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한명재 이야기>

728x90
반응형

 

- 세상은 넓고도 좁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하게 되는 말입니다. 이 말은 여러 상황에서 등장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일상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황은 유명 인물이 지인의 선후배라던가, 가족이라던가, 아니면 학교 동문이라던가 하는 상황, 즉 그가 혈연, 지연, 학연에 걸리는 상황입니다. 우연히 만났던 유명 인물이 알고 봤는데, 후배의 친구였다거나 학교 선배였다던가 하는 상황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인 줄 알고 데면데면하게 대한 사람이 나중에 유명 인물이 되었다던가 하는 상황도 이러한 범주입니다.

 

스포츠 캐스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명재도 저에게는 바로 그런 인물입니다. 프로야구중계의 간판 캐스터 한명재가 고향 대전 후배이자 친구의 직속 고교후배였기 때문입니다. 한명재를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MLB중계를 통해서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가 서울사람인 것으로만 알았습니다. 충청도 사투리 특유의 늘어지는 말투와 느린 발음을 한명재에게서는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까도남같은 이미지도 그러한 생각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아무튼 MLB중계가 아니라면 한명재라는 이름 석자 자체를 몰랐을 것입니다.

 

박찬호를 시작으로 한국에서도 MLB가 본격적으로 중계가 되었습니다. KBS, itv 등을 거쳐서 MLB를 중계했던 MBC-ESPN(후에 MBC스포츠플러스로 변신)MLB캐스터 한명재는 원 뜨리(쓰리)’라는 특이한 발음과 감정이 넘치는 샤우팅이 튀는 캐스터로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스포츠 캐스터는 크게 감정을 죽이고 상황설명에 집중하는 나레이션형과 승패에 감정을 불어넣어서 재미를 돋구는 엔터형이 있는데, 한명재는 후자에 속한 캐스터였습니다. 감정이 깊게 배어 때로는 심쿵하다는 느낌을 절로 만드는 한명재의 멘트가 가슴에 쏙 박히기가 무수히 반복되었습니다. 때로는 중계화면보다 한명재의 멘트가 더 꽂혔습니다. 고향 후배인 것을 알고 나서부터는 더욱 한명재가 신통방통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최평웅, 조춘제, 최선, 정도영 등 KBS 아나운서 출신 캐스터들은 대체로 나레이션형에 가까웠습니다. 그런데 스포츠중계에서도 오락의 요소가 중시되면서 최근에는 점차 엔터형에 가까운 캐스터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스포츠 캐스팅의 이러한 변화는 당연히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미국은 스포츠는 물론 뉴스앵커에서도 엔터요소를 중시하여 거액의 스카우트비용이 오가는 것이 당연시될 정도로 시청자들의 흥미만족이 중시됩니다. 재미로 보는 것이 스포츠중계인데, 무미건조하게 상황만을 설명하는 나레이션형 캐스팅은 재미를 떨어뜨립니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다소 과장적인 멘트와 감정이 섞인 멘트가 스포츠의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MLB에서는 선수 뿐만이 아니라 구단주, 감독, 나아가 캐스터까지 명예의 전당으로 보냅니다. 야구는 선수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작업이라는 관점을 수용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저스의 전담 캐스터 빈 스컬리는 물론 컵스의 해리 캐리 등 유명 캐스터도 당연히 명예의 전당의 회원이 되었습니다. 한명재가 명예의 전당에 모셔질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한명재가 했던 무수히 많은 중계를 보면서 느꼈던 희로애락의 감정이 뒤섞였던 시간이 행복했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EHr9Mt_7IU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