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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휴직의 정당한 사유, 그리고 무죄추정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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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한계에서 생존합니다. 인간의 행동은 이러한 한계에서 행동가능한 범위에서 법률적인 책임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불가능한 영역에서는 책임의 비난가능성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형법상 부작위범은 보증인지위를 전제로 하는데, 보증인지위는 시간적, 공간적으로 불가능한 공간에서는 작동되지 아니합니다. 가령, 갑이라는 사람은 동시에 부산에 사는 A라는 아들과 서울에 사는 B라는 아들을 동시간에 구제할 수 있는 보증이 되지 아니하며, 부작위범이 성립하지 아니합니다.

 

수사기관에 체포 또는 구금이 되는 사람 중에는 근로자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체포 또는 구금이 된 근로자는 정상적인 근로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 사용자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체포 또는 구금이 된 근로자가 조기에 복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휴직명령을 내리거나 직위해제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휴직명령이나 직위해제명령이나 근로자의 근로제공의무를 강제적으로 정지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목구멍이 포도청인 근로자는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이 인정된다면서 휴직명령이나 직위해제명령에 불복할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돈이나 밥벌이가 걸려있으면 송사가 벌어지기 십상입니다. 다음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301155 판결)은 구속재판 중이던 근로자가 항소심에서 보석허가결정을 받은 경우에, 사용자의 그 복직신청에 대한 거부가 쟁점인 사안이고, 헌법재판소 판결(헌법재판소 1994. 7. 29. 93헌가3) 구 사립학교법 제58조의2 1항 단서 규정이 제3호 소정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직위해제처분의 위헌성에 대한 것입니다. 양자는 모두 무죄추정의 원칙과 휴직명령과 직위해제명령의 충돌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자는 복직신청에 대하여 지체 없이 복직을 명하였어야 하고, 을이 석방된 이후에도 보석이 취소되거나 실형이 선고되는 등으로 다시 근로를 제공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복직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결론, 후자는 필요적 직위해제처분(명령)이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는 위헌판결에 따라 사립학교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습니다.

 

한국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는 5% 미만입니다. 그래서 확률론으로만 보면 휴직명령을 내리거나 직위해제명령을 내리고 후임자의 선임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헌법상 기본권인 무죄추정의 원칙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수용하는 것이 비록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따라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23(해고 등의 제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이하 부당해고등이라 한다)을 하지 못한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産前)ㆍ산후(産後)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용자가 제84조에 따라 일시보상을 하였을 경우 또는 사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휴직을 명하지 못한다고 제한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이 정한 휴직사유가 발생하였으며, 당해 휴직 근거 규정의 설정 목적과 그 실제 기능, 휴직명령권 발동의 합리성 유무 및 그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게 될 신분상·경제상의 불이익 등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참작하여 근로자가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근로를 제공할 수 없다거나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용자의 휴직명령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대법원 2022. 2. 10. 선고 2020301155 판결)


<헌법재판소 판례>
사립학교법(私立學校法) 58조의2 1항 단서 규정이 제3호 소정의 형사사건(刑事事件)으로 기소(起訴)된 교원에 대하여 필요적으로 직위해제처분(職位解除處分)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취지는, 정식기소(正式起訴)된 경우 당연퇴직사유가 되는 형의 선고를 받을 개연성이 상당히 크므로 궁극적으로 교직에서 배제되어야 할 자를 가처분적으로 미리 교직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제소(提訴)된 사안의 심각한 정도, 증거의 확실성 여부 및 예상되는 판결의 내용 등을 고려하지 아니하고 약식명령(略式命令)을 청구한 사건 이외의 형사사건(刑事事件)으로서 공소가 제기된 경우, 당해 교원이 자기에게 유리한 사실의 진술이나 증거를 제출할 방법조차 없이 일률적으로 판결의 확정시까지 직위해제처분(職位解除處分)을 하는 것은, 징계절차(懲戒節次)에서도 청문의 기회가 보장되고 정직처분도 3월 이하만 가능한 사정 등과 비교하면, 사립학교법(私立學校法) 58조의2 1항 단서 규정은 방법의 직정성ㆍ피해의 최소성ㆍ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 제15, 27조 제4항 및 제37조 제2항에 위반되어 위헌(違憲)이고, 다만 제3호 부분은 사립학교법(私立學校法) 58조의2 1항 본문과 결합하여 입법취지에 맞게 합헌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규정이므로 위헌(違憲)이라고 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1994. 7. 29. 93헌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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