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사노무관리/임금관리

<임금, 연차휴가, 그리고 연차수당의 가불>

728x90
반응형

현찰박치기, 끗발유지, 안면몰수

 

이제는 명절에 친척들이 모여서 화투를 치는 광경이 점점 잦아들고 있습니다. 핵가족화의 폭탄과 개인주의의 점증이 빚어낸 풍경입니다. 그리고 친척들끼리 화투를 쳐서 따는 돈이라고 해봐야 푼돈 수준임에 비하여 허리와 어깨, 그리고 눈에 가해지는 화투노동(!)의 대가는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도 합니다. 그래도 누군가에게 돈을 딴다는 것은 신나는 일입니다. 인간에게 도박이란 본능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노름판에서 돈을 따면 기본이 현찰박치기입니다. 외상으로 돈을 준다면 그 노름판은 망하기 마련입니다. 노름판 3대 원칙에서 으뜸은 단연 현찰박치기입니다.

 

근로계약은 임금과 노동의 등가교환을 약정하는 유상계약입니다. 노름판에서도 현찰박치기가 원칙인데, 근로계약은 당연히 현찰박치기를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물욕을 지닌 인간의 본성은 별론으로 하고 현찰이 있어야 근로자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은 물론 이러한 원칙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법률이 정하지 않으면 강자인 사용자가 멋대로 정한다는 자본주의의 취약점을 역사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노사 간에 계약자유의 원칙(4)보다 법정기준(3)을 먼저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조문의 체계에서 조문의 위치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이것은 법률가들의 약속으로 정한 것인데, 해당 조문의 위치는 전체 법률의 체계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노사 간의 근로조건을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제3조 근로조건의 법정 부분은 예외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법률에서는 원칙을 먼저 규정하고 예외를 나중에 규정합니다. 근로기준법은 그 위치를 바꾼 것입니다. 괜히 바꾼 것이 아닙니다. 사용자가 갑의 위치에 있기에 원칙을 빌미로 자신에게 유리한 근로조건을 약정하는 역사적으로 쓰라린 경험을 반성하는 차원에서 제3조를 먼저 규정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근로기준법 제4조의 취지에 대하여 개별적 근로관계는 물론 집단적 근로관계에서도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석(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근로조건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서는 안 되고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00709 판결 참조). 위 규정이 주로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에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근로자 개별적 차원의 형식적 평등을 집단적 차원의 실질적 평등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노동법의 생성과정을 보면, 위 규정에서 선언한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집단적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헌법재판소 2021. 12. 23. 선고 2018헌마629, 630(병합) 전원재판부 결정))한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직접불, 정기불, 전액불, 그리고 통화불의 원칙(43)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급시기에 대하여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근로기준법 제4조가 등장합니다. 노사 당사자가 정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노름판에서는 따는 즉시패자가 승자에게 지급합니다. 그러나 노사관계는 달리 봐야합니다. 근로자가 사용자보다 더 도덕적인 것은 아닙니다. 임금을 받고 먹튀할 수도 있습니다. 추노의 장면이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후불이 일상에서 많이 활용됩니다. 그 구체적인 임금지급의 시기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민법에서 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656조 제2항은 보수는 약정한 시기에 지급하여야 하며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고 관습이 없으면 약정한 노무를 종료한 후 지체없이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합니다. 노사 간에 합의로 정하되, 그런 것이 없다면 후불이 원칙이라는 의미입니다.

 

후불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라 선불이나 중도불도 가능하기에 임금을 선불로 지급하는 것은 당연히 허용됩니다. 식대를 선불로 지급할 것을 요구하는 식당이 꽤나 많습니다. 식대는 매매대금의 일종입니다. 그리고 매매계약은 근로계약과 그 법률적 성격이 동일한 유상계약입니다. 근로기준법 제45조는 사용자가 의무적으로지급하여야 하는 비상시 지급에 대한 것이며, 임의로 임금지급시기를 약정하는 임금의 선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여기에서 연차휴가와 연차수당에 대하여도 동일한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차휴가는 유급휴가입니다. 휴가를 가더라도 그 일자에 상응한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임금과 근로는 등가관계에 있습니다. 근로는 돈이요, 돈은 임금이라는 의미입니다. 연차휴가는 놀아도 그 일자에 대응한 임금을 주는 것입니다. 놀아도 임금을 주는데, 일하면 추가적으로 임금을 줘야 합니다. 이것이 연차수당입니다. 근로기준법 자체는 연차수당이라는 법문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61조 제1항의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라는 법문에서 사용된 보상할 의무라는 문구가 바로 연차수당을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은 사용자에게 연차휴가를 강제합니다. 그러나 연차휴가를 쓰고 안 쓰고는 근로자의 자유입니다. 연차촉진제도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자유라는 대전제를 깔고 있는 제도입니다. 그렇다면 사용자와 미리 약속하고 연차휴가를 쓰지 않고 근로를 제공할 것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연차수당을 미리 받고(임금의 선불!) 연차휴가를 포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차휴가를 강제한 근로기준법이 풍선껌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근로자가 선불로 받은 연차수당을 돌려주고 연차휴가를 사용하려 하면 사용자는 막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차휴가는 근로기준법이 강제한(3) 법정근로조건이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
3(근로조건의 기준)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 관계 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낮출 수 없다.
4(근로조건의 결정)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45(비상시 지급) 사용자는 근로자가 출산, 질병, 재해,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상(非常)한 경우의 비용에 충당하기 위하여 임금 지급을 청구하면 지급기일 전이라도 이미 제공한 근로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61(연차 유급휴가의 사용 촉진) 사용자가 제60조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유급휴가(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제외한다)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60조제7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
중략


<민법>
656(보수액과 그 지급시기) 보수 또는 보수액의 약정이 없는 때에는 관습에 의하여 지급하여야 한다.
보수는 약정한 시기에 지급하여야 하며 시기의 약정이 없으면 관습에 의하고 관습이 없으면 약정한 노무를 종료한 후 지체없이 지급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 판례>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하여, 근로조건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하여서는 안 되고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에서 자유로운 합의에 따라 정해져야 하는 사항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200709 판결 참조). 위 규정이 주로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대상으로 하는 근로기준법에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근로자 개별적 차원의 형식적 평등을 집단적 차원의 실질적 평등으로 실현하고자 했던 노동법의 생성과정을 보면, 위 규정에서 선언한 근로조건 대등결정의 원칙은 개별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변경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집단적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내용의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적용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 2021. 12. 23. 선고 2018헌마629, 630(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