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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

<채권추심원의 근무형태의 변경과 퇴직금 청구, 그리고 효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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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현시적 선호이론을 제창한 사무엘슨 교수가 생전에 KBS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의 고도성장의 비결 중에서 군사정권시절의 효율성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독재정부는 역설적으로 경제성장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것에 도움이 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경제성장의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방법에 있어서 독재정부는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국민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효율성은 반드시 민주정부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근로자의 개념 설명에 뜬금없이 왜 효율성을 언급하는가 의아해 할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양자는 전혀 무관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 차원의 경제성장과 기업 차원의 이윤극대화라는 목표는 모두 효율성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국가나 기업이나 모두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전자는 국민 전체라는 인적 자원, 후자는 근로자라는 인적 자원의 효율성 증진이 필요합니다. 일사분란한 경영관리로 경영학의 비조인 프레더릭 윈즐로 테일러는 과학적 관리법(scientific management) 또는 과학적 경영이란 개념을 창안하여 테일러리즘(Taylorism)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까지 하였습니다. 그것의 핵심적 내용은 효율성의 증진입니다.

 

기업은 이윤극대화를 추구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는 효율성을 최대화하여야 하는데, 인적 자원인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체계화, 객관화 하여야 합니다. 법령 내에서 근무시간을 유형화하여야 할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일탈하는 근로자의 제재도 체계화, 객관화 하여야 합니다.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서는 실은 근로자의 권리의무만을 구체화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넘어 기업차원의 근무매뉴얼이라는 성격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256385)에서 등장하는 채권추심원의 근무계약도 동일한 성격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각 채권추심원의 근무형태가 제각각이라면 채권추심회사의 효율성을 저해합니다.

 

각 채권추심원에게 동일한 업무프로세스를 부여하여야 업무의 효율성이 증진됩니다. 그것은 비록 법률적으로는 근로기준법상의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은 아니라 할지라도 경영학의 관점에서 업무매뉴얼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보험설계사의 근로자성을 부정하였습니다. 그러나 근로자성이 일부나마 존재한다는 점 자체는 일관되게 긍정하였습니다. ‘특수형태근로자(일명 특고’)’라는 명칭의 새로운 유형의 근로자가 등장한 것은 기업이 효율성을 증진시키기 위하여 표준화한 업무매뉴얼도 중요한 원인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기업이 효율성을 위하여 제정한 매뉴얼은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위한 중요한 근거입니다. 기업이 일사분란하게 업무지시를 하고, 채권추심원을 통제하는 것은 근로자성 개념의 핵심적 요소인 사용종속성을 구비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채권추심회사는 채권추심업무계약이 근로자성의 핵심적 근거라는 점을 자각하고 근로자성을 완화한 위임계약을 체결합니다. 위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저간의 사정이 그 배경입니다.

 

<근로기준법>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2.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대법원 판례>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29736 판결 등 참조). 채권추심원의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소속된 채권추심회사의 지점, 지사 등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리 판단될 수 있다(대법원 2016. 4. 15. 선고 2015252891 판결 등 참조).
(대법원 2022. 9. 29. 선고 2020256385)

기업은 효율성의 극대화를 위하여 움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영활동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인적 자원에 대하여 자율성을 많이 부여하면, 근로자성은 부인되지만 효율성은 저하됩니다. 근로자성의 개념의 변화에는 이러한 상관관계가 숨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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