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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보험/건강보험

<의사에 대한 2개 기사를 읽은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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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되어 있다.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

 

너무나도 유명한 신자유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한 하이예크의 명언입니다. 이 말 자체는 직접적으로는 사회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 말이지만, 그 의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법령에 의한 규제가 낳는 부작용의 역기능이라는 대목에서 확대적용이 됩니다. 경제주체에게 자율적인 선택을 부여하고 가급적 경제적 자유를 보장하라는 것이 하이예크의 명제이며, 그 전제로 규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드시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어떤 사상이나 주의가 100% 맞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을 한 사람이 전부 옳을 수도 없습니다. 당연히 하이예크의 주장은 의문부호가 달린 영역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제시한 위 언명 자체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수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규제의 영역에서는 그의 언명이 대부분 실증적으로 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의사를 둘러싼 최근의 이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의사에 대한 이슈가 크게 두 가지가 뜨겁습니다. 첫째는 의사의 숫자(공공의료의 문제는 결국 공공의료를 담당할 의사의 숫자에 대한 문제입니다)의 문제이고, 둘째는 다음 정부의 <정책브리핑>에서 등장한 의료인의 형사처벌면제법에 대한 것입니다. 위 문제는 모두 의사에 대한 규제를 담고 있습니다.

 

21세기 현재 수능시험 자체가 의대시험으로 간주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닙니다. 전국의 모든 의대가 서울대 공대보다 커트라인이 높은 것이 엄연한 사실이기에 그렇게 봐도 됩니다. 이것은 의사가 정년이 없고, 고소득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의사의 숫자가 고정되어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즉 숫자의 규제에서 출발합니다. 경제학적으로 진입장벽이 법령에 의하여 제한된 영역이 자격사인데, 그 중에서 의사는 의대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가능하기에 가장 높은 수준의 진입장벽입니다. 게다가 숫자를 제한하였기에 직업군 전체가 법령에 의한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의사직군의 고소득은 경제학적으로도 필연적입니다.

 

그러나 의사직군의 고소득 자체는 나무랄 수 없습니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의료서비스는 부자나 빈자나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하면, 의료서비스 자체가 공공재의 성격을 구비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건강보험을 사회보험제도로 강제보험화 한 것입니다. 다음 <기사>에서 등장하는 산청군의 내과 전문의 채용공고 해프닝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영역에서의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의료서비스 자체가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과 의사숫자 규제의 상반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골에서 인구공동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으며, 노인들만 남았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롭지 않습니다. 산청과 같은 시골에서 의사가 필요한 점은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서 건강보험재정을 압도적으로 많이 쓰는 계층이 노인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의사들은 시골에서의 근무를 기피합니다. 자기들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공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공공의료를 늘리려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했지만, 의사집단의 거부로 문재인 정부가 비참하게 굴복했습니다. 혹자는 의사숫자를 늘린다고 해결이 어렵다는 시각도 있지만, 의사숫자를 늘이면 약간이나마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공공의료의 확충은 어렵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은 모두 규제의 부작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기사>에서 보이는 산청군의 황당한 채용공고는 의사집단 전체를 모욕하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례이론에 따르면, 비록 산청군이 꼼수로 계약직에 개인사업자를 등록하고,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을 내걸었어도 국가배상법상 책임(정확히는 지자체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산청군의 내과전문의는 산청군의 비권력적 행정작용이기 때문이기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산청군이 의료사고가 나면 해당 의사에게 구상책임을 추궁하고 책임보험금을 수령할 수는 있습니다. 살인적인 근무시간에 더하여 전공과 무관한 진료행위를 요구하는 것은 의사 이전에 인간에 대한 예의를 상실한 것입니다.

 

의사에 대한 과도한 형사책임을 추궁하면 의사는 진료 자체를 거부합니다. 특히 의료사고가 빈발한 진료영역은 지금도 기피가 심각합니다. 고의범이거나 중과실범이 아닌 이상 형사책임의 완화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공공의료의 영역과 같이 의사가 진입하지 않거나 기피하는 영역이라면 형사책임의 완화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공공의료나 의료사고가 잦은 영역에 충분한 의료인력이 확보된 후에 논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책브리핑>은 뭔가 허전합니다. 형사처벌의 면제라는 선물을 의사집단에게 주려면 그 대가로 공공의료의 확충이라는 반대급부를 받아야 합니다.

[기사 내용]
정부는 의료계 요구에 따라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 검토 중
- 향후, 의료계-정부 협의체 통해 특별법 제정 논의 예정
[복지부 설명]
정부는 향후 발표할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통해 의료인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의료사고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하여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 하겠음
의료인의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별법 제정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음
문의 :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 의료기관정책과(044-202-2474)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기사>
이 때문에 산청군에선 연봉 36천만 원을 걸고 지난해 11월부터 내과 전문의 채용공고를 냈지만 지원자가 없었던 겁니다. 이곳에 지원을 하고자 꼼꼼하게 내용을 살펴본 뒤 포기한
한 내과 전문의 A 씨는 업무가 비상식적이라 황당했다고 말합니다. 기존 공중보건의들이 해왔던 의료수준에 다른 부가 업무까지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외래를 보면서 응급실도 봐야 한다, 내시경도 해야 된다, 초음파도 봐야 한다. 이런 식으로.”
무엇보다 1~2년마다 연장하는 계약직에 개인사업자를 등록하고, 손해보험에 가입하는 조건도 걸림돌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37/0000330469?sid=102


<대법원 판례>
[1] 국가배상법 제2조 소정의 '공무원'이라 함은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의하여 공무원으로서의 신분을 가진 자에 국한하지 않고, 널리 공무를 위탁받아 실질적으로 공무에 종사하고 있는 일체의 자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공무의 위탁이 일시적이고 한정적인 사항에 관한 활동을 위한 것이어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2] 국가배상청구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에는 권력적 작용만이 아니라 비권력적 작용도 포함되며 단지 행정주체가 사경제주체로서 하는 활동만 제외된다.
(대법원 2001. 1. 5. 선고 9839060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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