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
○우리 속담 중에서 제일 이해가 가지 않는 속담이 바로 이것입니다. 미운 놈은 때려주고 싶은 것이 본능에 가까운데 떡까지 주는 것은 뭔가 본능에 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미운 놈은 헐뜯고 망신을 주고 나아가 때려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능입니다. 법률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아예 보복범죄에 대하여 가중처벌의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과거 1970년대 인기 드라마였던 ‘수사반장’에서 형사들이 탐문수사를 하는 경우에는 언제나 원한관계를 탐문하곤 했습니다.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통해 승리를 한 근로자는 판정문을 받으면서 의기양양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막상 부당해고판정과 원직복직명령에 따라 사업장에 출근하면서 뭔가 쎄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사용자는 행정심판인 부당해고구제심판에 져서 짜증이 나는데 그 짜증유발자인 해고근로자가 콧노래를 부르면서 출근하는 장면을 보고 혈압이 급상승합니다. 그리고 원직에 복직시키면서 업무를 부여하려는데, 또다시 짜증이 밀려옵니다. 실은 원직복직일에 미리 종전과 다른 업무를 부여하는 심술(!)을 생각하기도 하고 실천(?)도 합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있습니다. 부당해고구제심판이 진행되는경우에, 상당수가 행정소송까지 이어집니다, 사업장은 문제의 해고근로자가 원직에 복직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작정 일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플랜B가 작동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해고근로자의 공백이 장기화되는 것이 보통인 상황에 대비하여 사업장은 해고근로자의 결원을 전제로 인사이동이나 후임자의 채용 등의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9두40260 판결)이 등장합니다.
○그 이전에 반드시 확인하여야 할 일이 있습니다. 해고근로자가 부재한 경우에도 사업장은 가동을 해야 합니다. 해고근로자가 없는 경우에도 인사이동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해고근로자의 보직이 사라지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사용주가 지방노동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해고되었던 근로자를 복직시키면서 해고 이후 복직시까지 해고가 유효함을 전제로 이미 이루어진 인사질서, 사용주의 경영상의 필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을 고려하여 복직 근로자에게 그에 합당한 일을 시킨 경우, 그 일이 비록 종전의 일과 다소 다르더라도 이는 사용주의 고유권한인 경영권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므로 정당하게 복직시킨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판시(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47074 판결)하였습니다. 이 판결을 주목하여야 합니다.
○본래 노동위원회의 원직복직명령은 공권적 명령이므로 당연히 강제성이 있습니다. 이 명령에 반하면 원칙적으로 무효입니다. 아무런 효력이 없는 명령은 국가가 막대한 돈을 들여서 운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연히 해고근로자는 원직복직명령에 반하는 사업장의 업무지시를 거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해고근로자가 부재한 경우에 인사이동이나 후임자를 채용한 경우처럼 현실에서는 해고근로자의 부재를 전제로 해당 사업장이 운영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원직복직명령이 풍선껌이 아니지만, 해고근로자의 부재를 전제로 운영되는 해당 사업장의 현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9두40260 판결)은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거부한 행위를 징계사유로 하는 징계해고처분의 정당성을 다투는 사건입니다. 그리고 이것의 행간의 쟁점은 원직복직명령과정 중에 발생한 사업중의 인사이동 등 업무수행의 정당성입니다. 대법원은 근로자인 원고가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거부한 행위를 비위행위로 한 징계해고가 부당하다고 다투며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한 사안에서, ‘위 업무지시 거부 이후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원심’에는, 구제명령과 징계사유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업무지시의 내용과 경위, 그 거부 행위의 동기와 태양,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의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쟁송경과와 구제명령이 취소된 이유, 특히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업무지시 거부행위와 구제명령 취소 판결의 선고 시점의 선후 관계에 따른 업무지시 거부행위 당시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의 정도와 보호가치‘ 등을 심리하여 징계의 정당성 판단에 고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직관적으로 이해가 어려울 것 같아서 요약합니다. 원직복직명령의 진행은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정이나 재판의 확정까지 기다렸다가 해고근로자를 원직복직하는 것은 해당 사업장에게 불합리하거나 비현실적인 경우가 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업장은 가동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직복직명령에 부응하지 못하는 보직의 부여, 나아가 업무지시가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행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30조(구제명령 등) ① 노동위원회는 제29조에 따른 심문을 끝내고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하여야 하며, 부당해고등이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정하면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판정, 구제명령 및 기각결정은 사용자와 근로자에게 각각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 ③ 노동위원회는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해고에 대한 구제명령만을 말한다)을 할 때에 근로자가 원직복직(原職復職)을 원하지 아니하면 원직복직을 명하는 대신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 이상의 금품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④ 노동위원회는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정년의 도래 등으로 근로자가 원직복직(해고 이외의 경우는 원상회복을 말한다)이 불가능한 경우에도 제1항에 따른 구제명령이나 기각결정을 하여야 한다. 이 경우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등이 성립한다고 판정하면 근로자가 해고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하였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에 해당하는 금품(해고 이외의 경우에는 원상회복에 준하는 금품을 말한다)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도록 명할 수 있다. <대법원 판결> 1.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을 포함한다)은 직접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사법상 법률관계를 발생 또는 변경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에 대하여 구제명령에 복종하여야 할 공법상 의무를 부담시킨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10다21962 판결 등 참조). 구제명령은 행정처분으로서 공정력이 있으므로 하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하자가 취소사유에 불과한 때에는 구제명령이 취소되지 않는 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고, 사용자의 재심 신청이나 행정소송 제기에 의하여 그 효력이 정지되지 아니하며(근로기준법 제32조), 노동위원회는 구제명령에 대한 재심이나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더라도 이행기한까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용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함으로써 그 이행을 강제한다(근로기준법 제33조 제1항). 이처럼 근로기준법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에 대한 즉각적인 준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해고나 부당전보 등이 있으면 근로자는 생계의 곤란이나 생활상의 큰 불이익을 겪게 되어 신속한 구제가 필요한 반면, 사용자는 분쟁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실질적인 불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다. 2. 이러한 근로기준법의 규정들과 구제명령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구제명령을 받은 사용자가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구제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하고 근로자가 그 지시를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은 그 구제명령이 당연무효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한편, 그 업무지시 후 구제명령을 다투는 재심이나 행정소송에서 구제명령이 위법하다는 이유에서 이를 취소하는 판정이나 판결이 확정된 경우라면, 업무지시 당시 구제명령이 유효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었다는 사정만을 들어 업무지시 거부 행위에 대한 징계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이 때 그러한 징계가 정당한지는 앞서 본 구제명령 제도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업무지시의 내용과 경위, 그 거부 행위의 동기와 태양, 구제명령 또는 구제명령을 내용으로 하는 재심판정의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쟁송경과와 구제명령이 취소된 이유,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의 정도와 보호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23. 6. 15. 선고 2019두40260 판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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