ 고용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형식은 인력과 장비를 원도급건설사(전술한 종합건설사 또는 1군건설사)가 타워크레인 회사로부터 ‘임대’하여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철콘업체가 ‘월례비’라는 명목으로 타워크레인 운전기사에게 금전을 주고, 원도급건설사는 타워크레인 회사에게 임대료를 지급합니다. 그 실질은 하도급과 유사하지만, 임대료(타워크레인 회사)와 월례비(타워크레인 운전기사)를 원도급건설사와 철콘업체가 각각 지급하는 묘한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공사현장은 물론 다음 <기사>에서 등장하는 대법원 판례의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송사가 바로 이러한 현실을 전제로 합니다. 이 송사는 크게 원청인 건설사(A), 철콘업체(B), 타워크레인 회사(C), 그리고 타워크레인 운전기사(D)가 출연배우들입니다. 그리고 B(원고)와 D(피고)가 주연배우입니다. B는 A로부터 골조공사, 철근공사 등을 도급받았고, A는 C와 타워크레인에 관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C는 D에게 공사현장으로 보내 타워크레인을 이용하여 건설장비 및 골재를 운반하는 일을 하게 했습니다.

 

○D는 B에게 타워크레인 업계의 관행을 들어 시간외근무수당 및 월례비 명목으로 월 약 3백만 원의 돈을 요구하였고, B는 D에게 이를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B가 곰곰 생각해 보니, B와 A 사이에 하도급 계약이 체결된 것은 맞지만, B와 D 사이에 근로관계는 물론 월례비 지급에 대한 계약관계가 없다는 점이 께름칙했습니다. 그래서 B는 D에게 기존에 지급한 월례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이것이 <기사>에 등장하는 소송의 전말입니다. 원심인 광주고법은 물론 대법원은 일치하여 D가 B에게 급여 외에 별도로 받는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이라고 봤습니다.

 

○광주고법의 판결 이유 중의 핵심은 단연 ‘사실상 임금’이라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철콘업체와 타워크레인 회사의 관계입니다. 형식은 원도급건설사 내지 원청업체와의 임대차관계이지만, 그 실질은 철콘업체와 타워크레인 회사 간의 인력파견관계와 유사합니다. 콘크리트 타설의 실제는 철콘업체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철콘업체가 사용사업주의 지위를 지녔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불법파견의 경우에도 사용사업주의 직접근로계약관계를 긍정한 대법원 판례(현대차 사내하청, 포스코 사내하청)를 고려하면, ‘사실상 임금’이라는 광주고법 및 대법원의 결론은 실은 ‘사실상 고용’관계를 넘어 직접고용관계로 볼 여지도 있습니다. 타워크레인 회사는 철콘업체를 전제로 존재하므로, 이러한 입론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기사> 타워크레인 운전기사들이 건설현장 하청업체로부터 급여 외에 별도로 받는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이라고 본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정부는 그동안 노동자들이 하청업체를 협박해 월례비를 갈취해왔다며 이를 ‘건폭’(건설현장 폭력행위)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왔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조합원 등 노동자들을 범죄집단으로 매도해 처벌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업체들이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줄여 수익을 내고 이에 따라 안전이 위협받는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9일 전남 담양군의 한 철근콘크리트 공사업체가 타워크레인 회사 소속 운전기사 16명에게 지급한 월례비 6억5천여만원을 돌려달라고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월례비가 사실상 임금에 해당한다며 기사들이 월례비를 반환할 의무가 없다고 본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는 의미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십년간 지속해온 관행”이라며 월례비를 사실상 임금이라고 판단했다.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기사와 고용관계가 없는 하청업체로부터 매달 받는 돈이다. 공사기간을 맞추기 위한 추가 작업 등을 위해 관행적으로 지급한 일종의 수고비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646265?sid=102 • 하청업체인 철근콘크리트 업체의 타워크레인 기사들에 대한 월례비 지급은 수 십 년간 지속하여 온 관행으로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월례비는 사실상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성격을 가지게 됨. • 월례비 지급 관행, 특기시방서의 기재 등을 더하여 보면, 시공사와 원고 및 피고들 사이에는 적어도 피고들이 월례비를 지급받아야 한다는 점에 관한 의사의 합치는 있었던 것으로 보임. • 공사 현장설명서 및 시방서의 기재상 원고와 시공사들 사이에 이 사건 각 현장에 발생한 월례비를 원고가 부담하기로 하는 내용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임. • 원고는 2016년 9월 1일 피고들 중 일부에게 월례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협약서에 날인하기도 하였으므로, 원고에게 월례비를 지급할 의사가 있었다는 점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음. •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각 공사에 관한 월례비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피고들이 작업을 거부하였다거나 월례비의 지급을 강제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음. •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한 이 사건 월례비 약 300만 원은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월례비 수준인 것으로 보임. 광주고등법원 2023. 2. 16. 선고 2021나22465 판결(이 판결의 요약은 법무법인 지평에서 작성한 것을 인용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