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고해(苦海)다. 고해의 원인은 집착이다.
○너무나 유명한 석가모니의 가르침입니다. 그런데 집착의 다른 이름인 ‘욕심’이라는 본능을 지닌 인간이 집착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제도는 ‘집착’이라는 본능을 전제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미국, 일본, 그리고 한국이 굴러가는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은 ‘집착’의 또다른 이름인 ‘이기심’이 충만한 인간, 즉 이기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토대로 성립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정답은 쉽게 도출할 수 있습니다. 경제학에서 으뜸가는 공준은 ‘이기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며 이러한 인간상이 ‘보이지 않는 손’을 형성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석가모니보다 약간 늦게 태어난 순자는 석가모니의 가르침과 무관하게 그와 유사한 생각을 했습니다. 순자는, 비록 성악설로 유명하지만, 그 실질은 사람의 본성에 이기심이 있기 때문에 환경에 의해서 점점 악해진다는 것이며, 사람은 교육을 받아야만 이 본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보았기에 인간의 본질 자체를 악하다고 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성선설에 근접합니다. 그런데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인간의 마음속에서는 악마가 ‘5분대기조’처럼 대기하고 있기 마련입니다. 아니 인간의 마음에는 악마가 있으며, 외부 환경에 의하여 그 악마가 발현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악마는 때로는 ‘이기심’이라는 것으로, 때로는 ‘괴롭힘’이라는 것으로 발현합니다. 이 악마는 연애현장에서도, 그리고 직장생활에서도 발현합니다. 내가 편하려고, 내가 더 이익을 얻으려고 마음 속의 악마가 농간을 부리는 것이 ‘연애갑질’이고, ‘직장갑질’입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다면 연애갑질이나 직장갑질이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나와 남은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인간의 또다른 본질이 이러한 갑질의 촉매가 됩니다. 나는 정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무시하는 것이고 모욕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갑질이라는 비극의 시발점입니다.
○‘월간 노동법률’에서 활약을 하다가 ‘한국경제신문’으로 이직한 노동복지전문 곽용희 기자는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라는 코너를 통하여 노동현장에서 발생한 생생한 사실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합니다. 곽용희 기자는 ‘"연락 왜 안돼" 물었다가…'직장 내 괴롭힘' 신고 당했어요.’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주된 내용은 일상적인 업무지시를 했음에도 ‘억울하게’ 직장갑질로 매도를 당했다는 상사나 동료의 하소연입니다. 직장갑질로 흔히 표현을 하지만, 그 실질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규정한 ‘직장 내 괴롭힘’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법률적인 개념입니다. 그래서 법적인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1). 사용자 또는 (동료) 근로자의 행위일 것, 2).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할 것, 3).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을 것, 4).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괴롭힘)를 하는 것이라는 요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대목이 3).과 4).의 요건입니다. 통상적인 행동임에도 상대방은 적정범위를 넘었다, 즉 요즘 유행하는 ‘선을 넘은 행위’라고 볼 수도 있으며, 업무지시라고 했음에도 괴롭히려는 행동이라는 상대방의 시각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괴롭힘의 피해자라 자처하는 분들이(을들이) 가해자에게 반격을 가할 수도 있습니다. ‘직장을질’인 셈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기본적으로 피해자의 신고로 그 절차가 시작됩니다. 사용자는 조사절차를 이행하여야 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이행하여야 하며, 보복금지조치 등의 인사조치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직장갑질의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이 시점부터 을이 됩니다. 쪽팔리는 조사를 감내하여야 하고, 인사에서 불이익을 감내하여야 합니다. 을의 매운 반격을 진하게 겪어야 합니다. ‘괴롭힘’이라는 것은 다른 법률용어와는 달리 인간의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당연히 부작용 내지 남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권리남용이란 실은 마음속의 악마가 발현한 것입니다.
<기사> 직장인 A씨는 업무 시간 중 연락이 되지 않는 후임에게 "연락이 왜 안 되냐"고 물었다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후임이 "나를 감시하는 거냐"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회사에 신고한 것. B공공기관에서는 한 신입 직원이 선배들의 권유에도 단 한 번도 부서 회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체 회식 때도 불참할 것으로 예상하고 부르지 않았다가 신입 직원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4819692?sid=102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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