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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인사노무자료실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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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고교 국어 교과서에 수십 년간 변함이 없이 실린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의 맨 끝부분입니다. 한 나라의 어문정책과 언어예술의 본보기를 표상하는 국어 교과서에 실린 시라면 적어도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오랜 기간 님의 침묵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면 문학성이 학계에서 검증이 되었다는 것을 국가가 공인하였다는 의미입니다. ‘님의 침묵은 불교의 교리를 상징적 수법으로 표현한 것이 언어예술을 넘었다고 평가되기에 국어 교과서에 실린 것입니다.

 

님의 침묵의 끝부분에는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불교 교리를 담고 있습니다. 불교는 만남과 헤어짐은 모두 인연(因緣)이라고 설명합니다. 인생이란 어쩌면 만남과 헤어짐을 이어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만남과 헤어짐읜 인연이란 참으로 막연합니다. 싫어서 헤어질 수도 있지만, 불가피하게 헤어질 수도 있음에도 모든 것을 인연이라는 뜬구름 잡는 소리로 엮어버립니다. 종교의 교리로는 설명이 가능하지만, 근로관계라는 법률관계에서는 어림반푼어치도 없습니다. 모든 근로자는 근로계약이라는 구체적 법률관계에서 출발합니다.

 

시작에 그칠 것이 아닙니다. 끝맺음도 반드시 법률적 술어로 풀이가 되어야 합니다.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의 도달과 같은 객관적으로 명백한 사안인 경우에는 다툼이 없습니다. 그러나 해고라는 구체적 법률관계의 확정에 있어서는 무수히 많은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툼이 없다면 해고무효확인소송이라는 것과 부당해고구제신청이라는 것이 존재할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해고인가에 대하여 대법원은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54210판결).’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해고의 개념을 분설하면, 1).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일 것, 2). 명칭을 불문하고 근로관계를 종료하는 의사표시일 것, 3). 근로자에 대한 의사표시일 것 등으로 요약이 됩니다. 그런데 실무상 가장 많이 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2).의 요건입니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우월한 한국인의 DNA에서 욱해서근로자에게 지르는 경우가 참으로 많습니다. 근로자를 질책하는 차원에서 너 때려치워!’, ‘그렇게 하려면 나가!’, ‘그따위로 하느니 차라리 집에 가라!’ 등의 발언으로 상처를 입는 근로자들이 전국에 수만, 수십 만명입니다. 명시적으로 해고라는 문구를 쓰지 않지만 해석 여하에 따라 해고로 풀이될 만한 사안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습니다.

 

법률의 영역에서는 명시는 묵시에 우선한다.’는 것이 있습니다. 대법원의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의사표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30765 판결).’라는 판결은 명시적인 것이 당연히 우선되나, 명시적인 것이 없을 경우에는 묵시적인 것을 통하여 의사표시를 확인해야 한다는 법리를 설명한 것입니다. 해고를 둘러싼 다툼 중에서 상당부분은 바로 이 묵시적 해고 의사표시에 대한 것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57695판결)가 바로 그것입니다.

 

위 판결에서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라는 법리는 첫째 명시적 해고 의사표시가 우선하되 이것이 없으면 묵시적인 의사표시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 둘째 그 확인방법은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판단하여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사안의 발단은 흔해빠진 질책의 하나인 사표를 쓰라는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제1심 및 제2심에 이르기까지 모두 해고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논거로 묵시적인 해고 의사표시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시시콜콜한 것까지 모두 고려하여 묵시적 해고 의사표시를 확인하여야 하기에 판사는 극한직업이 맞나 봅니다.

 

관리팀장이 관리상무를 대동한 상태에서 버스 키 반납을 요구하고 실제로 회수하였으며, 원고에게 사표를 쓰고 나가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등의 언행을 한 것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고자 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서 단순히 우발적 표현에 불과하다고 볼 것은 아님. 관리팀장이 대동한 관리상무는 해고에 관한 권한이 있다고 볼 여지가 많고, 특히 회사의 규모와 인력 운영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원고의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경우 회사에 여러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았던 상황임에도 위 조치가 이루어진 것은 회사 차원의 결단이라고 볼 여지가 많음. 실제로 원고가 3개월 넘도록 출근하지 않아 회사의 버스 운행 등에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출근 독려를 하지 않다가 원고가 구제신청을 접수한 직후에야 정상근무를 촉구한 점을 고려하면 관리팀장의 위 언행 당시 이미 대표이사가 묵시적으로나마 원고의 노무수령 거부를 승인하거나 추인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임. 해고 서면 통지를 이행하지 않은 것은 해고의 효력 여부를 판단하는 요건일 뿐 해고의 의사표시 존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님

<근로기준법>
23(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1>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으며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우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위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모든 근로계약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54210판결)


<대법원 판례2>
해고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묵시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노무 수령 거부 경위와 방법, 노무 수령 거부에 대하여 근로자가 보인 태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용자가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확정적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2. 2. 선고 202257695판결)


<대법원 판례3>
일반적으로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청약과 승낙이라는 서로 대립하는 의사표시가 합치될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이지만, 그러한 의사표시는 명시적인 경우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어떠한 경우에 묵시적 의사표시를 통해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지는 당사자들이 취한 일련의 행위 또는 용태, 묵시적 합의에 이르게 된 동기 및 경위, 그 합의의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30765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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