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체계는 사용자와 근로자라는 대립적인 구조를 전제로 합니다. 일단 모든 근로자는 근로계약이라는 출구를 통하여 근로자가 됩니다. 그런데 한 번 근로자는 영원한 근로자는 아닙니다. 언젠가는 사용자가 될 수도 있고 그냥 홀로 자영업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용자의 자녀들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자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인간군상이 엮인 사회에서 일률적으로 사용자나 근로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부메랑으로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현실에서 접하는 대립적인 구조의 노동법은 노사관계가 얽히고 또 섥힌 카오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상시 5인 미만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라고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성토를 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상시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는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부당해고구제신청, 연차휴가, 각종 가산수당 등)가 제한되었는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것은 영세사업장의 사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영세사업장의 사용자는 고액연봉을 받는 사업장의 근로자보다 훨씬 못한 지위를 지니는 것이 보통입니다. 은행빚으로 간신히 경영하는 경우가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에서 근로기준법 자체가 원칙적으로 상시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규정하였습니다.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이라는 근로기준법 적용의 현실적 차이는 해고무효확인소송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부당해고구제신청은 인지대가 필요없는 행정심판입니다. 그러나 부당해고구제신청의 제척기간인 3월을 도과해도 해고무효확인소송으로 구제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5인 이상의 사업장은 정당한 해고 여부를 다툴 수 있지만, 5인 미만의 사업장은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해고가 원칙적으로 가능합니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다1418 판결).
○영세사업장의 ‘약한 사용자’를 보호한다는 취지가 왜곡되어 그 ‘약한 사용자’가 악마가 되어 ‘더 약한 근로자’를 괴롭히고 부당해고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기사> 속의 사정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하여 보수여당은 물론 진보야당도 상시근로자수 5인 미만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 또는 일부 적용을 확대하는 쪽으로 입법방향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또다시 발생합니다. 상시 5인 미만의 사업장에서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확장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가 확장된다면 영세사업장의 사용자에게는 고용 자체를 회피하려는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묘하게도 당초에 근로기준법의 적용범위를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만 적용한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비근한 예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영세사업장의 사용자가 격렬하게 반발한 경우입니다. 영세사업장은 영업이익은 고사하고 대출이자도 못 내는 한계상황인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실은 누구나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연차휴가, 각종 가산수당, 나아가 해고의 제한 등과 같은 규제를 들이밀면 차라리 사업을 접겠노라고 실망하는 영세사업장의 사용자를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상시 5인 이상의 커트라인을 설정한 것 자체가 영세사업장의 사용자는 현실에서는 고용안정과 고액연봉의 근로자가 근무하는 대규모사업장의 근로자보다 못하다는 경험적 사실을 반영한 것입니다. 근로기준법 적용범위의 확대는 최저임금의 결정에 즈음하여 상투적으로 발생하는 노사갈등이 재연될 것이 무척이나 우려됩니다. 아니 어쩌면 홍역일 수도 있습니다.
<기사>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부당한 해고·직장내 괴롭힘 등에서 보호를 받지 못한다며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라고 호소했다. 직장갑질119는 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를 열었다. 증언대회에 참석한 5인 미만 학원에서 해고된 A씨는 "원장은 법적 절차에 맞게 한 달 전 해고예고와 5인 미만 사업장은 해고가 자유롭다는 것만 이야기하면서 아무 문제 될 게 없다"며 "한 달 후 그만둘 것을 다시금 통보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사 생활하는 동안 처음 겪는 일에 너무 억울하고 납득할 수 없었지만 근로기준법은 저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사실에 그저 참담했다"고 증언했다. 근로기준법이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787215?sid=102 <근로기준법> 제11조(적용 범위) ①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과 가사(家事) 사용인에 대하여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②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이 법의 일부 규정을 적용할 수 있다. ③ 이 법을 적용하는 경우에 상시 사용하는 근로자 수를 산정하는 방법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대법원 판례1> 부당해고 등에 대한 구제절차가 진행되던 중 근로자가 같은 사유로 제기한 별도의 해고무효확인청구의 소에서 패소확정판결을 받았다면, 구제이익이 소멸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대법원 1992. 7. 28. 선고 92누6099 판결) <대법원 판례2> 구 근로기준법(2007. 4. 11. 법률 8372호로 전문 개정되기 전의 것)상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같은 법 제30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이 경우 그 근로계약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이라면 민법 제660조 제1항을 적용할 수 있게 되어 사용자는 사유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근로계약의 해지를 통고할 수 있다. 그러나 민법 제660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여 그 적용을 배제할 수 있는 임의규정이므로, 상시 4인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사용자가 근로자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해고의 사유를 열거하고 그 사유에 의해서만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해고제한의 특약을 하였다면,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민법 제660조 제1항이 아닌 위 해고제한의 특약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제한을 위반한 해고는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다1418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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