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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와 산업안전/산업재해보상

<협력업체 사업주의 보호의무와 ‘돈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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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중세의 영주-기사관계는 쌍무계약관계였습니다. 기사는 영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대신 영주는 기사의 생계를 책임지고 보호를 약속했습니다. 드라마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이 사병을 일종의 재산권으로 보았던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사병들도 급료형태로 금전적 이익을 사병을 지휘했던 호족들에게 취했지만, 서양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서양의 영주-기사관계의 영향을 받았는지 서양의 노사관계는 기본적으로 임금의 지급과 근로의 제공이라는 대가관계를 넘어 사용자의 근로자 보호의무와 근로자의 충실근로의무까지 대가관계를 인정하였습니다. 물론 사용자의 노동착취로 그 취지가 변질되기는 하였지만, 등가교환을 전제로 하는 쌍무계약의 내용으로 아직까지 근대노사관계의 원형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대법원도 일관되게 사용자의 근로자 보호의무를 긍정하였고, 실정법인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제5조는 ‘사업주 등의 의무’라는 제목으로 사업주의 근로자 보호의무 중 신체 및 생명보호의무를 구체화하였습니다. 실은 산안법 전체가 사업주의 근로자 보호의무를 법제화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산안법상 사업주의 의무를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고 판시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산안법상의 의무가 사업주의 보호 중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인 것은 맞지만 그것에 한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법률상의 의무는 현실에서 구체화되어야 의미가 있습니다. 말로만 백날 ‘근로자를 사랑하고 아낀다.’고 말해봐야 공허한 것입니다. 산업현장에서 물적, 인적 설비로 구현하여야 보호의무는 현실에서 작동합니다. 그러나 안전보건조치는 돈이 듭니다. 위 대법원 판결의 배경은 ‘갑’의 위치에 있는 원청회사와 ‘을’의 위치에 있는 협력회사의 근로자의 안전사고에 대한 것으로서, 협력회사가 사고현장에서 사무실도 없는 경우에도 적용된다는 사안입니다. 물론 사무실은 있던 협력업체도 사안에서는 등장합니다.  

○대법원은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협력업체가 사업장, 즉 사고현장을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않아도 산안법상의 사업주의 개념을 해석하여 보면 사업주의 산안법상 책임이 긍정될 수 있다고 판시한 것입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법리적으로는 타당합니다. 사업주의 보호의무가 협력업체라 하여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돈’입니다.

○협력업체는 만성적으로 재정난에 시달립니다. 그것에 반하여 안전조치를 확보하는 각종 기자재 등의 물적 설비는 저렴한 가격에 구비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산안법 제72조는 건설사업장에서 안전보건비용의 계상의무를 원청업체에게 법정화한 경우이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설업 외에 제조업 등의 경우에 협력업체나 하청업체가 안전보건비용을 보전받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영업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협력업체 내지 하청업체가 안전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것도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사업주의 보호의무는 법적 의무이기에, 사업주는 보호의무를 이행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그 보호의무의 이행에는 돈이 듭니다. 거액이 듭니다. 그 돈에 대하여 산안법은 특칙으로 건설업을 규정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도 건설업 외에도 안전비용은 소요됩니다. 법과 현실의 차이는 많은 곳에서 발견됩니다만, 안전비용과 보호의무의 괴리도 바로 그 적나라한 예시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사업주 등의 의무) ①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이행함으로써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을 유지·증진시키는 한편, 국가의 산업재해 예방시책에 따라야 한다. 
1.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기준을 지킬 것
2.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할 것
3. 해당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정보를 근로자에게 제공할 것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설계·제조·수입 또는 건설을 할 때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지켜야 하고, 그 물건을 사용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기계·기구와 그 밖의 설비를 설계·제조 또는 수입하는 자
2. 원재료 등을 제조·수입하는 자
3. 건설물을 설계·건설하는 자
제72조(건설공사 등의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 등) ① 건설공사발주자가 도급계약을 체결하거나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건설공사발주자로부터 건설공사를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은 제외한다)가 건설공사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바에 따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하여 사용하는 비용(이하 "산업안전보건관리비"라 한다)을 도급금액 또는 사업비에 계상(計上)하여야 한다.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효율적인 사용을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정할 수 있다.
1. 사업의 규모별·종류별 계상 기준
2. 건설공사의 진척 정도에 따른 사용비율 등 기준
3. 그 밖에 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사용에 필요한 사항
③ 건설공사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제2항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사용하고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사용명세서를 작성하여 보존하여야 한다. 
④ 선박의 건조 또는 수리를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은 사업 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하는 바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사업비에 계상하여야 한다.
⑤ 건설공사도급인 또는 제4항에 따른 선박의 건조 또는 수리를 최초로 도급받은 수급인은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산업재해 예방 외의 목적으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35조(「산업안전보건법」의 적용에 관한 특례) ① 파견 중인 근로자의 파견근로에 관하여는 사용사업주를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제4호의 사업주로 보아 같은 법을 적용한다. 이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제2항을 적용할 때에는 "근로자를 채용할 때"를 "근로자파견의 역무를 제공받은 경우"로 본다.  
후략

[1]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의 의무는 근로자를 사용하여 사업을 행하는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하는 재해방지의무로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2] 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가 타인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경우 그 작업장을 사업주가 직접 관리·통제하고 있지 아니한다는 사정만으로 사업주의 재해발생 방지의무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의 사업장 내 작업장이 밀폐공간이어서 재해발생의 위험이 있다면 사업주는 당해 근로관계가 근로자파견관계에 해당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고 한다) 제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사업주가 근로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법 제24조 제1항에 규정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타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도록 지시하거나 그 보건조치가 취해지지 아니한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정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위 규정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법 제66조의2, 제24조 제1항의 위반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20. 4. 9. 선고 2016도1455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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