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례는 법률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의 역동적인 삶을 있는 그대로 투영한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합니다. 특히 화석화된 법학교과서속이 아닌 현실을 고찰하고 고뇌하는 법관의 모습이 그려져서 그 어느 드라마보다 드라마틱하기도 합니다. 노동법 교과서에서는 노사 간의 대립과 갈등을 기본구조로 서술이 됩니다. 주로 근로자가 피해자인 측면이 부각됩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투영된 현실에서는 근로자가 회사돈을 횡령하는 장면, 그리고 회사의 영업비밀을 훔치는 장면, 그리고 다른 회사와 야합하여 재직중인 회사의 영업비밀을 훔치는 장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법의 고유한 속성은 어느 노동법 교과서에서도 서술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선재하고 기업이 인적설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형성되기 마련입니다. 노동법은 광의의 기업법이라는 명제를 전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는 외형상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법)상 재직근로자의 영업비밀의 침해행위와 그 침해행위를 사주한 법인의 양벌규정에 대한 것입니다. 정통 노동법의 영역은 아니지만, 다이나믹한 현실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징계사유가 되고 형사고발 및 고소의 사유가 되며, 나아가 부당해고 등의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노동법의 실무를 이해하려면 이러한 다양한 현실의 발산과 관련 법리도 연구하여야 합니다.
○부정경쟁법은 영업비밀을 법정합니다. 부정경쟁법 제2조 제2호는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라고 폭넓은 개념정의를 합니다. 기업의 보호가치 있는 영업비밀이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도 요구되는 것이 각국의 추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침해행위, 즉 절취행위의 유형도 제3호에서 다양하게 규정을 합니다. 이것은 산업스파이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믿는 도끼’인 내부자, 즉 재직근로자에 의하여 영업비밀이 침해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에서 기원합니다.
○부정경쟁법 제19조는 양벌규정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현실은 재직근로자가 경쟁회사에 영업비밀을 팔아먹는 것이 보통인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12. 14.선고 2023도3509판결)도 바로 이것이 쟁점입니다. 사안은 피고인 법인의 사용인이 피해자의 영업비밀을 부정사용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안으로서, 제19조가 규정한 양벌규정이 행위자, 즉 재직근로자가 같은 법 제18조 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에 그친 경우에도 적용이 되는가 여부입니다.
○한편, 부정경쟁법은 ‘근로자’가 아닌 ‘사용인’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노동법에서 익숙한 근로자 개념과 달리 세법이나 경제법 분야에서는 ‘사용인’ 또는 ‘종업원’이라는 개념을 널리 사용합니다. 기업과의 근로계약에 의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종업원을 통상적으로 사용인이라 하는데, 세법은 관련규정에 따라 그 적용범위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법인소득 금액계산에 있어서 인건비나 복리후생비 또는 퇴직급여충당금의 설정한도액을 계산할 때의 사용인의 범위는 비상장법인의 비출자자인 임원과 상장법인의 소액주주(통상 액면가 3억원 미만 또는 지분율 1% 미만)인 임원까지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본래 형벌은 자연인을 전제로 합니다. 법인에 대한 형벌은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위 판례에서 ‘위 양벌규정은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의 취득 및 부정사용에 해당하는 제18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될 뿐이고,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의 부정사용에 대한 미수범을 처벌하는 제18조의2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는 위 양벌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라고 판시하여 부정경쟁법의 미수범 처벌규정을 엄격해석하여 원심을 파기 및 환송하였습니다. 죄형법정주의의 의미를 되새기게 됩니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영업비밀”이란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아니하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으로서, 비밀로 관리된 생산방법, 판매방법, 그 밖에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를 말한다. 3. “영업비밀 침해행위”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 절취(竊取), 기망(欺罔), 협박, 그 밖의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이하 “부정취득행위”라 한다)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비밀을 유지하면서 특정인에게 알리는 것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하는 행위 나.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다.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에 대하여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라.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을 비밀로서 유지하여야 할 의무가 있는 자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그 영업비밀의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마.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 또는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바. 영업비밀을 취득한 후에 그 영업비밀이 라목에 따라 공개된 사실 또는 그러한 공개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그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 제18조의2(미수) 제18조제1항 및 제2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제19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8조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科)한다. 다만, 법인 또는 개인이 그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게을리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9. 1. 8. 법률 제162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하 ’사용인 등‘이라 한다)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8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게도 해당 조문의 벌금형을 과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위 양벌규정은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의 취득 및 부정사용에 해당하는 제18조 제1항부터 제4항까지의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 적용될 뿐이고, 사용인 등이 영업비밀의 부정사용에 대한 미수범을 처벌하는 제18조의2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는 위 양벌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대법원 2023. 12. 14.선고 2023도3509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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