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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연예한담

<‘사랑과 진실’, 그리고 임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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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는 TV 외에 국민들의 저녁을 책임질 플랫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TV시청률이 5~60%를 기록하는 드라마가 종종 있었습니다. MBC1985년에 방영한 사랑과 진실도 시청률이 어마어마했던 국민드라마였습니다. 얼마나 인기가 뜨거웠는지 당시 주인공인 정애리의 극중 이름이 효선이었고 원미경이 미선이었는데, 이 두 여배우를 시민들이 그냥 효선’, ‘미선이라 부를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의 대화 중에 오늘 효선이 하냐?’, 사랑과 진실이 방영되는가 묻는 것이 안부인사가 될 정도였습니다. 마치 지인을 만나면 식사하셨습니까?’ 하는 안부인사 수준이었습니다.

 

물론 당시에도 여중고생을 중심으로 만화문고인 클로버문고의 유리의 성을 베꼈다는 주장은 있었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유리의 성자체를 몰랐기에 표절시비는 그야말로 찻잔 속의 태풍수준이었습니다. ‘사랑과 진실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지녔습니다. 선과 악의 대결, 뒤바뀐 자매의 운명, 출생의 비밀 등 기본적인 플롯 자체가 흥미진진한데다가, 출연진이 호화배우일색이었기 때문입니다.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김수현이라는 당대 최고작가의 자극적이고도 감각적인 대사는 재미의 절정을 이뤘습니다. 모든 것이 재미의 불을 지폈습니다. 그 중에서 원미경의 악역연기는 그 어떤 요소보다 재미의 결정판이었습니다.

 

대부분의 배우들은 악역을 기피합니다. 배우의 이미지가 안 좋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악역을 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남을 웃기는 것도 어렵지만, 억지로 악한으로 변신하는 것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악역으로 소름이 끼치도록 리얼리티가 극대화된 배우는 진정 연기의 달인이라 보면 됩니다. 인간 본연의 악마의 본성을 표출하는 능력이야말로 메소드연기의 형상화이자 진정한 연기력의 발현입니다. 실제로도 헐리우드 영화에서 악역이 발군인 배우는 진정한 연기력의 대가로 인정을 받습니다. ‘양들의 침묵에서 안소니 홉킨스의 소름끼치는 악역은 역설적으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것이 바로 그런 이유입니다.

 

그래서인지 히스테리칼한 악역의 원미경의 연기는 당시는 물론 지금 봐도 정말 대단했습니다. 가짜인생을 사는 불안불안한 모습을 정말로 생생하게 잘 연기했습니다. 그리고 국민드라마의 악역답게 온 국민의 욕받이로 마음고생도 많이 했습니다. 당대의 미녀배우가 참으로 수모를 겪은 셈입니다. 반면, 선하고 굳센 의지의 여성 정애리는 국민의 사랑과 성원을 받았습니다. 졸지에 이 드라마로 인하여 정애리와 원미경은 천사와 악마로 각각 이미지가 각인되었습니다.

 

이 두 여배우가 플롯의 중심에 있었고 드라마를 이끌어갔기에 상대적으로 남배우는 눈길을 덜 끌었지만, 정애리의 상대역인 임채무에 대해서는 말이 많았습니다. 전통적인 남자주연배우의 상인 꽃미남계열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1970년대를 휘어잡은 노주현, 한진희도 아니었고, 그 이후의 간판 꽃미남인 이영하, 백윤식도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실은 임채무는 이 드라마 이전에 이렇다 할 멜로드라마에서 활약하지도 못했습니다. 임채무 본인에게는 흑역사일 수도 있겠지만, 임채무는 수사반장에서 조폭이나 강도로 제법 출연한 배우입니다. 물론 임채무는 범인으로 출연한 대목에 대하여는 그리 소상하게 밝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하여 기억하는 팬들이 꽤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 1979년경에 수사반장에서 카빈총으로 강도행각을 벌였던 방영분이 가물가물하지만 어렴풋이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실제로도 구로동 총기난사 사건의 카빈소총강도로 출연했던 사실이 있었습니다. 리얼리티가 워낙 대단해서 실제로도 임채무는 강도같은 범죄자 출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섬찟하게 연기를 잘 했던 기억이 납니다. 같은 배역을 먼 훗날에 이덕화가 했는데, 이덕화 버전의 카빈강도는 카리스마가 넘쳐서 멋지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같은 배역인데, 임채무는 리얼리티가 인상적이었고, 이덕화는 카리스마가 충만했습니다. 두 배우 모두 훌륭한 배우가 맞습니다.

 

임채무는 정애리의 상대역으로 사랑과 진실에서 인기 상한가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 이후에는 이렇다 할 멜로드라마에서의 대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시대극이나 사극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하였습니다. 임채무 자체도 한국인이 선호하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의 남자주연배우의 마스크는 아닙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미스캐스팅 시비가 있었음에도 대박을 낸 임채무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아무튼 임채무는 사랑과 진실의 대박을 기회로 노래까지 내게 됩니다. 그리고 가수와 겸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멜로드라마가 딱 한번만 대박을 냈듯이 노래도 딱 한곡만 대박을 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6CHRJ40mw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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