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에게 일개 배우 나부랭이라고 나를 소개합니다. 60여명의 스태프들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나는 그저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죄송합니다.
-2005. 11. 29. 배우 황정민의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소감 중에서-
○황정민의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소감은 아직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인상적인 소감이었습니다. 영화촬영현장에서 고생하는 스탭들에 대한 인간적 배려가 돋보이는 소감이기는 하지만, 황정민의 이 멘트는 실은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우는 감독과 더불어 영화나 드라마 그 자체의 알파이자 오메가이기 때문입니다. 스탭은 대체가 가능해도 배우는 쉽게 대체가 가능하지 아니합니다. 배우 자체가 지닌 티켓파워와 역량을 무시한 영화나 드라마는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으로서의 평등한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지 배우와 스탭의 동등한 노동가치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배우와 스탭의 보수의 차이가 당연하다고 인정하는 것이 자본주의 경제질서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21세기가 되어서 배우와 스탭의 가치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품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는 주연배우와 조연배우, 그리고 단역배우 간의 차이가 벌어지고 있으며, 배우와 스탭 간의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송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방송국에서는 이제 전속배우(예전에는 ‘전속탤런트’라 했습니다)가 없습니다. 그리고 전속합창단, 전속무용단, 그리고 전속악단이 이제 사라졌습니다.
○과거 방송국은 전파라는 플랫폼을 독식했기에 떼돈을 벌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란 바로 방송국을 일컫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 케이블, 인터넷 등 다양한 플랫폼이 살아있는 21세기 현재시점에서 방송국은 더 이상 황금알을 낳기가 불가능합니다. 전속악단의 해체는 어찌보면 필연적 수순입니다. 전속악단이 없어졌으니 전속악단원들도 사라졌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는 기본적으로 방송국 전속 관현악단원의 근로자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가난해진 방송국이 울며 겨자를 먹으면서 전속악단을 해체한 것이 그 배경원인입니다. 과거 1980년대까지는 주말버라이어티쇼를 비롯한 쇼에 전속악단이 등장했습니다. 방송국이 시키는 일을 그대로 했기에 근로자로 인정함은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방송국은 전속악단을 해체하는 절차의 하나로 자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고 1년 단위로 계약했던 악단원과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였고 상당수 악단원들은 자회사에 입사하는 약정을 체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자회사로의 입사를 전적으로 파악하여 근로관계의 승계를 법률구성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전적은 원칙적으로 근로관계가 단절되나 이 사안에서는 방송국, 악단원, 그리고 자회사 간에 근로관계의 승계를 약정한 것이므로, 포괄적으로 근로관계가 승계된다고 보았습니다. 그런데 악단이라는 것은 악단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악기를 비롯하여 각종 음향장치 등이 필수적입니다. 자회사는 이러한 물적, 인적 설비 모두를 승계하였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다시 영업양도의 법리를 전개합니다.
○대법원은 전적의 방법으로 퇴직금을 수령하고 자회사에 입사한 악단원이 아닌 퇴직금을 수령하지 않은 악단원에 대하여 ‘소외 회사의 자회사인 피고 회사는 소외 회사의 영업 부문에 속하던 전속단 업무와 관련하여 그 물적 시설뿐만 아니라 인적 조직까지도 그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일체로서 이전받은 것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외 회사와 피고 회사 사이의 개별적인 약정에 의하여 소외 회사로부터 퇴직금을 지급받지 않고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게 된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관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기로 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소외 회사에 속해 있던 원고들에 대한 근로관계는 피고 회사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었고, 따라서 종전 기업인 소외 회사와의 근로관계는 단절되지 않고 신설 기업인 피고 회사와 사이에서도 계속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17575 판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퇴직금을 받는다는 것은 근로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므로, 전적이 아닌 법률구성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전적과 영업양도라는 이원적 구성에 의하여 자회사에 입사하는 악단원의 지위를 법률구성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방송국의 분신이나 다름이 없는 자회사는 방송국의 ‘의지대로’ 악단장을 포함한 개별 악단원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고 결국 악단 자체를 해체하였습니다. 자회사로의 전적 또는 영업양도는 방송국 자신의 과도기적인 전속악단의 해체과정인 셈입니다. 이제 공중파 방송국 그 어디에서도 ‘전속’구성원은 없습니다. 세월이 무상합니다.
<대법원 판례>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그 계약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이든 또는 도급계약이든 그 형식에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 시간과 근무 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근로자 스스로가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업무의 대체성 유무, 비품·원자재·작업 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2] 방송회사와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입사한 T.V. 관현악단원은, 자신들의 의사에 따라 독립적으로 연주라는 노무를 제공하여 온 것이 아니라 회사의 구체적인 출연 지시에 따라 방송 출연을 한 점, 출·퇴근 등의 복무 및 기타 행정적인 사항에 대하여 회사의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아 온 점, 비록 일정한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으며 회사의 승인하에 다른 출연 활동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회사가 필요로 할 때에는 수시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특정의 프로그램 또는 사업에 악단원으로 출연하도록 지시할 수 있고 그 경우 악단원으로서는 그 지시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담한 점, 회사로부터 노무 제공의 대가로 매월 일정한 기준에 의한 기본급과 수당, 상여금 등을 지급받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당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방송회사에 대하여 사용·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3]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이른바 전적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 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는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님이 원칙이나,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지 않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한다. [4] 영업양도 등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경우에는 근로자의 종전 근로계약상의 지위도 그대로 승계되는 것이므로, 승계 후의 퇴직금 규정이 승계 전의 퇴직금 규정보다 근로자에게 불리하다면 근로기준법 제95조 제1항 소정의 당해 근로자집단의 집단적인 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 없이는 승계 후의 퇴직금 규정을 적용할 수 없고, 같은 법 제28조 제2항, 부칙(1980. 12. 31. 법률 제3349호) 제2항이 하나의 사업 내에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의 설정을 금하고 있지만, 이는 하나의 사업 내에서 직종, 직위, 업종별로 퇴직금에 관하여 차별하는 것을 금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므로, 위와 같이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된 후의 새로운 퇴직금제도가 기존 근로자의 기득 이익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그들에게는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부득이 종전의 퇴직금 규정을 적용하지 않을 수 없어서 결과적으로 하나의 사업 내에 별개의 퇴직금제도를 운용하는 것으로 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까지 위 제28조 제2항, 부칙 제2항이 금하는 차등 있는 퇴직금제도를 설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5] 퇴직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근로계약이 만료됨과 동시에 근로계약기간을 갱신하거나 동일한 조건의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체결한 경우에는 갱신 또는 반복한 계약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연수를 계산하여야 한다. (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17575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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