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의 명곡 ‘변해가네’의 가사처럼 모든 것은 변해갑니다. 액션영화는 예나 지금이나 존재하지만, 그 액션영화의 주류 자체는 당연히 변해갑니다. 지금은 사라지고 거의 볼 수가 없는 액션영화의 장르가 무협영화입니다. 물론 무협영화의 터전인 무협지와 그 무협지를 대여하던 만화가게(‘만화가게’라 하면 족한 것을 기어이 일본식 ‘대본소’라고 고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본소(貸本所, 카시혼쇼, かしほんしょ)는 책(만화책)을 빌려주는 가게라는 뜻입니다)도 사라져가고 점점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1970년대는 무협영화는 극장에 걸기가 무섭게 히트를 하는 무협영화의 전성시대였습니다.
내공, 비급, 지풍, 장풍, 혈, 축지법, 검술
당시에는 일상에서도 이런 류의 무협지나 무협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말이 쓰였습니다. 지금도 쓰이는 ‘내공’이라는 말은 그 시대의 유행을 지나 아직까지 쓰이는 말입니다. 그 시절은 쌍절곤을 휘두르며 ‘아뵤오오!’를 외치는 이소룡, 코믹절도범 최가박당의 허관걸과 맥가, 코믹무술의 달인 성룡, 정통무술의 이연걸, 현대판 무협활극의 주윤발, 강시시리즈의 임정영 등 홍콩에서 만든 무협영화의 아이콘들은 한국에서 인기의 절정을 누렸고, 이들이 출연하는 무협영화가 상영만 되면 대박이 나는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전국의 모든 학생들을 졸지에 외팔이로 만들었던 외팔이시리즈의 왕우도 절대로 뺄 수 없는 무협영화의 아이콘이었습니다.
시리즈물영화가 대개 그렇듯 당초에는 외팔이시리즈도 단편으로 구상된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예상외로 뜨거웠던 반응에 아예 시리즈물로 만든 것입니다. 성룡의 코믹무협시리즈도 당초 ‘취권’의 히트에 힘을 얻어서 제목은 다르지만 비슷비슷한 컨셉으로 시리즈물을 만든 것이고, 단편으로 기획된 강시물이 히트한 강시시리즈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윤발의 영웅본색물도 대동소이한 이력을 담은 시리즈물입니다.
왕우의 외팔이시리즈는 오른손이 없는 외팔이 왕우가 악당들을 한손으로 제압한다는 내용이 주요 컨셉입니다. 지금이야 CG로 하늘을 훨훨 나는 장면을 연출하겠지만, 당시에는 와이어(일명 ‘피아노끈’)액션으로, 그때를 기준으로도 뭔가 엉성하지만, 나름 멋이 있는 액션으로 통쾌감을 주었습니다. 왕우의 인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 저와 친구들은 학교에서 한손으로 친구들과 대련을 하는 시늉을 하곤 했습니다. 물론 이소룡을 흉내 낸다고 쌍절곤을 휘두르는 친구들도 꽤나 있었고 그냥 봉술을 흉내 내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홍수환을 흉내 낸다고 복싱글러브를 학교에 갖고 오는 친구들도 당연히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무협영화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헐리우드의 정교한 CG로 무협물의 와이어액션을 내쫓은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요즘 1970년대 무협액션을 보면 액션물임에도 전혀 액션답지 않고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칼에 닿는 둥 마는 둥 함에도 ‘으악!’하고 넘어지는 엑스트라가 뭔가 애처롭다는 막연한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무협영화가 몰락한 이유 중에는 현대의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 MMA)의 등장을 뺄 수 없습니다.
과거 무협영화에서는 태극권이나 당랑권, 아니면 취권 등 특정 무예비급을 깨우치면 그냥 악당을 제압하는 것으로 묘사를 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권법을 배워도 사람에 따라 실력이 천차만별임에도, 특정 권법이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다는 비상식적인 발상이 허무맹랑하기 짝이 없습니다. 유도가 레슬링보다 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태권도가 복싱보다 강하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각각의 무예를 닦은 사람의 무예실력과 체격, 그리고 연령에 따라 그 대련의 결과는 당연히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쉬샤오동 등 MMA의 고수가 쿵푸 등 무예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벗긴 후유증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죽하면 쿵푸 등 중국무술을 그냥 ‘체조’라는 비아냥이 생길 정도입니다. 쿵푸를 다룬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는 비아냥과 조롱이 일관되게 게시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그렇게나 재미있게 봤던 왕년의 무협영화를 지금 보자면, 손과 발을 써서 내는 엉성하고 유치한 음향에 더하여 들판이나 조잡하게 지은 세트에서 펼치는 엉성한 활극이 이어지기에, 보다가 지루하기까지 합니다. 왕우의 외팔이시리즈도 그렇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찍은 엉성한 활극장면은 웃프기만 합니다. 칼에 베었는데, 피를 흘리지도 않고 처절하게 ‘으악!’소리를 내는 장면은 어이가 없기만 합니다. 고 피천득 선생이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아사코를 보고 실망했듯이, 왕년에 열광했던 왕우의 외팔이시리즈도 실망감이 넘쳐납니다. 물론 눌러참고 보면 나름 재미가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 지분의 상당수는 추억팔이의 효과일 것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rDj-V0Xrj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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