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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인사노무자료실

<경비원의 ‘쪼개기 계약’, 그리고 갱신기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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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가까이에, 적은 더 가까이에.’

- Keep your friends close and your enemies closer.

 

영화 대부는 아카데미상을 휩쓸었습니다. 그런데 극중에서 등장하는 대사도 명대사가 넘칩니다. 그 중에서 아직까지 각종 드라마나 영화, 심지어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의 제작을 둘러싸고 등장하는 대사가 바로 위 대사입니다. 적을 가까이에 둔다는 것은 공간적으로 가까이에 두라는 것이 아니라 적의 동태를 경계하고 파악하라는 의미입니다. 경계를 하라는 의미입니다. 경계를 강조한 맥아더의 지론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은 맥아더보다 훨씬 이전 사람인 이순신이 더 구체적이었습니다. 이순신은 외부의 적에 대한 경계는 물론 내부의 적도 늘 경계했습니다. 내부에서 간자(間者)가 있을 것을 전제로 작전의 보안을 무엇보다 우선시 했습니다. 이순신은 적의 동태는 상세히 파악하되, 내부의 동태는 보안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조가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보안은 보스가 입을 닫으면 가능합니다. 그러나 경계는 힘이 듭니다. 단순동작의 반복도 힘이 드는데, 부동자세 또는 제한된 동작으로 적을 경계하는 것은 실은 고통입니다. 심야에 적이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대비하는 것은 말은 쉽지만 당사자에게는 군대에서 행하는 얼차려와 비스므레합니다.

 

노인일자리로 각광(!)을 받는 아파트경비는 일 자체는 경비직이기에 단순합니다. 그러나 심야에 경비를 서는 것은 무료하기 그지없습니다. 잠을 자거나 술을 마시는 등의 일탈이 충분히 예측가능합니다. 낮의 경비는 더욱 어렵습니다. 택배부터 잔심부름까지 알게모르게 하게 됩니다. 아파트입주민이 전부 도덕군자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입주민갑질을 원천적으로 막기도 어렵습니다. ‘입주민갑질의 단연 최고는 경비원 아무개를 바꿔라.’입니다. 대부분의 경비원은 직접고용이 아니라 간접고용이지만, 현실에서는 경비을 직접 고용한 인력회사에 대하여 직접경비원을 지휘·감독하고 교체를 지시합니다.

 

인력회사는 대비를 합니다. ‘쪼개기계약이 바로 이 시점에서 등장합니다. 언제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아파트부녀회(일명 ’)에서 아무개 경비원을 교체하라는 불호령이 떨어질지 모르기에 근로기간을 3개월 내외, 심지어는 1개월 내외로 약정합니다. 갑의 특별한 불만이 없으면 그냥 고용계약을 유지합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근로기간 자체는 3개월이나 1개월 등 단기이지만, 갑의 불만이라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고용관계는 계속된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현실에 대하여 기발한 묘수(!)를 창안했습니다. ‘갱신기대권이 바로 그것입니다.

 

본래 한국과 같은 성문법국가에서 불문법적인 권리인 갱신기대권은 거의 인정이 되지 아니합니다. 법관은 직업상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데, 불문법상의 권리인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면 그 후과를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민법학계의 태두인 고 김증한 교수가 주창했던 물권적 기대권도 대법원은 배척했습니다. 그만큼 불문법적 권리의 인정은 힘이 듭니다. 그러나 경비원 등 기간제근로자의 가여운 상황에 대하여 대법원은 과감하게 갱신기대권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보수적인 법원의 성향과 달리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확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고령자고용촉진법상 고령자인 경우는 물론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59907 판결)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이 기간제법의 시행 후에 체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그에 기한 근로관계가 반드시 2년 내에 종료된다거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넘게 되는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까지 판시를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음 <기사>에서 등장하는 사례처럼, 인력회사가 변경이 되고 쪼개기계약이 행해지는 상황에서도 갱신기대권을 인정하였습니다. 특히 위 <기사>는 중앙노동위원회가 피고가 되는 행정소송입니다. 행정소송의 실무에서 원고, 즉 국민이 행정청에 대하여 승소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입니다. 그 정도로 법원은 보수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대부분인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확대하는 것은 기간제근로자의 권리보호가 그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보는 것입니다.

<기사>
재판부는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반복한 경비원들이 재계약된 부분을 근거로 제시했다. A씨의 경우에도 약 3개월 단위로 세 차례 재계약해 근로계약이 갱신됐다는 사실 자체는 변함이 없다고 봤다. A씨가 사직서를 제출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재판부는 “A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B사가 경비용역계약을 다시 체결했는데도 여전히 회사를 그만두고자 한다는 의사표시가 포함됐다고는 더 보기 어렵다.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갱신기대권 성립에 영향을 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갱신거절에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B사는 A씨가 경비반장의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는 등 마찰을 일으켰고, 입주민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등 업무태도가 불량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서 재계약 반대의사를 전달받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가 없다“A씨의 건강상태, 근무태도, 성격 등에 있어 촉탁직 근로계약 체결을 거절할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60세를 넘겼다는 사정만으로 작업능률이 낮아지거나 업무 위험성이 커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3069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4(기간제근로자의 사용)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할 수 있다.
1.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2. 휴직ㆍ파견 등으로 결원이 발생하여 해당 근로자가 복귀할 때까지 그 업무를 대신할 필요가 있는 경우
3. 근로자가 학업, 직업훈련 등을 이수함에 따라 그 이수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4. 고령자고용촉진법2조제1호의 고령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5. 전문적 지식ㆍ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ㆍ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6. 그 밖에 제1호부터 제5호까지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대법원 판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 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으므로, 근로자로서는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갱신 거절의 유효 여부를 다툴 법률상 이익을 가진다.
(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59907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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