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동법령체계 중에서 제일 복잡하고 난해한 영역이 임금의 영역입니다. 일단 임금을 법정하고, 통상임금과 평균임금을 구분한 것이 복잡함의 시초인데, 공무원부터 대기업, 소규모 영세사업장까지 모든 임금체계는 상이합니다. 그래서 실제 임금이 통상임금인지, 평균임금인지 무수히 많은 다툼이 행해집니다.
○일반 기업에서 지급하는 ‘상여금’이라는 명칭의 금전은 임금 자체의 성격이 부정되는 경우도 있고, 상여의 성격 자체가 희박한 것도 있고, 뚜렷한 것도 있습니다. 상여의 성격을 지녔어도 정기상여금의 성격을 지닌 것도, 아닌 것도 있습니다. 물론 명칭도 성과급, 보너스, 인센티브 등의 다양한 유형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상여금’의 얼굴은 천태만상입니다.
○대법원은 명칭을 불문하고 ‘기본급의 연 400%’, ‘기본급의 연 1,200%’ 등과 같이 매년 정기적으로 일정액을 지급하는 임금을 ‘정기상여금’으로 규정하고, 정기성, 고정성, 그리고 일률성을 지닌 경우라면 통상임금이라고 보았습니다. 정기상여금도 상여금인데, 통상임금인 상여금은 ‘상여의 성격’이 미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재직자 요건(재직 요건), 즉 일정한 시점에서 재직한 경우에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자체가 유효여부에 대하여 다툼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일관하여 유효라고 판시를 합니다.
○그런데 의문이 있습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본다면, ‘상여의 성격’은 특정 시점에 재직한 사실 외에 달리 상여의 성격이 희박합니다. 모든 재직자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통상임금을 ‘상여’라 부르는 것 자체도 의문이 있습니다. 그래서 ‘근로자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앞서 본 매 근무일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한도에서는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의 결론을 쉽게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똑같은 금전인데, 단지 기업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으로 재직자 요건을 부과했다는 이유만으로 금전 자체의 성격을 180% 바꾸는 것이 국민법감정에 부합하는지 의문입니다.
○그런데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 대법원 판결을 보면, 단체협약에 재직자 요건이 있더라도 취업규칙에 일할비례지급의 규정이 있다면, 통상임금성을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을 하였습니다.
○재직자 요건을 유효한 것으로 본다면, 정기상여금은 ‘특정한 시점의 재직’을 정지조건으로 보아 정지조건부 통상임금이 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임금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특정한 시점의 재직이라는 정지조건이 성취되면 확정적으로 통상임금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정기상여금의 상당수가 급여의 총액을 맞추려고 ‘기본급’, ‘상여금’ 등으로 구분하면서 지급하는 관행의 소산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직이라는 것만을 상여의 성격으로 볼 수밖에 없는 재직자 요건이 부가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것은 그 유효성에 의문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이 특정 시점의 재직을 만근수당과 같은 정지조건으로 보아 통상임금을 확립한 상황에서는 그대로 대법원의 판례이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기상여금 지급 시 특정 시점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재직자 요건' 규정을 두고 있더라도, 동시에 정기상여금을 근무기간에 비례해 지급한다는 일할 규정도 함께 두고 있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단체협약 등에 재직자 요건과 일할 규정이 공존해 충돌하는 경우 회사 지급 실태나 노사 인식 등을 살펴서 통상임금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힌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상옥)는 지난 4월 29일, 근로자 A씨 등이 주식회사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으로 환송했다(2018다303417). https://www.worklaw.co.kr/view/view.asp?in_cate=117&in_cate2=1047&bi_pidx=30758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통상임금) ① 법과 이 영에서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인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의 의미 1) 정기성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 정기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은 그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한 성질을 갖춘 임금이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경우, 이는 노사 간의 합의 등에 따라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가 1개월을 넘는 기간마다 분할지급되고 있는 것일 뿐, 그러한 사정 때문에 갑자기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서의 성질을 상실하거나 정기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정기상여금과 같이 일정한 주기로 지급되는 임금의 경우 단지 그 지급주기가 1개월을 넘는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는 없다. 2) 일률성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성질을 갖추어야 한다.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에는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도 포함된다. 여기서 ‘일정한 조건’이란 고정적이고 평균적인 임금을 산출하려는 통상임금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고정적인 조건이어야 한다(대법원 1993. 5. 27. 선고 92다20316 판결,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다6106 판결 등 참조). . 3) 고정성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고정적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이는 통상임금을 다른 일반적인 임금이나 평균임금과 확연히 구분 짓는 요소로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통상임금이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임금으로 기능하기 위하여서는 그것이 미리 확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요청에서 도출되는 본질적인 성질이다. ‘고정성’이라 함은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하여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성질’을 말하고, ‘고정적인 임금’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임금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그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이 된다. 그러한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와 같은 조건으로 지급되는 임금이라면, 그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는 불확실하므로, 고정성도 결여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근로자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그 근무일수에 비례한 만큼의 임금이 지급되는 경우에는 앞서 본 매 근무일마다 지급되는 임금과 실질적인 차이가 없으므로,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는 한도에서는 고정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
단체협약 등에 의하여 정기적·계속적으로 일정 지급률에 따라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지급기일 전에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 그 지급조건에 관하여 특별한 다른 정함이 없는 한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근로의 대가로서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정기상여금의 임금으로서의 성격을 고려하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면서, 정기상여금에 관하여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지급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 전자의 규정 문언만을 근거로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정기상여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는 취지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경우에는 사업장 내에서의 정기상여금의 지급 실태나 관행, 노사의 인식, 정기상여금 및 그 밖의 임금 지급에 관한 규정 내용 등을 종합하여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후자의 규정에 따라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의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기로 정한 것은 아닌지를 구체적인 사안별로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8다303417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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