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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연예한담

<추억의 영화 : ‘OK목장의 결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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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거치면서 퍼펙트게임과 노히트노런을 세운 명예의 전당 입성 투수인 로이 핼러데이(Roy Halladay)에게는 ‘닥(Doc)’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그 닥이란 ‘닥터(Doctor)’를 뜻하는 것으로서, 그 어원은 버트 랭카스터와 커크 더글러스가 열연한 ‘OK목장의 결투’의 극중 치과의사로 분한 ‘닥 홀리데이(커크 더글러스 분)’의 애칭입니다. 메이저리그 유명 선수의 별명으로 불릴 만큼 ‘OK목장의 결투’의 임팩트가 대단했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헐리우드의 명배우 버트 랭카스터가 분한 ‘와이어트 어프’라는 실존 인물도 유명한 서부시대 보안관으로 여러 차례 영화화 되었습니다.
 
‘Gunfight At the O K Corral’라는 주제가를 멋지게 부른 Frankie Laine도 이 영화의 주제가를 불러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여담으로 건맨 영화임에도 맨 처음에 칼을 맞아 죽는 악당 역할의 리 반 클리프(Lee Van Cliff)가 단역으로 나와서 유명하고, 키애누 리브스를 출세시킨 전설적인 영화 ‘스피드’에서 지능적인 악당 데니스 호퍼(Dennis Hopper)가 조연으로 출연하여 더욱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더욱 유명한 것은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애리조나 주 툼스톤에서 벌어진 실제 결투가 역사적 배경이기에, 아직도 그 유적이 관광코스로 각광을 받습니다. 뭐든 돈이 된다 싶으면 장사거리로 만드는 자본주의의 천국 미국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xY64zprJEw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 마성의 ost, 그리고 실화에 바탕을 둔 탄탄한 스토리 등이 어우러져 대박영화로 이어진 ‘OK목장의 결투’는 국내에서도 당연히 뜨거운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리얼리티 측면에서 아쉬움이 많은 영화입니다. 악당이 죽을 때는 왜 그렇게나 피도 흘리지도 않으면서 서둘러서(!) 죽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m1873 싱글액션 리볼버 권총이 6발에 불과함에도 재장전도 없이 10발 이상이 발사되는 총기액션영화의 고질병(?)은 변함이 없습니다. 물론 주연배우들은 대충 쏘더라도 백발백중하는 그 기괴함도 거의 짜증수준입니다. 당시 총기의 성능상 정확도는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윈체스터소총도 정확도는 현대총기와 비교가 민망한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 실망스러운 점은 서부영화에서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m1873 싱글액션 리볼버 권총이 실제로는 근 2kg에 육박하는 육중한 총임에도 건맨들은 그리 무겁다는 제스처도 없이 격발을 하는 점입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흔히 45구경이라 불리는 m1911권총이 약 1kg임에도 한손으로 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 두 배의 무게를 자유자재로 총을 쏜다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합니다. 한국은 총기소지가 금지된 나라이기에, 총기의 실제무기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짧은 군대시절에 경험한 권총의 무게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CG로 리얼리티가 최적화된 최신 영화문법에 익숙한 요즘 2030세대의 시각으로는 ‘OK목장의 결투’는 엉성하고 고색창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절의 영화도 요즘 영화의 플롯과 동일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즉, 선과 악의 대결을 통한 긴장감과 선의 승리라는 공식 자체는 최근의 액션영화문법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OK목장의 결투’는 서부영화는 물론 액션영화의 전형적인 클리셰에 충실합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포장이 달라지기는 했지만 내용은 동일하다는 의미입니다. 그 시절부터 헐리우드 액션영화를 설명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뻔한 스토리에 뻔한 감동!’
 
몸속에 인이 박힐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플롯은 누구에게나 익숙합니다. 실은 익숙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세기 이상 반복되는 것은 그 반복되는 이야기에 관객은 싫증을 느끼지 않고 오히려 똑같은 ‘반복된 감동’을 기대한다는 의미입니다. 결말 자체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 결말에 이르는 과정이 오히려 관객에게는 관심사인 셈입니다. ‘OK목장의 결투’는 당연히 이러한 수순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실존인물인 와이어트 어프는 ‘영웅 만들기’에 열심인 미국의 노력과는 달리 탐욕과 악행 시비가 끊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와이어트 어프의 논란이 화석화된 영웅이 아니라 논쟁 속에서 화제를 낳았고, 영화화되는 동기를 부여했다는 아이러니를 품고 있습니다. 물이 맑으면 오히려 물고기가 없다는 속담 속의 진리를 전달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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