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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관리/노동법자료실

<어느 프리랜서PD의 죽음 : sein법칙과 sollen법칙의 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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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예로 들어서 설명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비유(死比喩)입니다. 구태의연한 비유에 독자는 식상함을 넘어 짜증이 납니다. 그래서 이와 비슷한 의미를 주는 sein(존재)법칙과 sollen(당위)법칙을 예로 들어서 다음의 <칼럼>을 설명합니다. 다음 <칼럼>은 논리와 감성을 혼합하여 어느 지방방송 프리랜서PD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주문합니다. 이것은 법원의 판결에 따른 당위법칙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지방방송이 프리랜서라는 다분히 눈가리고 아웅하는 비정규직을 철폐할지는 의문입니다. 실은 의문을 넘어 불가능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존재법칙과 당위법칙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근로자냐, 아니냐는 법률적 판단을 법원은 신중하게 판단합니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207864 판결 참조). 법원은 사용종속성이 근로자성 판단의 대전제라고 기준을 제시합니다. 그러나 그 귀납적 결론을 위하여는 취업규칙, ·퇴근, 근무시간과 근무장소,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의 소유여부, 3자의 고용에 따른 업무의 대행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법원이 이렇게 다양한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주문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성의 인정여부에 따라 수천억에서 수조원이 오가는 상황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에 대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89399 전원합의체 판결)에 걸린 돈도 천억대였습니다. 그래서 대법관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은 신의성실의 원칙으로 포장한 현실론이자 존재법칙이었습니다. 다수의견은 당연히 통상임금의 법리에 충실한 당위법칙이었습니다. 법리적으로는 다음 <칼럼>의 지적이 맞습니다. 방송프로그램 자체가 방송국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프로그램으로 일사불란하게 현출하는 과정이므로, 사용종속성이 없는 것이 더 불합리합니다. 보수신문의 보수편향의 논조가 경영진의 의사와 무관할 수 없듯이, 방송국의 프로그램은 당연히 경영진의 관심사가 현출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아니라는 소송과정에서 해당 방송국 경영진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런데 프리랜서PD의 비극을 초래한 지방방송, 실은 종편이나 케이블은 물론 공중파방송국까지 열악한 경영상태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실은 적자가 누적되는 지방방송국의 열악한 재정상태가 프리랜서PD를 비극으로 내몬 주범입니다. 1970년대부터 지방방송을 비하하는 말이 회자되었습니다. ‘지방방송은 꺼라.’라는 말로 대표되는 지방방송의 열악한 상황은 시대가 흐르면서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종편, 케이블에서 시작한 아나운서, 기자, PD의 계약직화는 대세가 되었고 지방방송에까지 그 여파가 미쳤습니다. 예전에는 지방방송의 직원들은 상당수가 정규직이었는데, 경영환경의 악화로 비정규직이 일상이 된 것입니다.

 

박찬호의 MLB중계로 인지도를 쌓았다가 사라진 itv의 경영진이 방송국의 경영을 돈 먹는 하마라고 표현했습니다. 방송국의 경영이 그렇게나 어려운 것입니다. 지방방송이 살아나려면 드라마, 예능과 스포츠 등에서 캐쉬카우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지방방송은 그럴 여력이 없습니다. 프로그램의 퀼리티가 떨어지고 재미가 없기에 투자 및 광고가 없는 것입니다. 어렵사리 키워놓은 인재도 공중파에서 스카웃해가는 것이 당연지사였습니다. 지방방송 경영진들이 바보라서 투자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으로 직원을 고용하면 프로그램의 퀼리티가 떨어진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방방송의 PD, 아나운서, 기상캐스터 등의 직함을 지닌 프리랜서들은 대부분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송사에서 승소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방방송(실은 종편이나 케이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에서 이러한 일련의 송사를 겪고나서도 프리랜서라는 직함의 비정규직 근로자의 채용관행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당위법칙을 무시하는 이유는 열악한 지방방송의 재정상태입니다. 실은 그렇게 하는 것이 존재법칙이자 생존법칙이기까지 합니다. 유튜브를 비롯하여 인터넷,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유독 지방방송 등에게 특혜를 베풀기도 어렵습니다. 2023년은 그 막강한 KBS도 거액의 적자를 냈습니다.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칼럼>
생전 만났으면 참 따뜻한 사람이었을 그는, 옆에 일하는 동료들을 위하여 용기를 내어 임금 인상을 요구하였던 것처럼, 다시 동료들을 위하여 용기를 내 소송을 진행한 것이었습니다. 그의 바람대로 그의 판결은 남았고 공감에서도 다른 소송을 진행하며, 그가 남긴 판결(청주지방법원 2021. 5. 13. 선고 202010528 판결)을 여러 번 인용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재학PD의 싸움은 방송비정규직 문제를 다시금 공론화하였고 그 이후로 청주방송의 동료근로자들뿐만 아니라, 곳곳에 방송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그를 중심으로 모였던 사람들은 이제는 그의 동생인 이대로 씨가 이끄는 엔딩크레딧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본과 차별의 벽은 여전히 높습니다. 근로자 지위를 확인받고 돌아온 프리랜서들에게 방송국들은 법을 비웃듯 다시 프리랜서 계약서를 내밀기도 하고, 오랜 경력을 다 지우고 계약직 사원으로 돌아오라 그러기도 했습니다. 정규 직원으로 받아 달라 요구하는 이들을 괴롭히고 고립시키고, 방송에서 지우고, 업무를 바꾸고,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도 했습니다.
http://www.lec.co.kr/news/articleView.html?idxno=746375


<근로기준법>
2(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근로자성이 다투어지는 개별 사건에서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개별 근무지에서의 업무형태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 및 증명의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사실심의 심리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소송과정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등의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207864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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