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도제, 그리고 최저임금>

728x90
반응형

 

난 너무 재미있어서 두 번이나 봤다!

-넌 겨우 두 번 봤냐! 난 네 번이나 봤다!

 

과거 1979년에 개봉된 성룡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취권에 대한 당시의 유행어가 바로 이것입니다. 너무나도 재미가 있기에, ‘취권을 몇 차례나 당시 영화관(요즘 말하는 단관극장’)에서 봤다는 사람들의 대화를 인용한 것이 아예 유행어가 되었습니다. 물론 당시 영화포스터에도 이러한 내용을 담아 대대적으로 선전하곤 했습니다. 지금 보면 그냥 허술한 B급 영화에 불과했지만, 이소룡 사후 무협영화에 대한 갈증이 성룡에 대한 폭발적 신드롬으로 이어졌습니다.

 

취권은 영화 자체만 B급은 아닙니다. 플롯도 무협소설의 클리셰를 그대로 따라했습니다. 주인공 황비홍으로 분한 성룡이 고 원소전이 분한 괴짜 고수 소화자에게 도제로 입문하여 온갖 개고생을 하면서 무술을 익힌 다음, 한국의 명 액션배우 황정리가 분한 원수 염철심에게 복수를 한다는 플롯으로 복수극이 전형적인 클리셰인 무협소설과 동일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무협지에서 복수신공을 펼치는 무술의 문외한인 주인공은 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청소, 빨래 등 온갖 허드렛일을 스승에게 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런 식의 관계는 서양에서도 도제(apprentice)와 장인(master)이라는 관계로 거의 동일하게 구현됩니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단순하게 관계 차원으로 보지 아니하고 하나의 체제로 보아 도제 시스템(apprentice-system)’으로 부릅니다. 다음 <나무위키>의 소개를 보면, 경우에 따라 수업료를 받는 장인이 있기는 했나 봅니다. 그러나 무협지에서 등장하는 무술초보자는 수업료를 지불하는 장면은 쉽게 찾기 어렵습니다.

 

도제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장인과 수업계약을 맺고 수업료를 지불하고 장인의 집에서 기거하며 일도 하면서 기술 습득을 한다. 그러므로 장인의 가정의 잡무도 자연 돌보게 된다. 따라서 도제는 장인으로부터 일상의 옷과 음식은 물론 약간의 용돈과 기술지도도 받으면서 생활을 지도 감독받는 역할을 한다.
중세 유럽 길드의 도제는 급료를 전혀 받지 않았다고 하며, 보통 7년 정도 노예 도제 생활을 하면 직인(Journeyman)이 되는데 이때는 약간의 급료를 받는다. 수공업자 길드의 경우 작품이 합격되어야 장인이 될 수 있다.
-나무위키 중에서-

 

21세기 한국에서 도제시스템은 전혀 없는가, 라는 질문이 있다면 명쾌하게 아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근로자는 경우에 따라 근로를 제공한다기보다 일을 배우는 측면이 있습니다. 가령, 미장원의 수습근로자는 일을 배우는 측면이 있습니다. 단순노동으로 불리는 건설일용근로자의 경우에도 일을 배우는 측면이 있습니다. 심지어 신규 검사나 신규 의사의 경우에도 맨투맨의 방식으로 도제처럼 일을 배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관계의 법률적 설명은 근로를 제공하고 수령하는 관계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근로자는, 특히 수습근로자는, 일을 배우는 측면이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제과점의 수습근로자가 빵을 만드는 방법을 배우다가 독립해서 제빵사가 되는 경우, 자동차공업사의 수습근로자가 자동차수리를 배우다가 독립해서 자동차공업사를 차리는 경우 등 우리 사회에서 일을 배우다가독립하는 경우는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주방보조로 일하다가 아예 식당을 차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예기획사의 로드매니저로 근무하던 사람이 연예기획사를 차린다거나, 영화감독 밑에서 조감독 생활을 하다가 유명 감독이 되는 경우 등 그 사례는 근로관계에만 한정할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은 공지의 사실 수준이므로,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일부 사용자들은 자기의 영업비밀 내지 노하우를 수습근로자들에게 전수를 했기에 돈을 받는 것이 당연함에도 오히려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 대하여 분기를 표출합니다. 다음 <기사> 속의 사연이 바로 그것입니다. ‘일을 배우는 기간이라면서 터무니없이 적은 보수, 즉 임금을 주는 사연이 바로 도제시스템의 문제를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담고 있습니다. <기사> 속의 사용자들의 항변은 일부라도 수긍할 만합니다. 그러나 수습근로자들은 달리 말합니다. 사용자들이 자선을 베푼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돈을 벌기 위하여 자신들을 열정페이로 옭아맨 것이라고 강변합니다.

 

이러한 다툼에 대하여 누군가는 결론을 내야 합니다. ‘최저임금법은 입법적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5조 제2항은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로서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사람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일반근로자의 90%)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수습, 즉 일을 배우는 근로자라도 최저임금의 10%까지만 감액할 수 있음을 규정하였습니다. 그러니까 비록 도제약정을 하더라도 최저임금의 90%는 지급을 해야 합니다.

 

다시 취권의 문제로 돌아갑니다. 청소나 빨래 등을 하는 것은 가사노동의 하나입니다. 중세의 도제가 아닌 이상 이런 류의 근로도 모두 근로시간으로 간주합니다. 가사노동자의 근로시간과 근로의 내용을 달리 정하지 않는 이상 모두 근로시간으로 간주하여야 합니다. 과거의 도제시스템은 충실히 그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노동법제를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기사> 속의 일부 사용자들은 억울함을 누르고 수습근로자에게 최저임금법이 정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합니다.

 

<기사>
일부 고용주들이 일 배우는 기간이라며 터무니없이 적은 보수를 주고 학생들을 고용하기 때문인데, 이런 일이 하도 비일비재 하다 보니 관례가 된 실정이다. 30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관할지역(대전, 세종, 충남 논산·공주·계룡·금산)에 접수된 연도별 최저임금 미준수 사례 신고건수202065202132지난해 33건이다.
이는 피해자들의 직접적 신고에 의해 집계된 사례로, 보고되지 않은 위반 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러나지 않은 최저임금 위반사례는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https://www.c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78779
<최저임금법>
5(최저임금액) 최저임금액(최저임금으로 정한 금액을 말한다. 이하 같다)은 시간ㆍ일()ㆍ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정한다. 이 경우 일ㆍ주 또는 월을 단위로 하여 최저임금액을 정할 때에는 시간급(時間給)으로도 표시하여야 한다.
1년 이상의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수습 중에 있는 근로자로서 수습을 시작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사람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최저임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다만, 단순노무업무로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 직종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제외한다.
임금이 통상적으로 도급제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형태로 정하여져 있는 경우로서 제1항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되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따로 정할 수 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