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장인들의 여름 휴가도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여름휴가를 ‘바캉스’라 부릅니다. 바캉스는 딱 들어도 프랑스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vacance는 프랑스어입니다. 영어의 vacancy와 어원이 같으며, 본래의 뜻은 ‘텅 빈’의 의미입니다. 여름휴가철에 도심이 텅 비어있다는 데서 착안한 말입니다. 프랑스는 물론 유럽에서는 긴 여름휴가를 당연히 여기는 노동문화입니다. 개인의 안락과 평화라는 가치는 기업의 발전보다 우선시 되는 것이 유럽의 오랜 노동문화입니다. 이런 노동문화는 유럽인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입니다.
○인류가 지닌 과학기술의 절대다수는 유럽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눈물겨운 노력의 산물입니다. 그리고 산업혁명이 유럽에서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찬란한 로마유산은 21세기에도 발현됩니다. 19세기부터 20세기초까지 상품시장과 원료공급지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를 수탈하여 축적한 부로 21세기까지 평온과 안락을 누렸고, 바캉스라는 달콤한 휴가를 누렸습니다. 그런데 이제 유럽만의 독자적 기술이라거나 유럽 아니면 불가능한 산업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유럽은 투입 대비 과도한 임금수준을 유지합니다. 거기에 더하여 긴 휴가를 누리고, 연금을 수령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서유럽이나 북유럽에 한정된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유럽이 아시아나 아프리카에 비하여 고임금과 복지, 그리고 휴가를 누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한 나토의 설립, 그리고 마샬 플랜으로 국방비를 쓸 필요도 없이 오로지 경제활동만으로 선진국의 달콤함을 알뜰하게 누리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이런 평화와 번영의 시대가 지속되니까 그들이 누리는 웰빙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들은 국민 개개인은 기업이나 국가보다 우선하는 존재라고 여기는 가치관이 확립되었습니다. 국방은 미국이 당연히 책임지는 것이고, 원유와 가스는 당연히 러시아가 책임을 지는 것이며, 그들이 하청국으로부터 납품받은 명품은 중국을 비롯한 제3국이 당연히 소비하는 것으로 인식하였습니다. 유럽인들은 세상 편하게 풍요와 안락을 누렸으며, 개인이 이렇게 누리는 것이 천부인권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 당연한 것은 태어나고 죽는 것밖에 없습니다.
○유럽인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평온과 안락을 ‘당연하게’ 누리는 장면은 먼 옛날 로마 대제국이 누리던 팍스로마나(Pax Romana)를 떠올립니다. 팍스로마나가 지속되자 로마인들은 힘들고 더러운 일은 식민노예들에게 맡겼고, 국방은 게르만전사에게 맡겼습니다. 그들은 콜롯세움에서 글레디에이터의 무술경연에 심취했고, 음주와 가무로 세월을 보냈습니다. 근로정신이나 로마의 강건한 기상따위는 ‘개나 줘라!’였습니다. 로마의 철학자 중에는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은 회피하는 것이 자유인의 권리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누리는 자’와 ‘일하는 자’가 동일한 사회에서 따로 존재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역설의 변증이 반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로마는 자신들이 고용한 게르만의 용병대장 오도아케르에 의하여 멸망하였습니다. 로마시민이 선택한 쾌락과 희열은 개인적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의사결정이지만 전체로 보면 합리적이지 않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역설을 겪게 되었습니다.
○유럽인은 로마의 후예답게(!) 역사의 오류를 반복합니다. 장기간 지속되어 온 풍요와 안락에 안주하여 장기간의 휴가에 더하여 주5일제, 주4일제로 이어지는 근로시간의 단축을 법제화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들과 혈연관계인 미국은 실리콘밸리로 상징이 되는 부단한 도전정신이 기업문화를 낳아서 IT와 디지털산업을 구축하는 동안에 베짱이처럼 안락과 휴식을 추구하였습니다. 자본주의는 끊임이 없는 노력으로 구축된 사회라는 지극히 당연한 이치를 망각한 후과로 유럽은 빛의 속도로 가난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저 멀리 까마득하던 프랑스나 영국과 한국의 1인당 GDP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사> 실질임금 인상률은 2015년 2.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독일 실질임금 인상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었다. WSI는 “최근 몇 년간 실질임금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대부분 사업장에서 최대 수천 유로까지 지급하기로 한 인플레이션 보상 상여금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WSI 토르스텐 슐텐 교수는 “올해 실질임금이 크게 증가하면서 2021년과 2022년의 엄청난 실질임금 하락과 2023년의 소폭 감소를 상쇄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을 0.1%로 내다봤다. 국제통화기금(IMF)은 0.2%, 독일 정부는 0.3%를 예상 중이다. 독일의 실질임금 상승은 주 4일 근무제를 추진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여서 더욱 주목을 받는다. 독일은 지난 2월부터 45개 회사가 참여하는 주 4일제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기간은 6개월로 이달 말 시범 운용을 마치고 보완책 등을 마련한다. https://www.etoday.co.kr/news/view/2390505 <근로기준법> 제50조(근로시간) ① 1주 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③ 제1항 및 제2항에 따라 근로시간을 산정하는 경우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 |
○경제학에서 ‘구성의 오류(The Fallacy of Composition)’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 차원에서는 합리적일지라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비합리적인 경우를 말합니다. 유럽인들은 지속적으로 근로보다는 휴식을 늘리는 노동법을 제정하고, 경쟁을 촉진하기 보다는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을 제정하여 미국과 아시아의 무역전쟁을 회피하였습니다. 그 결과가 이제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청구서를 내미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유럽인들의 상황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합니다. 제조업, 그리고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국제표준기술이나 월등한 제조능력이 없음에도 무작정 주4일제를 노래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난뱅이 한국을 열망하는 소리입니다. 자원이 없는 한국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질서를 극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럽처럼 안락과 휴식을 추구한다면 그냥 망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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