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이런저런 스캔들로 거의 잊혀져가는 김건모지만, 누가 뭐래도, 실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습니다만, 그는 1990년대를 강타한 가요계의 기린아였습니다. 그리고 김건모를 대표하는 노래가 바로 ‘핑계’입니다. 원래 대중가요란 가수와는 별개의 것이지만, 적어도 ‘핑계’라는 메가히트곡은 사정이 다릅니다. 김건모가 아닌 다른 가수가 김건모 정도의 맛을 살리기는 어렵습니다. 김건모와 ‘핑계’는 떼려야 떼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위 ‘핑계’의 가사를 다른 가수가 부르는 것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그러나 억지로 가사만을 떼어 봅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을 해보라는 요구는 실은 일상에서도 쓰는 말입니다. 당연히 한자성어에도 등장하고(易地思之), 서양속담에도 등장합니다(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주로 상대방의 입장이나 처지를 고려하라는 의미에서 쓰입니다. 그리고 이 가사는 최저임금의 상대성을 이해하는 데에도 쓰입니다. (최저)임금은 노사관계의 핵심지표이기도 한데, 노사관계라는 것은 대립적이지만, 협력적인 관계, 즉 상대적인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기업의 매출액 중에서 기업의 시각에서는 인건비라는 생산요소의 비용이지만, 근로자, 나아가 가계에서는 소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소비의 주체이지만, 생산요소로서 국민경제의 주축입니다. 여기에서 최저임금의 거시경제적 측면에서의 상대성이 음미되어야 합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국정지도자의 평가항목에는 실업률 내지 고용률부터 물가상승률, 기준금리, 환율, 무역수지, 1인당 GDP 등 각종 경제지표가 포함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제지표 중에서 고용이 경제지표의 중요한 항목임을 유의해야 합니다. IMF의 이론적 기초는 물론 실제 설립을 주도한 20세기 최고 경제학자인 케인즈의 위대한 저서, ‘고용 화폐 이자에 관한 일반 이론’의 제목 맨 앞자리에 ‘고용’이 왜 들어갔나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현실정치에서 어느 나라든 각종 선거에서 고용과 경제가 공약이 아닌 나라가 없습니다.
○고용과 근로소득은 동전의 양면이며, 거시경제차원에서 1인당 GDP의 중심은 당연히 근로소득입니다. 잘사는 나라란 거칠게 말하면 1인당 근로소득이 높은 나라입니다. 실제로도 대부분의 시민이 그렇게 이해합니다. 고용과 임금, 그리고 1인당 GDP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은 소박한 국민의 시각으로도 쉽게 도출이 가능합니다. 최저임금법 제4조 및 제23조는 최저임금결정의 지표 중의 하나가 경제지표임을 실정법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각종 경제지표를 기초로 산정하지만, 실은 그 자체가 1인당 GDP의 근간이 되는 경제지표입니다. 한국어열풍이 부는 네팔이나 태국에서 한국의 1인당 GDP가 그 직접적인 원인임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들이 이역만리 한국에 온 것은 한국의 최저임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슬프게도 한국의 고급인력의 경우에도 냉정하게 적용됩니다. 의대광풍의 와중에 한국의 STEM 고급인력은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소리소문없이 미국으로, 미국으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EU의 서양어권 국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은 인재의 블랙홀입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최저임금은 저임금일자리를 넘어 한국 근로소득의 기준점이 되었습니다. 허드렛일자리는 당연히(!) 최저임금으로 받는 관행이 형성되었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는 차츰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인상된 금액으로 형성이 되었습니다. 한국 특유의 호봉제 등 연공급 서열에 따른 임금체계와 연동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시민 작가는 다음 유튜브 동영상에서처럼, 30년간 최저임금을 받은 근로자의 사정에 분개하고 있습니다. 실적에 따라 임금체계가 달라지면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은 아직도 실적급보다는 연공급이 대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431pzVThY9A
○코로나19사태를 맞아 미국은 조 단위를 넘어 경 단위의 달러를 찍었습니다. 달러기축통화체제에서 전 세계는 마냥 따라갔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물가는 폭등하고 부동산은 폭발했습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의 대폭적인 인상으로 중소자영업자의 폐업이 속출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커뮤니티에서 아직도 비난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달러폭발으로 유발된 세계경제의 인플레이션을 맞아 최저임금을 마냥 낮추라는 것은 고통지수를 감내하라는 강요입니다. 최저임금은 글자 그대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저수준의 임금입니다. 최저임금의 수준이 낮으면 자국인력의 유출이라는 부메랑을 맞습니다. 재패니메이션이라는 옥스퍼드사전에 등재된 신조어를 낳은 ‘만화왕국’ 일본의 만화가들이 중국의 만화하청업체에서 만화를 그리는 것도 최저임금의 부메랑이고, 한국으로 유입되느 외국인근로자도 한국의 최저임금이 원인입니다. 최저임금은 노동법의 주요 테마이지만, 중요한 경제현상이기도 합니다.
<기사> 1~3년 차 한국 교수의 연봉이 연차가 같은 미국 교수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빅테크의 동일 연차 직원과 비교하면 연봉 격차가 열 배까지 벌어진다. 대기업도 빅테크와의 ‘인재 전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연봉은 물론 비전 면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는다는 게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의 토로다. 28일 세계 최대 규모의 직업평가기관 글라스도어에 따르면 1~3년 차 한국 교수의 연봉 중위값은 5만5000달러(약 7600만원)로, 같은 연차의 미국 교수 연봉 중위값인 10만1000달러의 절반에 그쳤다. 올해 들어 서울대와 KAIST 이공계 교수들이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텍사스A&M대, UC샌타바버라 등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처우 문제 때문이라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49869?sid=105 <최저임금법> 제4조(최저임금의 결정기준과 구분) ①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른 사업의 종류별 구분은 제12조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한다. 제23조(생계비 및 임금실태 등의 조사) 고용노동부장관은 근로자의 생계비와 임금실태 등을 매년 조사하여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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