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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죽은 박정희와 산 트럼프 : feat, ‘rust b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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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왜국의 토요토미 히데요시(豐臣秀吉)가 내건 전쟁의 명분은 정명가도(征明假道), 즉 명을 칠 것이니 길을 빌려달라, 는 것입니다. 소중화(小中華)를 자처하면서 친명사대를 국정의 기조로 삼는 조선의 조정으로서는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조건입니다. 물론 왜국의 토요토미 막부(幕府)정권도 당연히 조선 조정의 반대를 예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강행한 것은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려는 토요토미의 계략이었습니다. 내부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정략은 21세기 현재도 아직 유효합니다. 인류역사상 최강국 미국에서는 202411월 대선을 앞두고 유력 주자인 트럼프와 바이든이 모두 토요토미를 따라하고 있습니다.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에서 승리해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러스트란 쇠붙이에 붙는 녹을 말합니다. 과거에는 스틸 벨트(steel belt), 즉 철강지대라 불린 곳이 녹의 지대로 이름이 변경된 것 자체가 해당 지대에 거주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명예인 셈입니다. 러스트 벨트란 구체적으로는 미국 북부의 오대호 인근 중공업 위주의 제조업 공업지대를 말하며, 자동차와 철강 등 유럽의 패권을 미국으로 옮긴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지대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에 차례로 잠식되면서 낙후된 지대로 전락하였습니다. 트럼프는 러스트 벨트 주민들에게 중국탓’, 그리고 한국탓을 하면서 지지를 이끌어냈고, 마침내 당선되었습니다.

 

트럼프는 중국산 철강의 저가공세를 지목하면서 관세전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식 신자유주의 논리에 충실하자면, 가격 대비 품질이 떨어지는 미국산 철강, 그리고 철강을 사용하는 자동차산업, 조선산업이 낙후된 것이지 중국탓, 그리고 한국탓이 아닙니다. 미국탓입니다. 다음 <기사>는 러스트 벨트를 공략하는 바이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바이든은 러스트 벨트 주민들을 중산층으로 만들겠다는 사탕발림을 하지만, 러스트 벨트에서 생산하는 철강과 조선, 그리고 자동차산업의 부흥책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전 세계 무역전쟁을 벌였으면 그 후과도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데, 아무런 대책도 없이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것은 만국공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습니다. 천하의 미국도 노동자의 표가 중요하다는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 이전에 196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러스트 벨트가 될 수 있는 노동자계층 자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입니다.

 

한일국교정상화의 대가로 받은 돈이 포항제철의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광부와 간호사 7000여 명을 긴급 모집해 서독에 파견하고 그들의 월급을 담보로 14000만 마르크(3000만 달러)의 차관을 얻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습니다(중앙선데이, 2010. 6. 27.). 그리고 지폐의 거북선 그림으로 바클레이 은행을 설득하여 차관을 도입했다는 정주영 회장의 일화가 사실은 날조에 가까운 과장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다못해 개인이 은행에 돈을 빌리려 해도 집을 담보로 잡는 등 담보대출이 만국공통인데, 글로벌은행이 이역만리 나라, 게다가 듣보잡의 나라의 지폐의 그림을 담보로 조선소건설을 위한 천문학적인 금액의 대출을 해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서양에서도 은행장이 배임죄로 감옥에 갈 일이며, 주주소송으로 막대한 금액을 물어줘야 할 사안입니다. 나무위키는 다음과 같이 서술을 하고 있는데, 이것이 정주영 일화의 실제입니다.

 

 

1968년 박정희 정부는 제철·종합기계·석유화학·조선을 4대 국책 사업으로 설정하고 최대한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4대 공장 사업을 계획하였다. 박정희는 1969년 정주영 회장과 독대하여, 정부가 최대한 지원해 줄 터이니 조선사업을 맡을 것을 강권하여 추진하도록 하였다. 이후 정주영 회장은 끈질긴 노력 끝에 1971년 그리스의 선박왕 아리스토틀 오나시스의 조카 라비노스에게 26만톤 유조선 선박수주계약을 따내는 동시에 영국 바클리스 은행에서 4300만 달러의 차관을 도입하는데 성공하여, "우리가 지금 조선소는 없지만 배를 계약해주면 그걸로 돈을 빌려 조선소를 지은 뒤 배를 만들어 주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일을 성사시켜 건설 자금을 마련 할 수 있었고 구매 계약 당시 현대가 계약을 불이행할 경우, 선수 원리금에 대해 한국 정부 차원에서 지급하겠다는 보증까지 해주는 서약이 있었기에, 가까스로 자금을 확보하여 조선소의 건설을 착수 할 수 있었다.

-나무위키 박정희 정부/평가/긍정적 평가중에서-

 

<기사>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현지시간) 노동자 표심을 놓고 구애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 표가 중서부 주요 경합주이자 이른바 러스트 벨트에 위치한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의 승부를 가를 중요 변수로 꼽히는 상황에서 노조와 접촉면을 늘리면서 지지 확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오후 미시간주 워렌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지역 사무소를 방문했다.
가장 '()노조 대통령'을 자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월스트리트가 중산층을 만들지 않았다"면서 "노동자들이 중산층을 만들었으며 중산층이 미국을 세웠다"라고 말했다고 백악관이 발언 자료를 통해 전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0203002600071

노동법은 노동시장이 존재함을 전제로 신규 또는 현존의 노동법률관계를 규율합니다. 전술했듯이 노동시장이 부존재한다면 노동법은 공허합니다. 러스트 벨트의 주민들은 상당수가 전직을 했습니다. 스틸 벨트의 신화는 과거의 영화일 뿐입니다. 미국은 철강과 조선에서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습니다. 미국은 금융, IT, 농업, 서비스산업 등에서만 경쟁력이 있습니다. 애플, 구글,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나이키의 나라이기도 한 미국에서 정작 나이키공장, 그리고 애플공장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녹슨(러스트) 벨트의 노동자들을 현혹하는 정치인들의 사탕발림이 아무리 넘쳐도 스틸 벨트로 회귀되지 않는 한 그냥 러스트 벨트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은 1960년대의 한국이 아니기에, 트럼프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박정희가 될 수는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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