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 동굴에서 발견된 낙서, ‘요즘 젊은 애들이 버릇이 없어.’라는 말은 요즘시대에도 연장자들이 연하자들에게 애용(!)하는 푸념이라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이러한 연장자들의 푸념의 대중가요 버전이 있으니, 그것은 ‘요즘 노래에는 인생이 없고 철학이 없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었을 적에 자주 들었던 유행가에 꽂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인지 자신보다 후세대의 유행가는 어딘가 마음에 들지 않기 마련입니다. 자신들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안 들으면 그만인데, 거기에 대고 꼭 이런 훈계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고려속요를 들은 조선의 사대부들은 음탕하고 저속하다고 비난을 했습니다. 아직도 교과서에서까지 소개되는 ‘남녀상열지사’라는 훈계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러나 고려속요를 비난했던 조선의 선비들은 관기까지 두어서 성욕을 해소했고, 고을의 유명 주루의 주요 고객은 다름 아닌 그 고을의 행세깨나 했던 선비들과 상인이었습니다. ‘홍길동전’이나 ‘춘향전’의 내용을 보더라도 관리와 기생 간의 관계를 금방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조선의 ‘대동야승’에서는 양반나으리의 비행이 밤하늘의 별처럼 많고, 박지원의 ‘양반전’은 아예 내놓고 비난을 합니다.
본래 인간의 감정은 꼭 도덕적인 것은 아닙니다. 변덕도 심하고 비교질도 하고 그냥 남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 인간의 속성입니다. 사랑의 영역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죽고 못 산다고 말을 하다가도 불구대천의 원수가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나훈아의 ‘사랑’도 그렇습니다. ‘사랑’의 가사에는 ‘온 세상을 다 준대도 바꿀 수 없는 내 여인아’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미혼남녀의 미혼의 사연 중에 경제적 원인이 단연 으뜸이고, 결혼한 부부의 이혼사유 중에서 경제적 이유는 언제나 상위권입니다. 단칸방에서도 달콤한 사랑이 익어갔던 1970년대의 이야기는 이제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세태이기에, 요즘 유행가에서는 오글거리는 사랑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현실적인 사랑이야기와 쿨하게 헤어지는 내용이 오히려 주류입니다. 실은 밀땅하는 연애에 대하여도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것이 존재합니다. 다음은 자자의 ‘버스 안에서’의 가사의 일부입니다. 이런 가사가 무척이나 와닿습니다.
넌 너무 이상적이야 네 눈빛만 보고네게 먼저 말걸어 줄 그런 여자는 없어.나도 마찬가지야 이렇게
그러나 마음에 든다고 무척대고 말을 걸고 사귀자고 거듭 들이대면 ‘스토커’라는 범법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이전에 요즘은 열 번 찍는 경우 자체가 희귀합니다. 그리고 슬프게도 요즘에는 일본식의 ‘초식남’ 현상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N포시대’라는 말이 그냥 생긴 것은 아닙니다. 사랑의 감정도 자신을 먼저 추스르고 이성을 갈구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발산이 되는데, 이제 사랑을 느끼게 되는 연애도 쉽지 않은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비현실적인 사랑을 읊어대는 나훈아의 ‘사랑’ 속의 가사가 더 꽂힙니다. 분명 옛날보다 더 잘사는 시대임에도 옛날과 같은 뜨거운 사랑을 유행가에 담을 수 없는 시대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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