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자동차 있는 학생 손들어!
- 집이 자가이면 손들어!
- 아버지 직업이 공무원이면 손들어!
○요즘 2030세대들에게는 상대방의 신상에 대한 무례한 질문에 대한 일종의 방어기제로 사용되는 ‘호구조사’는 실제 1970년대 교실에서 행해졌습니다. 혹자는 ‘공개처형’이라 부르면서 해당 학생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담임 교사의 공개질문이 호구조사라는 이름으로 행해졌습니다. 그리고 호구조사의 절정은 영화 ‘친구’에서도 등장해서 인터넷밈으로 등장하는 바로 ‘그 질문’,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였습니다. 그때 그 시절의 학동들은 아버지의 직업에 따라 그 자녀들은 위화감이라는 감정, 그리고 상처라는 감정을 받았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유행했다던 전설적인 속설, 즉 ‘면서기라도 사무직이 낫다.’는 것은 아무래도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이 높게 평가되는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했습니다. 사농공상이라는 유교적 가치관도 한몫했음은 물론입니다. 그래서인지 ‘네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기 노가다들처럼 된다!’는 괴상한 가르침(?)이 민간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빚을 내서라도 자식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민간신앙이 생겼고, 마침내 ‘상아탑’은 ‘우골탑’이라는 한이 맺힌 단어로 치환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지금은 사라진 질통을 짊어진 건설일용근로자는 가난의 상징으로 각종 영화나 드라마에서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노동’이라는 직업으로 주홍글씨가 새겨졌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 ‘노가다’ 또는 ‘노동’이라는 이름으로 가난의 대명사로 신음하던 건설일용근로자의 위상이 달라졌습니다. 요즘 건설현장의 주차장은 외제차를 모는 건설일용근로자들의 차로 붐빕니다. 이들이 모두 부자인 것은 당연히 아니지만, 가난과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신음하던 1970년대와는 다르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최저임금을 받는 단순노동의 직종도 존재하지만, 적어도 건설현장에서는 최저임금은 없습니다. 경제학상 노동과 같은 생산요소는 그 자체의 수요공급의 원리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재화의 가격에 연동하는 파생수요공급에 의존합니다. 고가의 수술을 행하는 의사의 연봉이 고액인 점을 연상하면 됩니다. 나아가, 의사 등 전문직이 고액의 보수를 받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간의 임금의 역전이 된 것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의 일입니다. 다음 <기사>는 확인차원의 기사입니다. 물론 블루칼라 전체가 화이트칼라보다 고액이라는 명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단순노동은 최저임금 언저리인 경우가 많습니다. 블루칼라 중에서 전문직군이나 고위험직군에 한하여 고액임금을 받습니다. 우리의 경우에 건설현장에서 기술자인 경우에 ‘기공’이라 불리면서 초보자인 ‘조공’보다 많이 받는 것과 유사합니다. 그런데 교육열풍이 뜨거운 베트남에서도 청년들이 저액임금이라도 화이트칼라를 선호한다는 것을 보면, 임금이 직업을 선택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아닌가 합니다.
○베트남의 사례에 한정할 것은 아닙니다. 고학력에 고임금을 받는 사무직을 선호하는 것은 동양사회의 일종의 사회적 DNA이기도 합니다. 중국에서도 취업이 어려워도 명문대 입시경쟁이 뜨거운 것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의대광풍이 식지 않고 서울대 선호도가 현저히 낮아진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지배적 가치관이 변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해봅니다. 실제로도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의 인문계열의 취업률은 극악인 점에 비하여 이공계열은 지방대라도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이공계열출신은 블루칼라 계열에서 많이 활동합니다. 같은 블루칼라 계열에서도 직종이 갈라지기는 하지만, 적어도 우리 사회는 이제 화이트칼라에 대한 극단적인 선호는 쇠락하는 것이 맞습니다.
<기사> 발전소 엔지니어, 방사선 치료사, 엘리베이터 설치·수리공.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꼽은 미국에서 올해 평균 연봉이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 이상인 고소득 블루칼라(생산·기능직 노동자) 직종이다. 대학 교육을 받지 않았어도 직업학교를 수료하고 관련 자격증·면허만 있다면 미국 직장인 평균 연봉(5만3490달러)의 두 배 가까이 벌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유럽에서 이런 고임금의 생산·기능직군에 화이트칼라(사무·전문직)를 선호하던 20~30대 젊은 세대들이 몰리고 있다. 스스로를 고소득 현장직으로서 ‘공구 벨트(Tool Belt)’ 세대라고 부를 정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에는 더 많은 배관공이 필요하고, Z세대(1990년대 출생 세대)가 그 수요에 응하고 있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857940?sid=1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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